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을 논할 나이가 아직 되지는 못했지만 지금까지의 삶을 되돌아봤을 때 인생을 살아감에 있어서 자신에 대해서 아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은 알게 되었다. 굳이 서른을 바라보는 이 나이에 나에 대해서 알아본다고 해서 달라지는 것이 무엇이나 있으랴 하고 생각하기도 했었고, 정말 내가 나에 대해서 모르는 게 맞냐고 하며 나 자신에게 반문하기도 했었다. 그러나 그렇게 자신에게 한 반문의 답은 역시 나는 나 자신에 대해서 찾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나는 여태 누군가를 판단할 때뿐만 아니라(상대를 판단한다는 게 좋다는 건 아니다) 나에 대해서도 판단할 때 이분법적인 사고방식으로 판단했었다. 좋은 성격과 나쁜 성격이 있고, 좋은 성격의 범주 안에 들어야 좋은 사람이 되는 것이었다. 그러나 내가 지금까지 쓴 글을 통해서 알 수 있듯이 인간을 이분법적으로 모 아니면 도로 나눌 수는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물론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는 사람은 예외다. 모 아니면 도로 나눌 수 없다면 무어로 봐야 하냐고 묻는다면, 어떤 스펙트럼상에 있는 것으로 봐야 한다는 게 내 답이다.
예를 들어서 내향형과 외향형에 대해서 말할 때 내향형이 좀 더 높은 사람이라고 보고, 예민함과 둔감함에 대해서 말할 때 둔감함이 좀 더 높은 사람이라고 보는 등 우리는 어느 하나의 특성만 딱 골라서 보는 것이 아니라 이처럼 어떤 스펙트럼 상에서 어떤 특성이 좀 더 높다라고 생각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생각에 기반해서 나 또한 나에 대해서 모 아니면 도로 나누지 않기로 했다. 나는 어떤 스펙트럼 상에서 좀 더 한쪽으로 치우친 사람으로 생각하기로 했다. 그래서 반대 성향 또한 일부 가지고 있는 사람으로 말이다. 게다가 한 가지가 더 있다면, 이렇게 찾은 나 조차도 내부적으로나 외부적으로나 다양한 요인들에 의해서 성향이 변하게 될 것이라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너무 조급하게도 생각할 필요 없고, 너무 정답을 찾으려고 생각할 필요도 없다는 것이 내 결론이다.
나를 찾기로 한지 1년이 지난 지금 나는 외부적으로 봤을 때 크게 달라진 것은 없다. 약간의 여유가 생긴 정도랄까. 그저 내면적으로 엄청 변하고 있을 뿐이다. 외적으로 나타나는 변화가 아직 크지 않다고 해서 나는 이 과도기를 멈출 생각은 없다. 내 인생은 이제 시작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또, 내 인생은 인생 스펙트럼의 어딘가에서 열심히 성장하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