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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hengrin Oct 30. 2024

퇴직 후 재취업, 3개월 내에 승부하라

내 일이 되었다 - 정년퇴직 백서 15

10월 말이면 정년퇴직이다. 10월 한 달은 연차휴가를 냈다. 누구에게나 올 시한부 직장생활이다. 나에겐 이제 왔을 뿐이다. 場은 옮겨가는 것이지만 한 場을 끝낸다는 것에는 어떤 매듭이 필요하다. 출근을 안 하는 시간까지의 심정 그리고 출근하지 않아도 되는 시간들을 바라보는 심경을, 있는 그대로 들여다보자. 



퇴직한 사람들이 마음 편히 놀지 못하고 이곳저곳, 이것저것 할 일과 할 것을 찾아 두리번거리는 것을 보게 된다. 정년퇴직자마다 처한 상황이 케바케이긴 하겠지만, 꼭 생계를 위한 경제력 확보가 필요한 것도 아닌듯한데 정신없이 쫓겨가듯이 일자리를 찾아다니는 사람도 보게 된다. 또한 일자리가 아니더라도 등산을 가거나 조깅을 시작하거나 여행을 가는데 집중하는 사람도 있다. 직장 다닐 때 하지 못했던 것을 하면 시간을 잘 보내고 있다는 보상심리가 작용해서 그런 듯하다. 아니 무언가를 해서 자기의 존재감을 확인할 필요성이 절실해서 그런 모양이다.


당연하다. 호모사피엔스는 움직이는 동물이다. 무엇이 되었든 움직여야 한다. 그것이 근본이다. 일자리가 되었든 산이 되었든 피트니스센터가 되었든 스페인의 세비아가 되었든 캐나다 벤프가 되었든, 무조건 움직이는 게 맞다. 하지만 배부른 소리인지는 모르지만, 너무 무언가 해야 한다는 강박관념 때문에 하지는 않는 게 좋다.


같은 동년배 중에 올봄에 정년퇴직한 친구가 있다. 퇴직 전부터 사회복지사 자격증을 비롯하여 무려 10여 개나 따놓고도 계속 다른 자격증에 도전하기 위해 지금도 학원을 다니고 있다. 대단한 열정이 아닐 수 없다. 자격증이 많다는 것은 분명 불분명한 미래에 대한 확실한 보증수표 역할을 할 것임에는 틀림없다.


"무슨 자격증을 그렇게나 많이 따? 그거 언제 다 써먹어볼려고?"라고 핀잔 아닌 부러움의 흰소리를 날리면 "뭐 써먹기 위해서만은 아니야. 그냥 하나하나 도전해서 이루는 즐거움 때문인지도 몰라"라는 다소 엉뚱한 답변이 돌아온다.


본인도 안단다. 실제 경제적으로나 정신적으로 도움이 되는 자격증으로 쓰일 것들은 몇 안된다는 것을. 그냥 막연한 기대라는 것이다. 언젠가 써먹을 때가 있을 것이라는.


참으로 그러하다. 무엇이 이렇게 사람을 정신없이 움직이게 하는가?


이미 이 길을 지나간 여러 선배 및 동료들의 증언을 들어보면, 나이 60 넘어 이력서 넣어서 받아주는 곳은 눈 씻고 찾아봐도 안 보인단다. 이미 사회에서는 나이 60은 퇴물로 접어두는 숫자라는 것이다. 본인은 신체나이 40대이고 정신나이 30대라고 아무리 주장해 봐야 '그건 당신 생각이고'란다. 그나마 이력서 넣고 전화라도 한 통 받는 경우는 정규직이 아닌 비정규직이거나 1년 단위의 계약직 가능 여부를 묻는 거란다. 그런 전화라도 감사할 따름이란다.

