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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안 Apr 23. 2022

'남에게 피해를 주면 안 된다'는 무적의 논리

'남한테 피해를 주면 안 된다'


많은 사람들이 동의하는 문장이다. 그렇다면 민폐를 끼친다는 것, 개념 있게 행동한다는 기준이란 대체 뭘까? 이제는 우리 사회가 이 주제에 관해 첨예하게 논의할 때가 온 것 같다.


'남에게 피해를 준다', '민폐를 끼친다'라는 말은 지극히 상식적인 것만 같아도, 무작정 비대하게 확장해서 쓸 경우 새로운 문제를 야기한다. 이 사회에서 지켜야 할 표준 윤리가 '다수의 입장'을 기준으로 형성되기가 너무나도 쉽기 때문이다. 다수의 입장을 기준으로 피해와 민폐의 기준을 가른다면 소수자가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는 배제된다. 사회적 약자에 대한 관용과 배려, 이해가 끼어들 틈바구니가 상대적으로 좁아지는 것이다.


보통의 사람들은 타인에게 도움을 받거나 기대지 않아도 사는  아무런 지장이 없다. 하지만  없는 사람은 사정이 다르다. 부득이하게 타인의 이해와 공감, 지원이 필요한데 사회가 그것을 '민폐' 규정해 버린다면? 약자들이 도움을 요청하기는커녕 자신의 행동거지를 검열하고 잔뜩 수그릴 수밖에 없는 '관용 없는 사회' 되기 쉽다.


실제로 아동을 차별하는 노키즈존은 '남한테 피해를 주면 안 된다'는 말로 정당화되고 있다. 이동권 시위를 하는 장애인을 향한 모욕은 '출퇴근하는 시민한테 피해주지 말아야지'라는 말로 정당화되고 있다. 다수의 입장에서 벗어나는 사회적 약자의 존재가 민폐로 전락하는 함정이 생기는 것이다.


'남한테 피해주지 말라'라는 말은 무적의 논리가 아니다. 민폐의 기준이 과연 누구에게 맞춰져 있는지를 먼저 따져보자. 공동체에서 소외된 사람이 없었는지를 먼저 생각해보자. 그 동안 당신이 누리던 편의와 이기는 누군가를 배제했기에 더 효율적이었을지도 모른다. 사회적 약자의 권리를 존중하자는 목소리를 민폐로 규정한다면, 그것이야말로 이기적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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