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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칸스 Jan 12. 2023

'이상'의 기준이 뭐예요?

사람 살리는 마법봉


언제부터 '이상'과 '정상'을 나누기 시작했을까.



내 기억을 헤집어 이상심리학 공부했던 시절을 떠올려보지만, 이상과 정상을 나누고 있는 건 예나 지금이나 똑같다. 자신과 다르다는 이유로, 주변 사람들과 다르다는 이유로, 사회에 적응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헛소리를 한다는 이유로, 특이하게 생겼다는 이유로 '이상하다'라고 말한다.



'이상하다'를 네이버 어학사전에 검색하면 다음과 같은 정의들을 내린다.

1. 정상적인 상태와 다르다.

2. 지금까지와는 색다르거나 별나다

3. 의심스럽거나 알 수 없는 데가 있다.



정신적으로 '이상'과 '정상'을 구별하는 것은 어디에서 온 걸까. 위의 세 가지를 짬뽕시켰을 것이다. 지금까지 밝았던 사람이(정상의 기준) 계속 무기력한 상태(정상의 기준과 반대되는 상황_1번의 정의)에 있고평소와는 다른(지금까지와는 다른_2번의 정의) 행동을 하고, 혼자 꿍해 있어서 속을 알 수가 없다(3번의 정의)그래서 밝았던 사람을 향해 '너 요즘 이상해'라고 말한다.



그 사람이 이상해진 것은 평소와 다른 것이지, 우리가 피해야 하는 '이상한 사람'이 된 것이 아니다. 그 사람이 이상해진 것은 이상한 행동을 할 만큼의 사건을 겪어서 힘들어하는 것이기에 시선을 제공해야 하는 것이지, '너답지 않게 왜 그래? 빨리 털어내고 나와'라고 말하며 비난을 제공해야 하는 것이 아니다. 그런데 여전히 세상에는 '이상'한 행동을 하는 사람을 보며 괴상한 것을 본 것처럼 눈살을 찌푸리며 피한다. 처음에야 놀랄 순 있다. 마치 생각지도 못하게 뇌에 종양이 생긴 것처럼 말이다. 당황스럽고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모를 것이다. 하지만 뇌에 있는 종양을 방치하면 생명에 지장이 올 수 있듯이, 마음에 있는 아픔을 방치하면 정신에 지장이 올 수 있다. 참으로 이상한 것이(3번의 정의) 몸에 심각한 문제가 생기면 온갖 정성을 다 들면서, 마음에 심각한 문제가 생기면 멀리할 생각부터 한다. 전염을 막기 위해서라도 거리는 분명 필요할 것이다. 하지만 그것을 이상한(3가지 짬뽕) 시선으로 바라볼 이유까지야 있을까.



이 글을 저자 역시 아주 건강한 마음을 가지고 아주 건강한 시선을 사람들을 바라본다고 말 못 한다. 하지만 나의 생각들을 되돌아보고 점검하고 누군가의 진짜를 보려고 노력한다. 어찌 됐든 나도 숱한 사람들과 별다를 바 없는 이 세상을 살아가는 인간이니 말이다.



여전히 세상에는 마음 아픈 사연을 가진 채 힘겹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그들이 아프다는 것이 아니라 아파하면서도 살아내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니 그들을 향해 따뜻한 시선을 제공하는 사람이 되면 참 좋겠다. 그 따스한 시선이 잠시 쉴 수 있는 안식처가 되기도 하고, 일어날 수 있는 손길이 되기도 하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응원이 되기도 하는 마법봉이니 말이다.



무슨 이유 때문에 우리는 그들을 ‘환자’라 불렀는가? 우리 안에도 내재해 있으나 받아들일 수 없는 병적인 이상이 있는 경우 그들을 ‘환자’라고 부름으로써 우리는 무엇으로부터 우리 자신을 방어한 것인가? 마찬가지로 우리가 과도하게 동일시하고 있는 병적인 이상이 있을 때, ‘환자’라는 꼬리표는 어떤 투사에 해당했는가? 
그러나 다음 몇 주에 걸쳐 서서히 현장에 빠져들면서 부딪쳐보니 그 사람들은 환자도 고객도 아니었다. 그들은 그냥 인간이었다. 삶과 사연이 있는, 연약하고 가끔씩 불행을 느끼고 흥미로운 면을 보이는 실재하는 인간들이었다

-소녀는 왜 다섯살 난 동생을 죽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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