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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하사탕 Apr 10. 2021

예민해도 괜찮아

나는 지금까지 내 주변에서 나만큼 예민한 사람을 거의 보지 못했다. 그나마 나만큼의 예민함을 따라오는 사람이라고 한다면 내 동생 정도이려나. 그러나 과거의 나는 재밌게도 나 자신이 전혀 예민한 사람이 아니라고 확신했다. 오히려 둔감한 사람이라고 완전히 반대로 생각하고 있었다. 이것만 봐도 내가 나에 대해서 얼마나 잘 알지 못하는 사람인지 알 수 있는 부분이었다. 


나의 예민함을 정확하게 지적해준 사람은 내 동생이다. 동생은 자신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서 이미 자신이 예민한 편이라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다. 동생은 자신의 이야기를 해주면서 내가 자신보다도 더 예민한 편이라고 말해주었다. 그 이야기를 들은 당시 머리가 띵했다. 전혀 상상도 못 하던 이야기였기 때문이다. '나는 오히려 둔감한 사람인데 왜 나를 예민한 사람으로 만들지?'라는 부정적인 생각이 가장 먼저 들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때 당시 나의 상태와 문제들이 나의 예민함이라는 것을 인정하자, 퍼즐이 맞추어지듯 딱딱 들어맞는 것을 경험하게 되었다. 그러니까 나는 예민한 사람이라는 거였다. 



보통 사람들은 '예민하다'라고 하면 굉장히 부정적으로 생각하고는 한다. 예민하다고 하는 특성을 보통 신경질적이다라는 특성과 결부시키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내가 생각했을 때는 예민함과 신경질적인 것은 다르다고 생각한다. 예민하다고 꼭 모두가 신경질적인 것은 아니고, 신경질적이라고 해서 모두가 예민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이 으레 하는 이분법적인 사고는 예민함이라는 성질을 가진 사람들을 모두 나쁜 사람으로 단정 짓고 있었고, 예민한 사람들은 그런 사람들의 손가락질을 피하기 위해서 자신들의 예민함을 숨기기 바빴다. 


그래서일까. 사회적으로 인기 있는 성격은 예민한 성격보다는 '털털한 성격'이다. 털털하다는 단어만 봐도 예민하다는 특성과는 완전히 다르게 느껴진다. 털털하기 때문에 가벼운 일들은 시원하게 넘겨버리고, 허둥대더라도 그건 그 사람만의 매력이라며 귀엽게 봐주기도 한다. 그렇기 때문에 인기 있는 성격은 털털한 성격이 되는 것이고, 너도 나도 털털한 성격이 되고자 노력하고 그런 척이라도 한다. 아마 나도 그런 사람이었을까.


그러나 지금의 나는 나의 예민함을 인정하기로 했다. 왜냐하면 그건 나의 성질이며 나의 일부이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나의 예민함을 부정하는 것은 나의 어떤 한 부분을 부정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나의 일부를 부정하고 싶지는 않았다. 그래서 내가 생각하는 예민함에 대해서 생각해보는 것부터 시작했다. 나의 일부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기 위해서 말이다.


예민하면 눈치가 빠르고 상대가 원하는 니즈를 빨리 파악할 수 있어서 업무 속도가 빠른 편이라고 생각한다. 게다가 일을 처리하는 데 있어서 완성도가 높은 편이고 남들보다 빠르게 잘못된 부분을 파악할 수도 있다. 또한, 예민하면 분위기 파악에 빨라 해야할 말 안 해야 할 말을 가려서 할 수 있고, 상황을 빠르게 파악할 수도 있다...


내가 나의 예민함을 받아들이자, 예민하다며 손가락질하고 뒤에서 하는 험담들은 이제 나에게 아무렇지 않은 일이 되었다. 나의 본질을 받아들이자 그런 험담들은 전혀 문제가 될 일이 없는 것이다. 이렇듯 타인이 이야기하는 예민함에 초점을 맞추지 말고, 자신이 생각하는 자신만의 예민함을 받아들여야 한다. 왜냐하면 예민함이라는 그 자체도 당신 본연의 성질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당신 자신의 성질을 타인의 말로 평가받도록 놔두지는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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