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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타샤할머니 Jun 26. 2020

천천히 느껴보며 놀게 해주는 것이 핵심!

밀가루 놀이


그동안은 화장실에서만 갖고 놀아서 밀가루 놀이는 촉감놀이에 그치는 게 다반사였다면

코로나로 집콕이 길어지면서 장만하게 된 놀이매트를 이용하고부터는

한번 밀가루를 쏟는 날엔 아주 끝장을 본다.

사진으로 보니 밀가루 인심 좀 팍팍 쓸 것을... 싶다.

너무 궁색해 보여.....



밀가루를 손으로 쓸며 길을 만들고 있다는 첫째의 말에 미니카 몇 개를 던져 주니 둘 다 놀이에 흠뻑 빠졌다. 

지켜보고 있다가 내가 이렇게 좋은 타이밍에 제대로 보조해준 거 같으면 세상 뿌듯하다.


이런 식으로 계속 놀이가 이어지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이렇게 잘만 놀아준다면!
치우는 건 일도 아니지~  


내 경험상 물을 한 번에 많이 주면 안 된다. 

아이들은 무조건 한 번에 다 부어버리기 때문에 놀이가 금방 끝나는 경우가 많다.

천천히 느껴보면서 노는 것이 

이렇게 하면 더 흥미로울 거 같다든지 어떻게 노는 게 재밌을지 

아이가 스스로 생각하는 시간이 되는 것 같다. 

물감물을 조금씩 떨어트려보며 가루가 질어지는 것을 느끼고 발로도 문질러보며 최고조로 몰입한다.

그리고 둘째가 낮잠 자러 들어간 사이 

첫째는 적당한 질기로 반죽을 해서 자기만의 요리 세계에 푹 빠져들어 있었다.  



며칠 뒤 매일 집에 있으며 하루하루 놀이를 돌려 막다 보니 어느새 주기가 돌아왔다. 

벌써 밀가루 놀이하는 날이야? 싶은데

클레이나 찰흙이나 결국엔 비슷한 느낌이라 그렇지 따지고 보면 밀가루 갖고 논지는 또 한참 됐다. 

세 살 둘째는 물론이고 다섯 살 첫째에게도 밀가루는 여전히 기분 좋은 최고의 촉감놀이 재료이지만

오늘은 좀 더 색다르게 놀아보자!



우선 집에 있는 채반이란 채반은 죄다 꺼내놓고 밀가루를 처음부터 쏟아주지 않았다.

저번에 문구점에서 잔뜩 사 왔던 검은 도화지에 손과 발부터 시작해서 내가 급하게 색종이에 그려 만든 모양틀과 장난감을 올려놓고 채반으로 밀가루를 살살 뿌려주었다.

밀가루를 뿌릴 때에도 나중에 틀을 걷었을 때가 기대되는 눈치.

도화지에 여러 개를 올려 시간이 길어져도 침착하게 기다리는 모습이 참으로 이쁘다.

직접 틀을 걷어 결과물을 보여주고 싶어 하는 첫째는 밀가루가 흐트러져 모양이 찌그러지지 않게 걷으려고 자신 최고치의 집중력과 섬세함을 발휘했다. 

나중엔 짧은 시간에 보고 싶어 하나씩 올리며 혼자서 몇 번이고 반복하더라는.

더욱 무한 반복했던 건 물 그리기.

아직은 그림 그리기에 능숙하지 않지만 검은 도화지에 손가락으로 물을 찍어 그리고 밀가루를 털어내어 진해진 그림을 확인하는 것은 마치 마술 같은 일이었나 보다.

물 그리기를 하다가 사용하는 물의 양이 많아지면서 자연스럽게 밀가루 놀이의 종착지 반죽 놀이로 들어갔다.

발로 하는 게 제일 쉽고 빠르게 반죽하는 방법이라는 것을 아는 것마냥 신나게 밟으며 능숙하게 반죽을 마치고 

쿠키 틀로 먹을 수 없는 쿠키를 열심히도 찍어내셨다.


잘 놀아주어 고마워, 건강하고 씩씩하게 커주고 있어서 정말 고마워, 

계속 지금처럼 밝게 커주기를 부탁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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