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글을 쓴다는 건 문장의 나열이 아니라 관점의 전개이다

G-Dragon(GD)

by 봄날


아내는 지드래곤, GD의 열렬한 팬이다. 그는 이번 경주 APEC 정상회의 폐막공연에서 피날레를 장식했다. 근래 아내 덕분에 그의 공연 몇 개를 유튜브에서 찾아 함께 보았다. 아내의 말에 의하면 그의 태도와 말하기의 신중함은 이미 그가 세계적으로 호평받는 글로벌 스타인 것이 우연이 아니란 것이다. 물론 GD를 애정하는 아내의 시선으로 보면 그의 무엇인들 좋아 보이지 않겠는가 싶지만, 역시 GD는 GD일 뿐이다.


백암산 백학봉, 전남 장성


대개 가수들의 일반적인 성장 과정을 보면 싱어, 뮤지션, 아티스트의 순으로 더욱 성숙해지게 마련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가수나 아이돌들을 살펴보면 그 시대의 트렌드에 따라 반짝 스타가 많았고, 아이돌들은 음악성을 떠나 나이가 들면 다양한 연예분야로 그 확장성을 가질 수밖에 없다. 가수의 본업을 그만하고 탤런트가 되기도 하고, 그저 오락프로그램에 출연하는 방송인에 머무는 경우가 많다. 재능보단 미모나 젊음의 한계이니 안타깝지만 어쩔 수 없다.



그 경계에서 가장 중요한 기준은 그 가수가 남의 곡을 받아 부르지 않고, 스스로 작사, 작곡을 해서 노래를 부를 수 있느냐이다. 즉 싱어송라이터인가, 아닌가에 따라 앞으로 그 가수가 일반적 단계의 싱어(Singer) -> 뮤지션(Musician) -> 아티스트(Artist)로 나아갈 수 있느냐가 달려있는 것이다. 트로트의 황제라고 불렸던 나훈아, 가왕이라고 불리는 조용필을 보면 된다. 그리고, 서태지, 박진영등등. 우리는 그들을 아티스트, 예술인이라고 부른다.


쌍계루, 백양사


자신의 생각이나 감정을 스스로 작사, 작곡할 수 있어야 롱런할 수 있다. 얼마 전 ‘질문들’(mbc)이란 프로그램에 초대된, 존재 자체가 아티스트인 GD에게 함께 활동 중인 그룹 엑소, 샤이니와의 차별점이 무엇이냐는 사회자의 질문에 “우리는 우리 노래를 만든다”라고 말했다. “다른 분들은 어떨지 모르지만, 난 어릴 때부터 내가 만든 노래로 내가 표현하는 방법을 택했다”라고 덧붙여 설명했다. 그의 말은 그만큼 ‘글쓰기’가 중요하다는 뜻이다.



오래전, 강호동이 장가갈 때 그가 보냈던 그의 결혼청첩장이 화제가 된 적이 있었다. 그 청첩장의 글, “10대엔 샅바, 20대엔 마이크, 30대엔 한 여자의 손을 잡고 강호동 장가갑니다”라는 글로서 그의 이야기를 짧고 굵게 잘 표현했기 때문일 것이다. 또한 글쓰기의 중요성은, 그 결과를 가지고 모든 그 과정을 억지로 꿰맞춘 궤변의 위인전 말고, 왜 자녀들에게 일기를 쓰게 하고 있는지, 또 글쓰기의 논술이 왜 대입 수시 선발에 포함되어 있는지, 그 이유일 것이다.



아무리 AI가 발전한다고 해도 스스로 자신의 생각이나 의견 또는 자신의 감정을 스스로 표현할 수 없다면 챗지피티도 도와줄 수 없다. 챗지피티에게도 결국 질문을 잘해야 하니까. 어릴 때부터 자신의 감정을 느낀 대로 표현하지 못하고 수사가 딸리니 맨날 ”헐 “, “대박”, “짱“ 이런 식의 표현에 익숙해지다 보면 더욱더 남들과 차별화될 수 없다. 그리고, 자신을 글로 표현하는 것, 즉 글을 쓴다는 건 문장의 나열이 아니라 관점의 전개이다.



GD가 ‘질문들’이란 프로그램에 나와 질문자가 GD를 우상으로 생각하는 한 가수지망생을 가리키며 “지드래곤을 우상으로 삼은 후배 음악가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요?”하고 질문했다. GD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우상으로 봐주신 건 너무 감사한데요. 제가 경험한 걸 그대로 말씀드리면 저도 똑같거든요, 제 우상이 정확히 있었어요. 그게 가수였고, 제 선배님들이었고. 그 우상들이 시기별로 계속해서 바뀌었죠. 그리고 (국내에) 국한되지 않고 외국에도 좋아하는 아티스트가 생겼고. 계속해서 그런 우상들을 많이 두는 건 너무 좋아요.



그런데 그 우상을 잘 골라야 해요. 그게 진짜 중요해요. 제가 답은 아니라는 거죠. 맛있는 거 많이 먹어 보고, 좋은 데 많이 가보고 하는 것처럼. 그러다 보면 적어도 뭐가 좋고, 뭐가 안 좋고를 평가할 수 있는 기준이 생기거든요. 좋은 우상을 저는 개인적으로 하나를 두는 건 위험할 수도 있고, 그 사람을 카피하는 것에서 끝날 수 있어요. 그러면 (앞으로가) 어려워져요. 처음엔 맞지만, 카피를 넘어서야 하거든요.”



그의 대답에서 버릴 말이 하나도 없을 뿐만 아니라 왜 GD가 세계적인 스타인지를 보여주었다. 난 개인적으로 마이클 잭슨을 좋아했고, 가끔 기분전환이 필요할 때면 그의 런던공연 준비모습을 녹화한 “디스 이즈 잇”(This is it)을 보고 듣곤 한다. 백 년 만에 한번 나올까 말까 한 마이클잭슨처럼,한국의 G-Dragon도 마찬가지이다. 우리의 국보인 GD에게 마약 누명을 씌웠던 지난 정부의 V1을 보면 확실히 학력과 지성은 별개라는 것을 알 수 있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