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정락 Mar 11. 2023

나에게도 결이 있나?

나는 오늘도 휘두릅니다. 일관된 결, 타점을 위해 아직도 스윙 연습합니다. 일정한 결은 골프클럽과 공의 만남을 효율적으로 높여주기 위함이지요. 불안정한 결은 순리를 따르지 않아서이며, 그만큼 노력이 부족함을 말합니다. 결은 인고의 산물이 혼합된 결과물로 드러난 것이고, 골프 결은 노력의 총합이지요. 자연스럽고 정확하게 표현하기 위해 머리, 가슴, 팔, 허리, 다리 각자의 역할과 정신의 힘이 어우러져 빗어낸 자기만의 순고한 결입니다.     


클럽 손잡이 부분인, 그립을 어루만지면 손바닥으로 전해오는 질감의 감각은 고스란히 느껴집니다. 그립은 노력의 흔적으로 때로는 부드럽고, 때로는 까칠하고, 때로는 따듯하고, 때로는 차갑게 손을 통해 온전히 느낄 수 있습니다. 그립은 그 사람의 오랜 시간 결을 만들기 위해 고군분투가 녹아 들어가 있어요. 그 그립을 잡아보면 서로가 지문에 차이가 있듯이 다른 흔적을 느끼게 됩니다. 하지만 알 수 있어요. 결을 위한 손바닥의 피땀과 눈물, 그리고 고통을 말입니다. 결은 스윙 과정에서 빛을 냅니다.     


당신은 자신만의 결이 있습니까? 사람은 저마다 결이 존재한다고 합니다. 결은 그 사람의 삶의 경로이지요. 그 사람만의 고유한 무늬이며 색깔을 나타냅니다. 결은 그냥 얻어지지 않습니다. 나이테 보신 분들 아시죠? 굳고 무른 부분이 모여 일정하게 생겨난 모양으로 여러 겹의 결을 볼 수 있어요. 성장 속도에 따라 결을 만드는데 성장의 흔적입니다. 나무 안에서 영글고 성글어 조밀하게 공고해집니다. 오랜 시간이 걸림에 따라 자신의 성장에 허점이 없이 견고하게 다지게 됩니다.     


결은 타고났다고 말합니다. 과연 그럴까요? 본연의 모습도 있지만 변화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결은 시간, 환경, 관계 등으로 새롭게 구축되고 다듬어지게 됩니다. 자신의 간절함, 결연함이 클수록 변할 가능성이 큽니다. 한 번의 움직임으로 자신의 결을 만들 수 없어요. 한 번 그어진 결은 시간이 흐르면서 옅어지고 흩어져 이내 사라지고 맙니다. 자기 색깔이 없어지고 잃어가는 것이죠. 즉, 자기 모습이 없다는 겁니다.     


‘우리는 결이 다르다.’ 인생의 기준과 신념이 서로 맞지 않아 부정적 의미를 내포된 말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인간이 어떻게 결이 같을 수 있겠어요? 사람마다 고유한 특색이 있는데 말입니다. 물론, 비슷한 사람은 있겠지요. 그래서 비슷한 사람들끼리 어울리나 봅니다. 자기 곁에 자신과 비슷한 결을 갖는 사람과는 순응하며 역행하지 않고 살아갑니다. 우리가 모두 자연의 순리대로 살아간다면 딱히 역행할 이유가 없겠지요.     


그럼, 인생 결대로 살아가야 할까요? 역행하는 삶은 힘든 것일까요? 그럼, 어느 방향이 순결이고, 결이 반대인지 정의되어 있나요? 결을 따르는 삶은 무엇인가요? 혹 타인이 만들어 놓은 결대로 살아감을 말하는 건가요? 자기 결에 따라 사는 것이 순행, 순리를 따르는 것입니다. 같은 교육, 같은 옷, 같은 음식, 같은 생각, 같은 행동을 요구하는 사회, 이 구조적 체제 안에 있어야 성공의 순리대로 살아간다고 할 수 있을까요? 법 테두리에서 어디를 바라보고 있어도 역결인지, 순결인지는 판단할 수 없습니다. 내 속도로 나만의 결을 만들어내야 하지요.     


