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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하사탕 Dec 29. 2021

당신의 지도 교수님 이야기는요

대학원의 연구실이라는 곳에서의 최고 책임자는 교수님이라는 직위를 가지신 분이시다. 그래서 만약 당신이 어떤 연구실에 소속된다는 것은 그 연구실을 책임지고 계시는 교수님의 밑에 제자로 들어간다는 것과 같은 말이다. 


한 학교에서 오랜 기간 학석박을 하다 보니 가끔 다른 연구실 친구들이 찾아와 자신의 지도 교수님들에 대해서 이러저러한 이야기를 하며 상담을 요청할 때가 있다. 교수님들도 사람이시기에 당연히 안 맞는 부분이 있을 수밖에 없고 그런 부분에 대해서 나도 어느 정도는 이해하기에 진심으로 조언을 해주고는 했었다. 그런데 이게 참 그런 게. 지도 교수님에 대한 상담은 해주면 해줄수록 마치 친구의 연애 상담과 같은 느낌이 든다는 것이다.


자신의 지도 교수님에 대해서 상담을 한다는 것의 대부분의 이야기는 이렇다. '자신은 지금 지도 교수님에 대해서 이런 점에 대해서 불만이 생겼다', '지도 교수님이 이렇게 말씀하셨는데 이렇게 되는 것이 맞느냐', 또는 '이렇게 말씀하셔서 서운했다'라고 하는 등의 이야기들이다. 그 이야기들을 들은 나는 곰곰이 생각해보고 맞는 것은 맞는 것 같다, 틀린 것은 틀린 것 같다고 내 생각을 이야기해주고는 한다. 문제는 내가 당신의 지도 교수님의 이야기에 약간의 비판적인 의견을 소신껏 말했을 때다.


비판적인 의견이라는 게 내가 무조건적으로 당신의 지도 교수님의 험담을 하는 것이 아니라. '당신의 지도 교수님이 당신에게 그렇게 말씀을 하셨다니 나였으면 좀 상처가 됐을 수도 있었겠다', '지금 하는 연구도 많은데 또 연구를 하라고 하신다고 하니 많이 힘들 것 같다'와 같이 이 정도의 소신 껏의 말들이다(그렇다고 상담을 오는 친구들의 교수님들의 이야기에 나라고 무조건적으로 비판적으로 이야기해주는 건 아니다)


이런 말을 하는 경우 중에는 자신이 지금 서운한 감정, 화가 난 감정에 맞장구를 쳐줬으면 하는 마음에 오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일부러 동조해서 그렇게 말해주기도 하는데, 어찌 되었든 그 친구들의 말에 내가 부정적인 뉘앙스로 맞장구를 쳐주는 게 되면 마치 언제 자기가 그렇게 나쁘게 말을 해달라고 했냐는 듯 태도를 바꾸면서 나를 이상한 사람이 되게, 자신은 그런 상담을 요청한 적이 없다는 듯이 나의 의견에 반하는 말을 한다.


앞서 말한 것으로 다시 돌아가 이야기를 해보자면, '당신의 지도 교수님이 당신에게 그렇게 말씀을 하셨다니 나였으면 좀 상처가 됐을 수도 있었겠다'라고 내가 이야기를 하면, 여기서 당신을 맡고 있는 사람은 나에게 대뜸 '아니, 근데 우리 교수님이 그렇게까지 상처되게 말씀하신 건 아니고 그냥 좀 그랬다는 거였어' 이런 식이다. 참.. 말해주는 사람이 마치 이유 없이 다른 교수님을 비판한 것과 같은 상황이 되는 것이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자 이런 상황과 유사한 상황이 떠올랐다. 그건 바로 연애 상담이다. 연애 상담을 할 때면 자신의 남친이든 여친이든 자신에게 상처가 되고 서운했던 부분들에 대해서 이러쿵저러쿵 이야기를 하고는 한다. 그래서 듣는 사람인 나는 진심으로 그 사람은 아닌 것 같다는 말을 해주기도 하고, 또 어떤 친구에게는 공감이 필요한 것 같다는 생각에 그 친구에게 맞장구를 쳐주고자 그의 애인을 같이 욕해주기도 한다. 그런데 돌아오는 말은 '아니, 내가 언제 그렇게까지 말했어'가 된다. 시간을 내서 말을 들어주는 사람 입장에서는 울화통이 터지는 상황이다.


혹자는 말한다. 대학원의 지도 교수님은 어쩌면 대학원생의 남편 또는 부인과 같은 존재라고. 그래서일까. 당신이 당신의 지도 교수님이 서운하게 말씀하셨다고 나를 찾아왔기에 내가 위로를 해주면 자기가 말한 건 그런 내용까지는 아니었다고 반박하는 것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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