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저마다 남모를 질투심을 느끼는 대상들이 마음속 한켠에 존재하는 것 같다. 오죽하면 우리나라 속담에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는 속담이 있을 정도일까. 실제로 나 같은 경우는 나보다 성적이 좋지 않던 동기가 미국으로 유학을 갔다는 소식을 듣고 너무 배가 아파서 나도 더 열심히 살겠노라 다짐을 하며, 허리까지 오던 긴 머리를 단발로 싹둑 잘라버리기도 했었다.
사람들이 다른 사람에 대해서 질투를 느끼는 이유는 간단하다. 그저 '그 사람이 나보다 잘났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는 나보다 잘난 사람에게 또 다른 감정을 느끼기도 한다. 바로 '존경심'이다. 왜 우리는 어떤 사람에게는 질투심을 느끼고 어떤 사람에게는 존경심을 느끼는 걸까. 그 둘은 뭐가 다르길래 서로 다른 감정을 느끼게 하는 것일까.
나는 이 문제에 대해서 오랜 기간 고민을 했던 것 같다. 왜냐하면 나는 생각보다 많은 이들의 질투의 대상이었기 때문이다. 이렇게 글을 써놓고 보니 내 글을 읽고 계신 분들은 내가 뭐 엄청나게 화려한 외모에다가 대단한 일을 하고 엄청난 부의 축적을 이룬 사람일 것이라고 추측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나는 지극히 평범한 가정에서 자라 성공한 사람들처럼 잘 살아보고자 두 발에 땀나게 노력하는 사람들 중 하나일 뿐이다. 그러면 또 '이렇게 지극히 평범한 사람이 많은 사람들의 질투의 대상이라니. 작가님 거 자뻑이 너무 심한 거 아닌가요?'라고 말씀하실지도 모르겠다. 그러면 이렇게 말하면 조금은 이해가 되실지 모르겠다.
10년 이상 알고 지냈던 친구에게 시도 때도 없이 내 외모를 지적하며 'OO아, 내가 너보다 여기는 더 낫지?'라는 말을 듣고(오래전에 손절했다), 고등학교 때는 열심히 공부해서 낮은 성적이었던 언어 성적을 90점대로 올려놓으니 여기저기서 '네가?'라는 말을 듣기도 했다. 게다가 몇 년간 나와 연락도 없는 선배는 'OO이, 걔 일도 안 하고 맨날 논다'라며 나보다 후배인 친구들에게 내 험담을 해댔다는 이야기도 듣고는 했다(이 선배도 시도 때도 없이 면전에서 나를 깎아내려서 거리를 두고 있다). 또, 내가 무언가를 해나가려고 하면 번개처럼 등장해서 내 일에 훼방을 놓고 가는 사람들도 종종 있었다.
몇 년 전까지는 사실 이런 것들이, 그러니까 면전 앞에다 대고 하는 무례한 말들이며, 나에 대해서 퍼지는 추측성의 말들이 나를 질투하기 때문에 생기는 것들이라고 생각치 못했다. 그냥 내가 그들에게 '잘해주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했었고, 그래서 그들에게 더 잘 보이려고 노력하고는 했다. 그렇게 행동함으로써 그들이 '나에 대해서 더 좋게 평가해주기를 바랐던 것'이다. 그런데 그들에게 잘해주면 잘해줄수록 그들은 나에 대해서 함부로 평가했으며, 내 자존감을 짓밟고는 했다.
그러나 나도 그들에게 잘해주는 데에 한계를 느꼈기에 서서히 나에게 무례하게 하는 사람들을 멀리하기 시작했고, 그렇게 하면 마음이 편해졌기에 그들과 종종 '멀리하기'라는 방법을 통해서만 인간관계를 해결하고는 했더랬다. 근본적인 문제는 해결하지 않은 채 말이다. 그러다 어느 날 동생과 이야기를 나누다가 이들이 어쩌면 나를 질투하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이번에는 그들에게 질투를 받지 않기 위해서 나에 대한 모든 정보는 꽁꽁 숨기는 삶을 살고는 했다. 그러나 이것도 문제의 원인을 꿰뚫어 본 것은 아니었다.
그들이 내가 이룬 것들을 쉽게 평가절하하며 자신들의 발 밑으로 짓밟으려고 했던 것은 그들이 기본적으로 나를 '존중'해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쉽게 말해서 내가 그들이 보기에 '만만했다'는 것이다. 그들이 만약 나를 존중해주는 마음이 있었다면, 내 노력으로 얻은 성취에 대해서 진심으로 축하해주고 기뻐해주며 존경심이라는 감정을 가지지 않았을까. 존경심이라는 것은 '남의 인격, 사상, 행위 따위를 받들어 공경하는 마음'이라고 사전이 정의해주듯이, 나와 동갑이거나 어리더라도 그 사람을 존중한다면 그 사람이 이룬 것들에 대해서 존경심이라는 감정이 드는 것이 마땅할 것이다.
이렇게 생각을 정리하고 보니 모든 퍼즐이 맞추어지는 듯했다. 내가 그동안 좋은 평가를 받기 위해서 그들에게 잘해주더라도 이미 그들은 나를 만만하게 생각했기에 나에 대해서 쉽게 평가하고 추측하고 평가절하했던 것이었다(다른 사람을 쉽게 평가절하 하는 사람들에 대해서도 다른 글을 통해서 이야기해볼까 한다). 그렇기 때문에 나에게 질투심을 느끼는 사람들을 그저 손절한다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이 아닌 것이었다. 나를 만만하게 생각하는 사람이 또 있다면, 또 다른 질투하는 사람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얻은 질투라는 감정에 대한 내 결론을 통해서 만약 내가 질투라는 감정을 정의하게 된다면 (물론 질투라는 것을 이렇게 쉽게 정의할 수 있을까 싶지만) 이렇게 정의하고 싶다.
자신보다 잘난것 없어 보이는 만만한 사람이
갑자기 무언가를 이루었을 때 느끼는 감정
그렇기 때문에 나의 성취를 질투심이라는 감정에 의해서 쉽게 평가절하당하지 않으려면, 나는 어쩌면 '그들에게 먼저 만만해보이지 않아야 하는 것'이 이 문제의 원인을 해결하는 방법인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