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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거리가 아니라 움직임이다, 중년 골퍼의 늦은 깨달음

몸이 바뀌면 스윙이 바뀐다

by 김정락

"허리는 왜 늘 연습장을 다녀온 날 아플까?"

골프가 잘 맞는 날이면 기본은 좋은데, 몸은 꼭 반대로 반응한다.

공은 멀리 날아가는데, 나는 점점 병원으로 가까워진다.

비거리를 향한 마음은 커졌지만, 내 몸은 그만큼 따라주지 않았다.

골프가 대중화되면서 사람들의 관심은 자연스럽게 한곳으로 몰렸다.

비거리. 그리고 그 비거리를 만들어줄 것 같은 골프 트레이닝과 근육, 힘.

골퍼라면 누구나 멀리 치고 싶어 한다. 나도 예외는 아니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나는 예전부터 “힘과 근육”보다 가동성, 몸의 움직임이 더 중요하다는 생각을 버릴 수가 없었다.


그래서 PT를 받을 때도 트레이너에게 꼭 이렇게 말했다.

“무게를 많이 들기보다, 몸이 잘 움직이게 해주세요.

가동성에 중점을 두고 싶어요.”


하지만 결국 훈련은 다시 무게 중심으로 돌아갔다.

바벨과 덤벨의 숫자가 올라가는 데 집중했고, 나 역시 그게 어느 정도는 필요하다고 믿었다.


당시에는 지금보다 운동과 재활에 대한 정보도 부족했고, “하체 튼튼하면 멀리 친다”라는 말이 거의 상식처럼 퍼져 있던 시기이기도 했다.

시간이 흐르면서 상황이 바뀌기 시작했다. 몸이 예전 같지 않았다.

유연성은 떨어지고, 일상에서 사소하게 다치는 일도 늘었다.

연습장에서 공을 치다 보면 어깨, 목, 등, 허리, 골반, 무릎, 발…

정말 말 그대로 종합병원처럼 여기저기가 아팠다.


특히 허리는 1년에 서너 번, 많을 때는 네다섯 번씩 병원을 찾게 했다.

도수치료, 침, 물리치료…

잠깐은 나아지는 것 같은데, 골프 연습을 조금만 열심히 하면 다시 도돌이표.

그러다 어느 순간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다.


“골프를 잘 치려면 스윙만 배울 게 아니라, 몸을 잘 움직이게 만드는 법도 같이 배워야 하지 않을까?”


ChatGPT Image 2025년 12월 2일 오후 12_52_17.png


대부분 골프를 배우러 오면 과정은 비슷하다.

그립을 잡고, 자세를 만들고, 볼을 앞에 두고, 스윙을 시도한다.

볼이 제대로 맞지 않으면, ‘똑딱이’라는 지겨운 단계로 돌아가서 짧게, 천천히, 반복해서 치게 만든다. 이 과정은 분명 의미가 있지만, 동시에 골프를 포기하게 만드는 루틴이 되기도 한다.


몸이 굳어 있고, 어디는 아프고, 어디는 잘 안 움직이는 상태에서 형태만 그럴듯한 골프 자세를 강요하니, 즐거움보다 ‘힘듦’과 ‘지겨움’이 먼저 다가오기 쉽다.

요즘 나는 아프지 않게, 잘 움직이기 위한 보조 운동을 함께 하고 있다.

재활, 교정 운동, 가동성 훈련 같은 것들이다.


그러고 나서 스윙을 해보면, 예전과 느낌이 확실히 다르다.

몸이 먼저 길이 나 있으니 스윙이 훨씬 편하고, 자세도 자연스럽게 잡히며, 부상에 대한 불안감도 예전보다 훨씬 줄어든다.


주말 골퍼들은 프로의 스윙을 많이 부러워한다.

영상으로 멋진 장면만 잘라서 보면서, “왜 나는 저렇게 안 될까?” 하고 자책하기도 한다. 그런데 프로들의 스윙에는 우리가 보지 못한 시간이 숨어 있다.

프로 스윙은 어릴 때부터 쌓아온 몸의 움직임 훈련, 성장 과정에서 반복해온 각종 스포츠 경험, 유연성과 근력, 협응을 만들어온 수많은 시간의 합이다.

우리는 그 과정을 건너뛴 채, ‘완성된 스윙의 한 장면’만 보고 따라 하려고 한다.


이제는 이렇게 말해주고 싶다.

프로 스윙의 겉모습만 따라가기보다, 내 몸이 잘 움직이게 하는 것부터 시작하자.

그러면 굳이 똑같은 스윙이 아니어도, 나에게 맞는 좋은 모양의 스윙을 가질 수 있다고 믿는다.


좋은 스윙이 항상 좋은 스코어를 보장하지는 않지만, 적어도 이런 것들은 분명하게 준다.


부상을 줄여주는 스윙

내 눈에도 보기 좋은 스윙

오래도록 골프를 즐길 수 있는 몸


앞에서 말했듯, 내 몸은 아직도 완벽하지 않다.

어깨, 목, 등, 허리, 골반, 무릎, 발까지 아픈 이력이 한두 개가 아니다. 하지만 예전과 다른 게 있다면, 지금은 병원 대신 내가 하는 운동이 통증을 완화해주고 있다는 점이다.


꾸준히 몸을 돌보면서 스윙을 이어가다 보면, 언젠가는 “부상 없이, 오랫 동안” 골프를 즐길 수 있으리라는 확신이 생겼다. 멀리 보내는 샷도 좋지만, 오늘 나는 이런 생각을 더 붙잡게 된다.


“잘 치고 싶다면, 먼저 아프지 않은 몸으로 서 있을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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