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사는 사람들이라면 어린 시절부터 당연하게 '대학은' 나와야 사회에 나와서 사람 구실하고 살 수 있다는 것이 기본적인 가치관일 것이다. 그렇게 대부분의 사람들은 대학 진학을 위해 자신의 10대 시절을 바쳐 공부해서 서울이든 어디든 대학이라는 곳에 진학하게 된다. 그렇게 진학을 하고 나서는 보통은 취업을 하는 것이 알려진 '정석'이지만, 그중 소수는 '대학원'이라는 곳에 진학하게 된다.
대학원이라는 곳에 진학하게 되면 받는 학위는 '석사 학위'와 '박사 학위'다. 어떻게 보면 자격증과도 같은 종이문서 한 장을 갖기 위해서 20대의 청춘을 바치는 것이다. 이렇게 석사 또는 박사학위를 취득하게 되면 그들은 또 다른 사회로 나아가게 된다.
이렇게 가방끈을 늘렸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학위에 대해서 자격지심을 가지는 사람들을 종종 보고는 했다. 석사학위 소지자는 박사학위 소지자에게, 박사학위 소지자는 또 다른 해외 박사나 교수들에게. 솔직히 자격지심을 가질 수는 있지만 그걸 티 내는 사람들을 보면서 한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단 자신이 그런 감정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인지하지 못하고 자격지심을 느끼는 사람들의 뒷담화에 혈안이 되어있었고, 그에 대한 자격지심을 자신보다 낮은 학위 소지자에게 갑질과 같은 방식으로 해소했기 때문이다.
물론 어떤 직업에 있어서 굳이 석사 이상의 학위가 필요하지 않으면 석사학위만 소지해도 되고, 박사학위가 필요하다면 박사학위까지 소지해야 하는 것이 필요조건이다. 그런 필요조건을 갖게 되었으면 자신이 하고 있는 업무에 대해서 '전문성을 가진 사람'이 되면 되는 거다. 그저 시간만 보내면서 '연차만' 쌓는 것이 아니고 말이다.
그런데 이미 자신이 어떤 학위를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다른 사람에게 자격지심을 느끼는 사람은 보통 이런 생각을 하는 것 같다.
저 사람처럼 노력해서 학위과정을 더 밟고 싶지 않지만 연차로 따지면 내가 더 오랜 시간 일했기 때문에 내가 선배는 맞다. 하지만 학위라는 것은 또 무시할 수 없는 것이기도 하고, 그렇기 때문에 나보다 어린 박사나 교수가 혹시 내가 잘 모른다고 무시하면 어쩌지 하는 생각이다.
그런데 이런 생각을 하면서 자격지심을 온몸으로 표출하는 사람들은 대게 자신의 분야에서 노력을 크게 하지 않는다. 그들이 맨날 입에 달고 다니는 말은 '일하기 싫다', '힘들어 죽겠다', '누구누구가 또 나에게 일을 시켜서 짜증 난다', '땡땡 박사는 능력이 있는 게 맞냐'는 등등. 업무에 있어서 자기 능력은 개발하지 않고 그저 자격지심을 느끼는 타인을 평가하고 뒷담화하면서 하루하루를 보낸다.
아마 자신이 노력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 정도 수준의 능력밖에 되지 않는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알아서 자신보다 조금이라도 뛰어난 스펙을 가진 사람이 나타나게 되면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서 또는 자신을 부정당하지 않기 위해서 그렇게 혈안이 되어서 헐뜯고 비판하려는지 모르겠다.
그래. 그건 그냥 그 사람의 자격지심의 문제고 타인에게 피해는 주지 않는 문제라고 치자. 그런데 그 자격지심을 자신보다 낮은 학위자나 나이 어린 사람에게 해소하게 될 때 큰 문제라고 생각한다.
자신이 알고 있는 알량한 지식 한 줌을 가지고 자신보다 낮은 학위 소지자에게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하며 갑질하기도 하고, 낮은 학위 소지자가 가지고 있는 생각을 말했을 때 존중해주고 피드백을 주는 게 아니라 비웃으면서 그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냐며 많은 사람들 앞에서 망신을 주기도 한다.
사실 여기에 나열해서 쓸 수 없을 정도로 이런 부류의 사람들은 자신보다 부족하다고 생각되는 사람에게 자신의 자격지심을 해소하고 스트레스를 풀고는 한다. 물론 가끔 이들이 챙기는 사람들이 있기는 한데, 그런 부류는 자신이 잘 보여야 되는 사람과 관련된 사람이 대부분이다. 그저 자신의 생존을 위한 목적이다.
이런 부류의 사람들을 보면서, 비단 이게 학교 안에서만 일어나는 일인지에 대해서 생각을 하게 되었다. 자신보다 능력이 있는 직원이 경력직으로 들어와서 나보다 높은 직위에 있기도 하고, 동기로 같이 입사했다고는 하지만 자신의 학위 또는 능력보다 월등히 좋아서 시도 때도 없이 비교를 당한다든지 먼저 승진한다든지 하는 일들은 부지기수이지 않을까.
이런 부분에 있어서 자격지심을 느낀다면 자기의 능력을 발전시킬 생각을 해야지, 자신보다 부족한 사람들을 찾아서 괴롭히는 방법으로 그 자격지심을 해소하는 사람이 혹시 주변에 있다면 빠르게 탈주하는 것이 답이다. 정말 자격지심과 열등감을 느끼는 사람은 웬만하면 절대로 엮이지 말자. 절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