세상 이치에 맞게 살아야 합니다. 우주, 자연을 거스르지 않아야 하는 것은 당연하지요. 순리대로 살지 않으면 악을 일삼는 행동입니다. 역행하는 삶은 체제를 거부하는 것입니다. 교통 차로를 역주행하거나, 골프도 역방향으로 친다면 위험하고 규칙과 질서가 무너지면서 혼란을 맞게 됩니다. 여기서 역행은 남들과 다른 삶, 자기 삶을 개척하는 것이며 절대 타인에게 피해를 주자는 의미가 아닙니다.     


그런 의미에서 자신의 길이 사회와 반대 방향이라고 꼭 역행하는 것은 아닙니다. 예전과 달리 사회에서 정해진 길이 아니어도 성공하는 모습을 자주 목격합니다. 나만의 결로 살아가는 것은 성공, 행복의 길이지요. 타인 요구에 따른 삶은 공허함과 허망함을 느낄 때가 많습니다. 사회적으로 성공하고 인정받았다고 하더라도 이 감정이 깃든 것은 내 인생의 순결이 아닌 반대 경로로 살아왔음을 방증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자기 결을 찾기 쉽지 않습니다. 이쪽이다 싶어 따라가 보지만, 이 길이 아니고 저쪽이다 싶어 그 길로 가보지만, 역시 아닙니다. 실패는 사람을 우왕좌왕하게 만듭니다. 자신이 걸어 온 뒤를 바라보면 어떤 결이 생겼는지, 어떻게 생성했는지 알 수 있습니다. 결이 흐리거나, 점선이거나, 보였다 안 보였다 하면, 무수히 반복됩니다. 이 과정의 결이 쌓여야 내 진짜 길을 찾을 수 있지요.     


우리는 방향을 잡고 가지만 표류하는 시기가 있기 마련입니다. 그 표류는 난파당해 침몰하는 구간이 아니라 앞으로 나아가기 위한 방황이라고 생각합니다. 한 번에 성공 질주를 달리는 사람이 몇 있나 있겠어요? 인생 탄탄대로만 걸을 수 없더라고요. 많은 경험은 아니지만, 삶이 그랬어요. 결을 따른다고 해도 손이 까지고 터지고 곪아도 보고 다리도 깨지고 찢어지면서 가는 것이 인생 항로더라고요. 인간이 꽃길만 걸을 수 없어요. 예전에는 편안한 길, 꽃길만 걸어야 한다고 했어요. 잘못된 생각이었지요.     


결의 형태는 무한대입니다. 자신이 기준을 가지고 어떤 무늬를 그릴지는 자기에게 달려있습니다. 살다 보면 뜻하지 않게 바람을 맞아 역풍의 결도 맞이하고, 신이 돕는다면 순풍의 결로 생각지도 못한 지점에 서 있을 수도 있습니다. 인고의 숙련을 거쳐 절제해야 만족하는 결을 얻을 수 있어요. 고통 없는 결은 생성되지 않고 눈에 보이지 않습니다. 우리는 자기만 길을 가기 위해      

이치 맞는 순결, 

질서 잡힌 간결, 

사람 살릴 연결,

길 결정하는 완결(完決),      

살아 있는 숨결이 일체 된 길에서 혼이 깃들게 됩니다. 결이 똑같은 사람은 없어요. 인간의 결은 수많은 고통과 노력으로 완성되어 집니다. 그리고 그 사람의 정체성을 만들어지지요. 같은 숨결을 느낄 수 있는 벗이 있다면 그 결은 또 어떤 결일까요?     


#결 #골프 #역결 #순결 #순리 #이

매거진의 이전글 다리는 격을 발현시키고 사유한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