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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날 Jun 07. 2024

잊지 마, 넌 참 괜찮은 사람이야

학교폭력


우연히 유퀴즈 프로그램에 출연했던 여행전문 유튜버, 곽튜브(곽준빈)의 그 방송을 다시 보게 되었다. 초등학교 6학년때부터 학교폭력을 당해 결국 고등학교 때 자퇴를 했다고 했다. 그는 학교폭력은 늘 피해학생의 잘못이 아니니 스스로 자책하지 말라고 당부했지만, 굳이 그 이유를 찾으면 키가 작고 몸집이 왜소하다 보니 그랬다고 말했다. 울먹이는 그를 보고, ”잊지 마, 넌 참 괜찮은 사람이야 “라고 말해주고 싶었다.


웰컴센터, 계촌클래식축제


그는 계속되는 학폭을 견디다 못해 고등학교는 일부러  멀리 떨어진 실업계 고등학교에 진학해서 한동안 특별히 공부도 잘하고 너무 즐겁게 생활했는데, 반학기가 지나고 누가 중학교 때 학폭사실을 퍼뜨리며 학교친구들에게 알려져 하늘이 무너지는 경험을 했다고 말했다. 다시 그 초중학교 시절의 지옥 같은 학교생활로  돌아갈 자신이 없어 부모님께 학교 자퇴를 선언했다고 말했다.



 부모님은 그 이유를 모르니 당연히 허락칠 않았고 참다못해 결국 부산에서 거제도로 가출을 했고, 그의 거처를 알자마자 부모님은 새벽 네시에 차를 몰고 왔고 아무 말없이 그를 집으로 데려갔다고 말했다.


 그 후, 대인기피증과 함께 2년간 방에서 나오지 못하고 컴퓨터 게임과 유럽축구 경기만 보았다고 했다. 그리고, 그는 멀리 유학을 떠났으며 졸업 후 아제르바이잔 주재 대사관에 취업을 했고, 그때 유튜버 빠니보틀을 만났다. 새삼스럽지도 않은 흔한 학교폭력 이야기지만 굳이 이렇게 길게 서술하는 이유가 있다.


계촌초등학교, 평창군 방림면 계촌마을


최근 각종 커뮤니티나 소셜네트워크들에서 가장 이슈가 되는 화제가 2004년 ‘밀양여중생 집단성폭행 사건’이 재조명되고 있기 때문이다. 밀양의 어느 지역에서 어린 여중생을 1년간이나 44명의 고등학생들이 집단성폭행을 자행했고, 그 범죄의 가해자들은 기대이하로 제대로 처벌받지 않은 사건이 있었다. 그런데, 몇 년 전 백종원이 청도의 맛집에서 촬영한 유튜브로 인해 함께 사진을 찍은 그 식당의 종업원이 그 집단성폭행사건의 주동자 중의 한 명으로 최근 밝혀졌기 때문이었다.


계촌초등학교 오케스트라


지금은 결혼해서 딸까지 낳고 잘 살면서 SNS에 그 딸의 행복을 위해선 걸리적거리는 게 있다면 깡그리 쓸어버리겠다고 글을 올렸다고 했다. 많은 사람들이 그의 글을 보고 난리가 났다고 한다. 당연히, 이게 무슨 인지부조화인지 어이를 상실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또 하나의 이슈는 그때 고3이었던 그 지역의 가해자 친구 여학생이 싸이월드 댓글에 그 사건을 옹호하는 글을 올려서 많은 비난을 받았는데, 그녀가 지금은 경찰관으로 채용되어 근무하고 있다는 얘기였다.



지금 다시 많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며 비난받는 그 두 사람, 심지어 개명까지 하고 어느 경찰서에서 일하고 있지만, 그녀는 학폭을 당했던 유튜버 곽준빈이 다니던 멀리 떨어진 고등학교까지 찾아가서 중학생시절의 학폭을 소문내고 자퇴하게 만들었던 그 복사판 같은 이야기의 주인공이 되었다. 맛집식당 종업원으로 일하고, 또 경찰관이 된 그 집단성폭력사건에 관계된 그 두 사람을 비난하고 항의하는 사람들의 바람대로 직장에서 쫓겨나는 꼴까지 보고 싶지는 않다.


계촌클래식축제, 현대차 정몽구재단과 한예종 주최


 다만 지금은 디지털의 시대, 많은 사람들의 기억에서 사라지지 않고 죽을 때까지 그 밀양여중생 집단성폭행 관련자들은 그 멍에와 비난을 안고 살아갈 수밖에 없고, 절대 잊힐 수 없는 세상이 되었다. 가해자들은 대부분 개명까지 했고, 그 여경의 사과처럼 철없는 시절의 잘못된 행동이라고 말하지만, 아직도 죽음에 이르는 고통을 가지고 사는 그 피해자들이 있기에 아무도 그 가해자들의 늦은 사과와 후회를 흔쾌히 받아줄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샤스타데이지꽃

 지금도 어디에서 학폭을 가하고 있는 못된 가해자들에게 충격적인 교훈이 되길 바란다. 연예인들 역시 뒤늦게 과거의 학폭사실이 드러나 활동을 중단할 수밖에 없지만 그저 안타까울 뿐,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닌 것이다.


 이 순간에도 자신의 잘못이 아닌 이유로 학교폭력에 시달리고 있으며, 가장 빛나야 할 화양연화, 학창 시절을 지옥에서 보내고 있을 많은 피해 학생들을 생각하면 감히 그 밀양사건의 그들을 용서한다고 말할 수 없는 것을 그 과거의 학교폭력 가해자들은 순순히 받아들여할 것이다.


파아니스트 백건우


최근엔 과거 여자 친구 및 학교폭력등 여러 가지 이슈가 많았지만, 사실관계를 떠나 그의 학창 시절의 서사가 영화로 제작되기도 했던 어느 젊은 가수의 음주운전 뺑소니 사고와 그 처리과정을 지켜보면서 드는 생각이 많았다. 사회적으로 많은 비난과 질타가 있었지만, 그의 팬덤은 옳고 그름을 떠나 더욱더 사건의 본질을 무시하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트로트를 좋아하는 연령대라면 대개 중장년층일 텐데 말이다. 물론 팬으로서 안타까운 마음은 알겠지만 조금 더 차분하게 대응할 순 없었을까. 이제 늙는 것이 존경은 고사하고 부끄러운 것이 되었으니 통탄할 일이다. 두 사건을 지켜보면서 노자가 오래전 말씀했던 이야기가 생각나는 것은 왜일까.



“누군가 너에게 해악을 끼치거든 앙갚음하려 들지 말고 고요히 앉아 강물을 바라보라. 그럼 그의 시체가 떠내려 올 것이다.”(노자, 도덕경) 백세시대라고 하니 그리 많이 살진 않았지만 노자의 말씀을 계속 기억하며 생활했다.


 그동안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고 많은 비난을 받았던 사람들은 노자의 그 말씀대로 가만히 지켜보고 있었더니, 특히 인성이 좋지 못한 인간들일수록 대개 자기 스스로 무너지고 말았다. 우리가 늘 착하게 살아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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