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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타샤할머니 May 06. 2020

붓으로 그림을 그리는 날이 오긴 올까

물감놀이

아직은 붓으로 뭔가를 그리고 노는 물감 놀이가 아니다.

하기야 크레파스든 사인펜이든 그 무엇으로도 원하는 걸 그리지 못하는구나...

그저 색깔 있는 물로 종이를 메우다 결국엔 촉감 놀이가 되고 말기에 그저 색을 몽땅 섞는 것 말고도 색다른 경험을 했으면 했다.


신기하게 생각하고 계속한다 할 줄 알았던 데칼코마니는 거들떠보지도 않는다.

결국 손바닥부터 해서 화장품에 달려있는 스포이트, 미니카, 풍선, 면봉들이 붓이 되어 다양하게 종이를 채우고 놀았다.


하루는 솔방울 던지기를 하며 놀고 난 후 솔방울 몇 개를 주워갖고 들어왔었다.

솔방울에 물감을 발라 찍고 긋고 하다가 가을 나무를 만들어보기도 했다.

발갛게 물든 단풍나무를 가을 나무라 부르는 첫째.

초록 노랑 빨강 물감을 스포이드로 떨어트려 나무에 알록달록 물을 들였다.

솔방울까지 더해지니 제법 느낌이 난다.

둘째가 늘 다람쥐처럼 보물찾기 하는 도토리가 몇 개 있었다면 더 좋았을 텐데.


쓰던 물감을 다 쓰고 이번엔 거품 물감으로 사봤다. 안 해보던 롤러 같은 도구들도 좀 곁들여서.

둘째 문화센터에서 블랙 라이트비추는 야광 물감 놀이를 경험해봤었는데 굳이 그 용도가 아니어도 거품 물감 색 자체가 파스텔 톤인 것만으로 이뻤고 스노우아이스 아이스크림 같아서 애들이 좋아할 거 같았다.

저번에 색다른 재료인 솔방울 덕분에 더 재밌는 물감 놀이가 되었기에 바깥 놀이할 때 본격적으로 지금 계절에 볼 수 있는 재료들을 모아봤다.

떨어진 낙엽들도 없고 새싹이 막 자라기 시작하는 요즘 나뭇잎은 너무나 귀했고 나무껍질과 솔방울, 솔잎 가지가 전부였지만 아이들에게 온전히 내맡기기만 해도 풍성한 물감 놀이가 되어 아주 뿌듯했더랬다!



아이들이 어려서 붓을 이용해 그림을 그리는 것이 아직 서툴고 재미를 못 붙인다면 아예 맘껏 만지고 놀라고 거품 물감이 더 나은 것 같다.

그리고 다시 한번 느꼈지만 내가 아이들에게 작정하고 사주는 것은 기대만큼 활용하지 않는다는 것. (그렇게 엄마 혼자 상상하는 대로 놀지 않는다는 것을 봐놓고 또 괜한데 돈을 썼다.)

다양한 모양의 붓들과 롤러 같은 도구들은 호기심이 해소되는 순간 끝이었다.

아이들이 놀이를 만들고 자유롭게 물감을 갖고 노는 데는 장비가 따로 없다.

아이들의 상상력을 훨씬 자극하는 효과를 주었던 우리가 주워온 자연 장난감은 예외지만.

작은 솔방울에 크림을 묻혔다며 찍고 노는 둘째와 나무껍질과 솔잎, 솔방울의 질감을 고스란히 느끼며 노는 첫째의 다른 놀이 모습을 지켜보는 재미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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