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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과 사랑

- 인물화를 시도하며

by 캐리소


제가 요즘 줌에서 만나고 있는 보석들 중 한 분은 명민한 눈을 갖고 있는 알토란 같은 농부입니다.

우린 매일 정해진 시간에 줌을 켜놓고 앉아 각자의 독서와 글쓰기에 매진하고 있거든요.



언젠가 그분의 브런치 글을 읽다가 사진 한 장을 보았어요. 그냥 시골의 평범한 모습을 찍은 사진이었지만, 그 사진 한 장에 그녀의 삶과 상황이 그대로 녹아 있었습니다.



https://brunch.co.kr/@agriagit/20



이 사진은 제 마음을 단박에 사로잡습니다.

가장 이상적이며, 제가 우리 아이들에게 보여주고 구현해가고 싶은 모습이 담겨 있습니다.


상대를 믿는 마음이 있고,

상대를 의지해도 괜찮은 안심함이 있고,

상대가 안전하다는 믿음이 있고,

배려하고 내주는 게 기본인 그런 모습.


늘어놓고 보니 자연이 우리에게 바로 그런 모습이네요.(우리가 자연에게 그런 모습인가... 는 자신 없고요)


자연이,

자연 안에 같이 사는 사람들이,

그 본질적 공간에서 어떻게 함께 아이들을 키워가고 친구가 될 수 있는지 알게 된 귀한 장면입니다.


앞에 두 아이는 자매지간이고 뒤의 두 어르신은 이 아이들의 이웃 할아버지 할머니입니다. 그저 내 이웃의 아이들에게 '이쁜 강아지들~'이라 부르며 기꺼이 곁을 내어주시는 어른들의 품이 그림 같은 장면을 만들었습니다.


귀여운 반달눈에 주름까지 만들며 웃던 아이들의 표정을 보면 아이의 우주가 자연의 입김과 이웃의 보살핌으로 어여쁘게 영글고 있다는 걸 알게 됩니다.(이 사진에서는 아이들 표정은 볼 수 없네요)


그런 어른들의 마음이 아이들에게도 전해져 그저 내 할아버지 할머니같이 스스럼없는 모습을 만든 따뜻한 사진입니다.


그 장면을 오래 기억하고 있던 저는 작가님의 양해를 얻어 이 장면을 스케치했습니다.





그동안 집이나 꽃 같은 사물을 위주로 작업해서 인물은 제 그림에서 처음 그려본 소재였지만, 꼭 그리고 싶은 열망을 동력 삼아 시도해 보았습니다. 아름답고 자연스러운 이 따뜻함을 과연 그림으로 재현할 수 있을까 고민되었지만, 제가 받은 사랑스런 느낌을 보는 분들도 함께 느낀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사진 속 인물들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그들이 어떤 마음으로 서로에게 손 내밀어 시간을 공유하고 있는지가 보입니다. 그들 사이의 에너지가 소통과 사랑이구나 하고, 보는 사람도 알아차리게 되니까요.


모든 예술행위는 사유에서 비롯되고 그 사유는 행위를 유발하는 것이지요. 이 사진은 사유를 통해 그림을 그려보고 싶은 마음이 행동으로 연결된 결과물입니다.


채색을 하기 전이라 채색을 하면 또 다른 분위기를 갖게 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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