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비 내리던 어느 주말.
둘째를 낮잠 재우고 대청소 해준 남편도 잠깐 쉬라며 첫째와 단둘이 외출을 계획했다.
주말에는 사람이 많다 그래서 못 가고 평일에 내가 애 둘을 데리고 가보려 했던 동네 낮은 산이 있다.
둘째에겐 무리다 싶어 숲 속으로는 들어가 보지 못하고 입구에서 되돌아왔던 그 산속 태교의 숲이라는 곳에 가기로 했다.
옷을 입고 준비를 하면서도 비에 젖은 흙냄새, 나무 냄새를 맡으러 간다니 내가 다 기대가 되었다.
이 얼마만인가.
비 오는 날에 우리처럼 산에 오는 사람이 또 있을까?
역시나 마주치는 사람도 없이 그래서 더욱 아이의 속도에 맞춰 천천히 걷고
나무들을 보며 흙냄새를 맡고 온전히 그 시간을 즐길 수 있었다.
툭 투둑 툭 우산에 빗방울 떨어지는 소리.
장화 신고 고인 물 첨벙 거리는 소리.
첫째의 신나 하는 웃음소리.
즐거워하는 첫째를 바라보며 숲 속에서 나도 가만히 힐링하는 그 시간이 참 행복하고 감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