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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YY Jun 30. 2020

[드라마]편의점 샛별이

-여성 혐오 요소를 일부러 모은 건가요?

[드라마]

11. 편의점 샛별이

-여성 혐오 요소를 일부러 모은 건가요?



오얏밭에선 신발끈도 고쳐묶지 말라고 하지 않았던가. 드라마 '편의점 샛별이'는 풀려있던 신발끈을 묶기 위해 오얏밭까지 온 격이다. 그것도 연이은 도둑질로 약이 바짝 오른 농부의 오얏밭으로.


미성년을 대상으로 한 성범죄가 연일 발생 중이다. 특히 N번방 사건과 같이 새로운 형태의 강력 범죄까지 생겨났다. 성범죄뿐 아니라 물리적 폭력 등 미성년을 향한 여러 유형의 범죄가 대두되며 미성년자를 보호하는 법안이 약하다는 여론이 일고 있다. '편의점 샛별이'는 이런 여론에 또 한번 불을 지폈다.


'편의점 샛별이'의 신발끈 고치기는 다음과 같다.



#'적극적인 미성년과 소극적인 성인'이라는 판타지


정샛별은 고등학생일 때 최대현과 처음 만난다. 단순한 만남이 아니었다. 둘은 만난 첫날 입을 맞췄다. 심지어 이 둘의 관계는 정샛별의 대시로 시작한다. 최대현은 거절하지만 흔들리는 모습을 보였다.


정샛별은 지나가던 최대현에게 담배를 사달라고 말했다. 최대현은 거절했지만 정샛별은 애교를 부리며 부탁했고 결국 최대현은 가게로 향했다.


SBS '편의점 샛별이' 방송화면 캡처

돌아온 최대현이 내민 것은 사탕이었다. 정샛별은 돌아서는 최대현에게 다가가 입을 맞췄다. 이어 "담배 끊으라고 한 거 오빠가 처음이에요. 번호가?"라고 물었다. 최대현은 번호를 부르다 놀라 말을 멈췄다. 정샛별은 최대현의 번호를 저장하며 "오빠 조심하세요. 제가 어떻게 할지 몰라요"라고 말했다.


어떤 형태로든 미성년자와 성인의 이성적 교류를 담은 장면은 미성년자와 성인의 연애가 가능하다는 것을 암시한다. 그런 생각을 하지 않던 사람도 '저런 형태의 사랑도 있구나'라고 생각할 수 있다.


미성년자의 적극적인 대시는 이를 소비하는 성인에게 면죄부를 부여하기도 한다. '나는 가만히 있는데 '여고생'이 나를 좋아한다. 나는 본능 때문에 잠깐 흔들리지만 거절한다. 여고생은 굴하지 않고 애교와 미소로 다가온다'는 것. 어리고 귀여운 여고생에게 적극적으로, 즉 자신의 의지로 다가가는 건 죄책감이 드니 여고생이 자신에게 다가오도록 하는 것이다. 자신의 거절에도 여고생이 끝까지 대시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자신은 거절하기 때문에 아무런 잘못이 없지만 여고생의 예쁜 행동은 끝까지 누린다. 모든 게 성인이 원하는 거지만 죄책감은 뺀, 정말 하고 싶은 건 다 한 판타지의 결정체다.



#성상품화게다가 미성년자 성상품화


드라마 중간중간 뜬금없는 클로즈업이 있다. 정샛별의 얼굴의 클로즈업. 정샛별의 미묘한 감정 변화가 드러나야 하는 장면이 아닌데도 카메라는 한껏 줌을 당긴다. 하다못해 웃음을 유발하는 흥미 요소도 아니다. 단지 정샛별의 예쁜 얼굴을 부각시킬 뿐이다. 전형적인 상품화다.

SBS '편의점 샛별이' 방송화면 캡처


더 큰 문제는 미성년자도 상품화한다는 것이다. 드라마에는 치마 교복 입고 학생들이 춤을 추는 장면이 등장한다. 성적 매력을 강조한 춤이다. 카메라 앵글은 아래에서 위를 향하고 있다. 학생들의 다리가 부각되고 치마 속이 보일듯 말듯 하다.


여학생에게 치마만 입는 게 불합리하다며 바지 교복이 등장했다. 딱 붙는 교복이 불편하다며 티셔츠 형태의 교복도 등장했다. 교복 업체들 마저 이에 맞춰 광고한다. 그러나 드라마 속 여고생들은 짧고 붙는 교복을 입고 등장한다. 이에 그치지 않고 성인을 흉내내는 춤까지 춘다. 미성년자의 상품화가 일어난 시점이다.



#성매매 희화화

SBS '편의점 샛별이' 방송화면 캡처

최대현은 정샛별의 집에 찾아갔다. 그러나 그곳은 오피스텔 성매매가 이뤄지는 곳이었다. 최대현은 잠복하고 있던 경찰에게 잡혀 바닥에 엎드리게 된다. 최대현이 성매수자로 오해 받은 것. 화면 한 구석에는 메이드복을 입은 성매매 여성이 짜증난다는 표정으로 앉아있다. 최대현이 "샛별이 찾아왔는데요"라고 말하자 성매매 여성은 "샛별이, 체리 뭐 마음대로 불러요"라며 시큰둥하게 답하기도 한다. 심각한 상황이라고는 전혀 생각되지 않는다.


성매매는 불법이라는 문제를 넘어 여성과 남성의 인권 하락 등으로 연결되고 있다. 성을 구매할 수 있다는 생각이 상대를 도구화한다는 것이다. 이런 문제를 풍자도 아닌 희화화한 것은 잘못이다. 사건을 희화화하면 가볍게 소비하게 되기 때문이다. 성매매로 인한 폐해가 연일 커져가는데도 이를 시정하기는 커녕 가속화하는 장면이다.


성매매 여성의 짜증 섞인 태도에도 문제가 있다. 수치나 반성이 없는 태도는 성매매에 문제가 없다는 인식을 심을 수 있다. 



이 외에도 성인 웹툰 작가가 여성의 나체를 그리는 장면을 지나치게 자세하게 표현한 것 등 '편의점 샛별이'의 논란은 끊이질 않는다. 감독의 실수로, 혹은 작가의 실수로 구성했다기엔 너무 많다. 일부러 모았다고 하지 않고서야 이렇게 모이기도 어려울 거다. 이렇게 생각하니 오얏밭에서 신발끈을 고쳐 묶은 게 아니라 오얏을 훔치기 위해 몸을 낮춘 것 같기도 하다. 이제 막 시작한 '편의점 샛별이'. 어떻게 끝낼지 더욱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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