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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날 Jul 01. 2022

자신의 이익에서 멀어질 때만 오직 진실이 보인다

불편한 진실


 휴일 이른 아침, 클래식 음악을 조용히 틀어놓고 거실에서 혼자 트위터 타임라인을 둘러보고 있었다. 종이 신문을 안 본 지 오래되었다. 세계 주요 언론과 많은 트위터리안들을  통해 지난밤의 새로운 뉴스와 삶의 이야기를 둘러보는 습관이 생겼다. 필요하면 관련 뉴스를 다시 검색해보기도 한다.


 타임라인을 둘러보던 중 어느 중년 트위터리안이 금방 올린 글을 읽게 되었다. 그 내용은 아침상에 된장찌개가 올려지려는 것을 집안에 구수한 된장찌개 냄새가 은은하게 퍼져오는 것으로 알게 된다고 했다. 휴일 이른 아침에도 제시간에 밥상을 차려주는 아내가 곁에 있다는 게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 감사한 마음으로 살아야겠다고 다짐하는 내용이었다.



 더운 여름에 뜨거운 아침밥을 먹게 해주는 사람의 수고는 정말 귀한 것이다. 아내에게 그 감사한 마음의 진정성을 느끼게 하려면 한 걸음 더 나아가야 한다. 한편으로는 은퇴한 선배가 얼마 전 모임에서 말했던 대화가 떠올랐다. 아내의 소중함에 대해 점점 더 깨닫게 된다면서  남자는 나이 들면 첫째도 아내, 둘째 셋째도 아내라고 강조했다.


 그 이유를 잘 알지만 결국 그 속뜻은 자신의 이익을 위한 것일 뿐, 어쩌면 그 나이에도 아내의 입장에서 생각하지 못하고 자신의 편리함과 부양을 위한 그 말의 뉘앙스가 불편했기에 공감할 수는 없었다. 게다가 자신은 삼시 세 끼를 반드시 먹는다고 자랑스럽게 말하길래, 이제 은퇴도 했는데 배 나온다고 운동만 하지 말고 하루 두 끼만 먹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해주었다.



 그 선배 이야기와 더불어, 그 트위터리안 역시 휴일 이른 아침 된장찌개가 아내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반드시 마땅한 것인가에 대한 의문이 생길 수도 있을 것이다. 옛날 농경시대에 맞추어진 삼시 세 끼의 오랜 습관도 문제지만, 휴일 이른 아침마저도 전업주부들의 휴식시간을 배려하지 않는 생활 태도에 공감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누군가의 일방적인 희생을 전제로 한 행복은 지속될 수 없다.


남이섬

 세계 경제 10 대국에 진입한 지금, 옛날처럼 단순히 밥심만으로 사는 사람은 없다.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냉장고만 열면 먹을거리가 차고 넘친다. 현대 성인병과 다이어트 열풍은 결국 과잉섭취로부터 생겨나고 있다. 최소한 일을 하지 않는 주말 휴일만큼은 푹 자고 일어나서 간단한 브런치와 저녁, 두 끼만 먹는 것도 방법이다. 직접 음식을 준비해 먹지 않는다면 아내에게 염치를 챙기는 일이다.



 코로나가 잠잠해지면서 최근 오랜만의 가족 모임에서 은퇴한 형님이 형수가 코로나에 감염되는 바람에 집에서 자가격리를 열흘 정도 지켰다고 말했다. 그 열흘 동안 형님이 삼시세끼 밥 차려주고  빨래, 청소를 하면서 아내의 가사노동에 대한 헌신과 위대함을 깨닫고 진심으로 아내의 수고에 공감하고 이제 가사노동에 적극 함께 하고 있다고 말했다.


 가족모임을 마치고 집에 돌아와 남자들의 그 대화 내용을 전했더니 아내가 말했다. 우리나라 드라마를 보거나 또는 현실에서 만났던 대부분의 할머니들 중, 남편이 있는 할머니들과는 반대로 남편이 없는 할머니들은 너무 행복해 보이고 모두 재미있게 산다고 말했다. 문득 ‘디어 마이 프렌즈(tvn, 2016)의 나문희선생님(문정아역)이 떠올랐다.




 내가 팔로잉하고 있는 어느 중년 트위터리안의 연로하신 부모님에 대한 글이 생각난다. 부모님 댁에 다녀올 때마다, 이유 없이 아픈 어머니가 건강한 아버지를 부양하고 있는 삶을 너무 마음 아파하곤 했다. 자신이 넘을 수 없는 훌륭한 아버지였지만 오죽하면 그분은 남자의 무병장수는 아내들에겐 불행이라고 표현했다. 진심이란 늘 뒤에 숨어있기 마련이다. 자신의 이익에서 멀어질 때만 진실이 보인다.



 백세시대라고 떠들고 다니면서 오랫동안 세습된 가부장적 삶에 익숙한 모든 남편들은 오래 살기를 희망한다면 스스로를 돌아보고 변해야 산다. 이왕 잘못 살았으면 계속 잘못 사는 방법도 방법이라는 악마의 속삭임에 현혹되면, 안락한 노후생활을 위해 준비한 것들은 모두 무용지물이 될 수도 있다. 그런 남편들과 사는 아내들이 분노하는 지점은 단순히 그런 남편들이 자신의 잘못을 모른다는 사실 때문만이 아니라, 몰라도 되는 지위를 누리면서도 그걸 모른다는 것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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