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오늘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소국 May 17. 2024

우리는 참고 있을 뿐. 괜찮지 않다._24.5.17

70년대가 그대로 재현되는 현실.

구조는 변하지 않았다. 대안학교에 와서 느낀 점은 그것이었다. 나는 예수님을 믿는 이유는 믿음이 나를 자유케 한 사실이 정말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신기하게 교회라는 구조가 날 가뒀다. 신기하다.


구조 탓을 하고 싶지 않다. 나라는 사람도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다는 뜻이겠지. 끝없는 대물림으로 만들어진 사회와 구조 속에서 어느 정도의 마찰과 어려움이 있지만 잘 견디며 사는 사람도 있기에 정말 구조만의 탓은 아닐 거라고 본다.


그런데 적어도 나는 어렵다.


이해가 안 된다.


학교라는 프레임이 권위를 만들고, 누가 뭐라 하지 않아도 그 권위에 질서가 세워지고, 질서는 사람을 위축시켰다. 질서가 누구를 위한 질서일까. 절대 아동을 위한 질서는 아니라고 생각된다. 지금 학교 안에서 일어나는 모든 문제는 누적이 되었을 뿐 언제 터져도 이상하지 않다. 이상한 터짐에 교직원들이 놀라지 않는 이유는 모두가 느끼고 있었기 때문 아닌가. 심지어 외부에서도(학부모도) 느끼고 있다.


개인의 미성숙함과 신앙과 학교가 모두 섞인 기분이다.


갇혀버렸다.


이 느낌을 받으면 이제는 뭔가 선택할 자유가 없어져버리는 것 같다. 그럼에도 말할 수 있는 용기를 내야 하는 구조와 분위기가 옳으냐?


이미 틀렸다는 결론이 났는데, 난 무엇을 바라고 이곳에 있을 것인가?


그리고 바보가 아닌 이상 모두가 느끼고 있는 이 잘못된 현실을 어떻게 바로잡을까? 왜 난 이 시점에 세월호가 떠오를까? 우리는 세월호가 기가 막힌 사건이라면서 그걸 또 반복하고 있다는 사실을 망각하며 산다. 가정에서도 세월호 사건이 일어나고 있다. 학교에서도 세월호 사건이 일어나고 있다. 가라앉고 있다. 망망대해에서. 그런데 선장도 이상한 말을 하고, 아이들도 멈춰있다. 그 말만 믿고.


우리의 구조가 딱 그렇다. 다 속여도 나 자신은 속일 수 없어서. 나 조차도 구조에 찌들어버려서 괴롭다.

매거진의 이전글 예수동행일기 대신 술과 생각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