그래서 정년 후 재취업을 원한다면 퇴직 후 3개월 안에 승부를 보란다. 길게는 6개월 내에 온갖 인맥을 동원해서라도 새로운 직장을 찾아야 한단다. 이 3개월에서 6개월의 기간이, 그 사람이 평생직장생활에서 갖춘 능력의 전관예우를 해줄 수 있는 최대한의 기간에 속한단다. 이 시간마저 지나면 아무도 전에 어떤 직장에 다녔는지, 그 직장에서 무슨 일을 했는지 알아주지 않는단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새롭게 알아보는 일은 반드시 자신이 평생 해오던 직장 생활의 연장선상에 있는 일이어야 한다는 충고다. 물론 본인이 구상해 온 다른 사업도 있을 수 있으나 그런 사업은 벌이지 않는 게 좋다는 게 일반적인 관점이다. 나이 60 넘어서 벌려놓은 사업이 한번 주춤거리면 다시는 만회할 기회가 없단다. 


이런 상황 때문에 많은 정년퇴직자들이 고민을 한다. 과연 재취업을 해야 하는지 말이다. 평생 해오던 직장생활의 업무를 다시는 되풀이하고 싶지 않은 것이 인지상정일 것이다. 하지만 사회에서 바라보는 그 사람의 능력은 결국 그 사람이 평생 무엇을 했는지로 판단되고 결정된다. 사실 좋으나 싫으나 그 일을 평생 해왔을 테니 본인이 가장 잘 알고 가장 잘하는 일임에는 분명하다. 그래서 평생 해오던 업무와 연관된 주변 일거리들을 찾아 재취업과 연결시키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는 조언이다.


주어진 상황은 뻔하다. 퇴직한 다음 달부터 국가로부터 월급을 최대 9개월간 받을 수 있다. 실업급여다. 보통 30여 년 직장생활을 하고 퇴직 후 받게 되는 실업급여는 대략 월 180만 원 정도 되는 모양이다. 그동안 어찌 되었든 통장에 들어오던 월급이 안 들어오는데 실업급여라도 받으면 용돈 정도는 할 수 있다. 그런데 이 실업급여가 족쇄가 되기도 한단다. 이 실업급여를 받는 조건은 다른 직장을 알아보기 위해 이력서를 내고 하는 구직활동을 하는 것을 증명해 자료를 내야 하고 임시로나마 다른 수입이 있으면 그나마 받을 수 없거나 공제하고 나머지를 받는단다. 60세가 넘어 정년퇴직을 해서 구직활동을 해봐야, 받아주는 회사도 없는데 계속 일자리를 찾아다녀야 한다. 나라로부터 월급 받는 게 쉬운 과정은 아닌 듯하다. 평생직장 생활하면서 고용보험금을 넣었는데도 말이다. 그것이 당사자에게 닥친 현실이다.


정년퇴직자에게 가진 것은 이제 시간뿐이다. 그렇다고 여유롭게 쓸 수 있는 시간은 아닌 듯하다. 돈과 시간 중에 돈을 쓰기보다는 시간을 쓰려고 하는 사람들이 정년퇴직자들이다. 이제 막 정년퇴직 연한에 도달했다면 돈과 시간을 같이 써야 한다. 무엇을 해야 하는가에 대한 방향성을 잡는데 돈과 시간을 써야 한다는 것이다. 작은 투자로 큰 효과를 볼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에 집중을 해야 한다. 평생 돈 버는데 익숙한지라 자기를 위해 어떻게 써야 하는지 모르는 경우가 태반이다. 스트레스의 무게가 월급의 무게이던 시절이 끝났다. 통장에 숫자가 찍히지 않는 만큼 스트레스도 사라졌다. 이제부터의 스트레스는 오로지 내가 만들고 내가 해결하고 내가 이겨내고 벗어나야 한다. 책임질 것이 없기에 그 스트레스의 무게는 가벼울 수 있다.


너무 쫄지말자. 이 정도의 스트레스 무게는 직장 생활할 때 무게의 새털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그나마도 내가 조절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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