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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hengrin Apr 29. 2024

정답 찾기 기술훈련은 이제 그만

"정답이 있다고 정답을 찾는 기술을 가르치는 객관식 문제풀이 교육이 한계에 다달았다." 


대학입학 예비고사와 학력고사, 대학수학능력시험 시대를 거쳐온 기성인들이 공통으로 한국식 교육에 문제제기를 하는 일성이다.


대한민국 교육 현장의 아픈 폐부를 깊숙이 파고드는 다큐멘터리가 MBC 전파를 타고 3부작으로 방영 중이다. 어제(28일) 저녁, 2부가  나왔다. '교실이데아'다. 어제 방영분은 대한민국 수학능력시험의 객관식 선다형 시험에 대한 대안 모델로 제시하고 있는 인터내셔널 바칼로레아(International Baccalaureate ; IB)의 논서술형 평가가 어떻게 공정성을 실현할 수 있는지를 집중적으로 다뤘다. 지난주에 방영되었던 1부에 비해서는 다소 지루하게 편집을 한 듯했으나 실제 이 교육방식을 도입하고 있는 일부 학교의 사례를 가감 없이 보여줌으로써 새로운 대안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1부에서 보여주었던 장면은 충격 그 자체였다. 실제 치러진 수학능력시험 문제를 국어, 영어, 수학의 전문가들에게 똑같이 치르게 하고 그 결과를 까발린 부분이다. 국어는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국어영역 부분을, 우리나라에서 내놓라면 서러울 글쓰기 및 언어능력자 4명에게 똑같이 시험을 치르게 했다. '대통령의 글쓰기' 저자인 강원국 작가, 변영주 영화감독, '아버지의 해방일지'의 정지아 작가, 그리고 천관율 기자다. 이들 전문가의 평균 점수는 50점대였다. 수능등급으로 따지면 4,5등급이나 받을 수 있으려나? 국어로 밥 벌어먹고사는 전문가가 이 정도밖에 점수를 받을 수 없다는 것은 무엇이 문제일까? 사람이 문제일까 시험문제가 문제일까?


영어 시험은 공포스럽기까지 하다. 영국 옥스퍼드 대학교 재학생과 런던의 선발형 고등학교인 다포드 그래머 스쿨의 학생들을 대상으로 수능시험 문제를 풀도록 했다. 영어를 모국어로 하는 원어민 학생들 초차도 1등급을 받은 학생이 절반도 안 됐다.


수학 시험 또한 충격은 마찬가지였다. 서인석 서울대 수리과학부 교수, 한국 최초 우주인 이소연 박사, 국방과학연구소 연구원들이 참여해 문제풀이를 했다. 역시 수학전문가들의 평균 점수는 55.5점이었다.

이들 전문가들이 시험을 치러보고 하는 일성은 대동소이하다. 실제 실력을 측정하는 것이 아니라 문제를 풀기 위한 훈련과 기술을 평가하는 것이라고.


알면서도 안 바뀌고 안 고쳐지는 이유는 뭘까? 애당초 단추를 잘못 끼우고 출발했기에 삐그덕거리지만 그냥 받아들이고 가야 하는 것일까? 


사회 및 교육 제도 시행이 한번 적용되면 활이 시위를 떠나 과녁을 맞힐 때까지 어쩔 수 없이 가는 상황이 되어버린다. 과녁을 치워버리기에는 그 중간과정이 너무 복합적이고 다층적이다. 사회 시스템 전반을 다 바꾸고 맞춰야 하는 것이다. 알면서도 못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대학수능시험을 객관식에서 주관식 서술형으로 바꾼다고 되는 게 아니라는 소리다. 점수에 따라 줄 세우는 대학의 서열화 문제도 같이 논의되어야 하고 전인교육을 추구해 온 방향이 올바른 것인지도 난장의 토론장에 꺼내놓아야 한다. 결혼문제, 출산율 문제, 육아문제, 아파트 장만하기까지 온갖 사회문제가 연루되어 얽히고설켜있다. 고르디우스의 매듭을 풀 알렉산드로스의 혜안이 나와야 하는데 쉽지 않다. 오히려 소모적으로 보이기까지 한다. 이미 줄 세우고 서열을 정하는데 한국사회의 모든 지향점이 모여 있기에 어쩔 없는 궁지로 몰아간다. 지금 한국사회는 그렇게 막다른 골목에 다다른 교육현장 앞에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교육개혁의 변화를 망설이거나 지체해서는 안된다. 정답만을 찾아내느라 다른 해법도 있음을 간과하게 하는 무지의 접근을 막아야 한다. 앞선 자를 따라잡는데 용이했던 방법으로 채택되었던 교육 시스템이 이제 한발 더 도약하는데 걸림돌이 되고 있다면 과감히 수정해야 한다. 정답을 맞히는 찍기 기술은 시험장을 나옴과 동시에 사리지는 허상이다. 질문이 바뀌거나 본질을 물을 때 그 기술은 작동하지 않는다. 내가 경험하고도 다음 세대가 똑같은 우를 범하도록 내버려 두는 것은 직무유기나 다름없다. 우리 세대가 잘못하고 있는 것은 우리 세대에서 바꾸고 고쳐놔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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