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등불 Jan 07. 2023

달, 니 정체가 뭐야?

https://brunch.co.kr/@geul-kangs/237

이 글의 후속 편



내 마음에 집중하다 보면 내가 찾고자 했던 그 별 역시 빨리 찾게 될 줄 알았다. 그런데 어찌 된 것이 시간이 지나도 '그 느낌'이라는 것이 오지 않는다. 이러다간 잠들 것 같은데. 잠드는 사이 그 별을 지나치게 되면 어쩌나. 내가 쉬어가면서 그 별을 찾을 수 있게 달의 수레가 잠시 멈춰졌으면 좋겠는데, 시계가 정직하게 흘러가듯 달의 수레 역시 같은 속도로 우주 속을 운행한다. 잠들기 전에 빨리 찾아야 한다는 생각에 마음은 급해지는데, 마음을 급하게 먹으면 내가 원하는 별을 찾을 수가 없다. 어떻게 해야 하지?



그때 저 멀리서 무언가 다가오는 게 보인다. 별은 아니고..... 행성인가? 보통 행성은 제자리에 있기 마련인데, 저건... 움직이잖아? 저건 일반적인 행성이 아니야! 소행성이야! 저기에 부딪치면 난 죽는 거나 다름없어! 이 어두운 세계를 무슨 수로 혼자 다니겠어! 빨리 피해야 돼! 피해야 한다고! 이봐, 달! 이번만큼은 좀 피해 주겠니?? 저기 어마어마한 녀석이 우릴 향해 오고 있잖아! 안 피하면 너도 죽고 나도 죽어!! 빨리 피하라고!!



하지만 달의 수레는 누가 소리를 치든 말든 여전한 속도로 운행한다. 아마 어딘가에 부딪쳐도 그런가 보다 할 것이다. 누가 자신을 죽이려 하면 수명이 다했는가 보다 할 것이다. 내가 이 녀석을 믿은 것이 바보 같다. 처음 날 수레에 태운 것이 날 별에게로 데려가기 위함이 아니라 그냥 제 할 일 하듯 지나가면서 나를 태운 것뿐인 걸까. 난 그것도 모르고 달을 반기고, 좋아하고, 고마워했으니 정말 바보가 아닌가.



소행성이 코앞으로 다가온다.

야! 바보야! 피하라고!!! 아, 사람이 아니지? 말이 통할 거라고 생각했던 내가 바보다. 난 어찌해야 할까. 내 운명을 이 세계에 맡겨야 할까. 아직 정해진 수명의 절반도 살지 않은 것 같은데, 난 아직 별을 만나지도 못했는데, 난 아직 내 꿈도 이루지 못했는데, 난 그저 어떤 목소리를 듣고 여기에 왔을 뿐인데, 그 결과가 이건가. 난 그저 내 마음이 외치는 것을 향해 다가갔을 뿐인데, 맞이한 것이 고작 내가 통제하지 못하는 달의 수레와 소행성의 부딪치므로 인한 죽음이라는 것이 너무나도 어이가 없었다. 지금 내가 이 순간 통제할 수 있는 건 하나도 없는 걸까. 단 하나도? 그래, 단 하나도 없다. 수레에서 날뛰어도 달라지는 건 없을 테고, 저 소행성을 내가 막을 수도 없을 테고, 목 터져라 별을 불러도 그 별을 제자리에 있을 것이고, 이곳은 지구가 아니니 날 구하러 오는 사람도 없을 것이다. 그럼 난 어찌해야 하지? 아니 뭘 할 수 있긴 한가? 최대한 저 녀석을 피해보자. 소행성의 타격이 가장 덜 할 만 곳으로 가서 손이 잡히는 곳을 잡았다. 순간 달과 가장 가까이 있는 것이 피해를 덜 보는 것이라는 판단이 들어서 잽싸게 옮겼다. 이게 소행성과 부딪칠 것이다. 눈을 감았다.



부딪치고도 남았을 텐데 조용하다. 아직 소행성과 부딪치지 않은 건가? 그러기엔 가까이 있었는데? 눈을 살짝 떠보니....... 웬 걸? 달이 소행성을 흡수하고 있다....? 어디선가 달은 소행성의 충돌로 만들어졌다고 들었는데 실제로 달의 성분은 소행성인 것인가?? 저 멀리서 달을 향해 오는데 달은 조금의 타격도 없고 소행성이 박살이 난단 말인가? 도대체 달은 얼마나 단단한 것일까? 지구에서 보았을 적 달은 둥글었는데, 여러 개의 소행성이 박히면 형태가 바뀌어야 하는 것 아닌가? 어떻게 한결같이 둥글 수가 있지? 다시 달을 보았다. 눈을 크게 뜨고 보니 무슨 솜사탕을 만들 듯이 달이 자기 스스로 자신의 표면을 다듬고 있다.



달!

도대체 니 정체가 뭐야!


매거진의 이전글 내 별 찾아 삼만리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