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시간 비 한 방울 내리지 않는 곳이 있었다. 그리고 그곳에는 깊은 우물도 함께 있었다. 그 우물 속에는 작은 애벌레가 반쯤 죽어가는 상태로 하늘을 바라보고 있었다.
‘언제쯤 비가 올까?’
‘언제쯤 밤이 올까?’
‘언제쯤 여기를 나갈 수 있을까?’
애벌레는 빛이 가득한 낮보다는 별이 가득한 밤을 좋아했다. 햇빛은 우물을 더 말라가게 했기에, 선선해져서 이슬이 맺히는 밤을 좋아했다. 애벌레는 꿈을 꾸었다.
‘언젠가 이곳에 물이 가득 차 세상으로 나가면 마음껏 이 세상을 구경해야지’
그렇게 하루하루 꿈을 간직한 채 밤하늘을 바라보는 낙으로 살아갔다. 하지만 수없이 많은 밤을 보내도 똑같은 밤이 찾아왔다. 우물 속에는 서서히 해충들이 생기기 시작했다. 해충들은 작은 애벌레에 비해 크고 사납게 생겨 함부로 덤빌 수 없었다. 결국 애벌레는 해충들을 피해 더 좁은 곳으로 옮겨 가야만 했다. 그곳에서 몸을 움츠려 하루하루를 겨우겨우 보냈다. 애벌레가 죽은 듯이 살아가고 있을 때, 우물 밖에는 거대한 태풍이 닥쳐왔다. 끊임없이 비가 쏟아졌다. 하지만 애벌레는 저 깊고 좁은 곳에서 죽은 듯이 있었기에 이 사실을 알아차리지 못했다. 우물에는 비가 쏟아져 물로 가득해지기 시작했고, 해충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물의 흐름을 타 세상으로 나오려 했다. 하지만 세상은 홍수가 되어버렸고, 다시 들어가려던 해충들은 결국 물의 흐름에 휩쓸리고, 태풍에게 빨려 들어갔다.
얼마나 많은 시간이 흘렀을까.
애벌레는 주변이 촉촉해지고 있음을 느꼈다. 온 힘을 써서 좁은 구석에서 빠져나오자 웬 물들이 가득했다. 애벌레는 닥치는 대로 물을 마셨다. 언제 또 먹을 수 있을지 모르기에 배가 터지도록 먹었다. 뚱뚱해진 애벌레의 몸은 점점 위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위를 올려다보니 햇빛이 가득하여 나가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자신의 몸은 떠오르고 있었다. 물을 없애서 우물 안에 남고 싶은 마음에 물을 더 마신 애벌레는 우물 밖으로 나오게 되는 순간 무언가 터지면서 자신이 어디론가 튕겨나갔다. 땅에 부딪침과 동시에 딱딱한 무언가가 자신에게서 떨어져 나가더니 자신이 신기한 모습으로 변해있었다.
‘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지?
내가 지금... 날고 있잖아?!
이 모습은... 내가 우물 속에서 종종 보던 존재들의 모습인데?
나도 이제 그들처럼 자유롭게 다닐 수 있는 거야?
정말..... 그런 거야.....?
말도 안 돼..’
나비가 된 애벌레는 기쁜 마음에 눈물을 흩날리며 세상을 누비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