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오늘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소국 Jan 07. 2025

노력의 방향_25.1.7

무엇을 노력해야할까?

참 인생이 쉽지 않다.


박물관의 한 선생님이 말씀하시길, <다들 배려하고 있어>라고 말씀하셨다. 이 말의 뜻이 뭔가. 우리는 서로를 배려하고 있다는 것이다. 단지 나에게 그게 배려처럼 느껴지지 않았을 뿐.


방어적 태세로 직장생활을 하다 보면, 결국 팀으로써 승리를 얻는 게 아니라, 조직이 망한다. 겉으로 보이기에는 나이스해 보여도 마음은 떠난다. 이유는 다들 각자의 성을 쌓기 때문이다. 신뢰하지 못하는 관계로 일하다 보니 떠나게 된다. 일적인 관계라 하지만 일적으로 서로 믿을 수 있는 관계가 되지 않으면 떠난다.


최근에 또 가족이 대판 싸웠다. 이유인즉슨 어머님의 말투. 평생에 걸쳐 사용한 말투와 뉘앙스가 바뀌겠냐만 나는 참지 못했다.


그리고 냉전은 계속되었다.


약 3주쯤 말을 섞지 않았다. 문제는 내 마음이다. 왜 이렇게 불편할까. 이 와중에 남편은 해외여행을 계획한다. 나를 위한 배려라기보다 자기가 가고 싶었던 게 아닐까 싶다. 겸사겸사겠지 싶다. 그런데 나는 어머님의 섭섭함이 또 마음에 걸린다.


늘 섭섭하시다. 어머님은. 이렇게 해드려도 저렇게 해드려도. 그 마음을 모르는 것 아니나, 정신없이 하루를 보내는 두 부부는 사실 그렇게까지 어머님 마음을 헤아릴 여력이 없다. 그러다 보니 예민해진다.


그래. 이건 핑계일 수도 있다. 어머님 덕에 해외여행 가는 것도 맞다. 우리가 밖에서 살았으면 과연 해외여행을 엄두나 낼 수 있었을까? 남편이 내 얘기를 들어줌으로 그나마 이곳에서 견딜 수 있었던 것도 맞다. 그리고 어머님 스스로도 조심하시는 게 보이나, 그 기질은 어쩌지 못한다.


여러 차례 고민했다. 무례하고 싶지 않은데, 무례하게 행했다. 이미 엎질러진 물.


<무엇이 옳을까? 나는 어떻게 행동해야 할까?>


일단 사과하고 싶지 않았다. 나는 도리와 의무로 어머님을 대하고 싶지 않았다. 가족은 도리와 의무가 아니라 신뢰의 관계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 가족을 만들고 싶었다. 그런데 어째 우리는 도리와 의무만 남은 가족이 되어버렸을까. 도리와 의무는 방어적 태세로 일하는 직장과 다를 바가 없다. 우리는 더 깊은 관계를 원한다. 그런데 그 방법을 모른다.


해외여행을 우리만 가자는 남편에게 나는 어머님이 섭섭해하실 거라고 나 같아도 그럴 것 같다고 얘기했다. 이미 여러 차례 얘기했다고 하는 남편. 그 이야기의 뉘앙스로는 별로 어머님이 이번 여행에 같이 참여하지 않았음 하는 뉘앙스 같았다. 나 같아도 아들이지만 얄밉겠다 싶었다.


며느리의 역할이라는 게 어디까지인지 싶다.


이런 것까지 생각해서 세심하게 살펴야 하나.


그런데 난 그런 며느리가 못된다. 인생은 각자도생이라 생각하다 보니, 관계도 각자 알아서 맺자 하다 보니, 엉망진창 가족이 되었나 싶기도 하다.


배려는 때로는 독이 된다. 나는 어떠한 말을 해도 남편을, 어머님을 편안하게 하지 못할 것이다. <이번 여행은 우리끼리 가자>는 남편은 이미 피곤한 기색이 얼굴에 가득하다. <어머님은 섭섭하실 거야. 1년 뒤에는 주재원까지 계획한다고 하면서.. > 주재원이 되든 안되든 어머님 입장에서는 부부의 마음이 느껴져서 섭섭한 건 다른 차원이다.


어머님께 식사를 차리면서 말을 붙여보려고 했다. 그런데 어째 쉽사리 입이 안 떨어진다. 막상 어머님 앞에 서니, <이건 어머님을 위한 게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이 여행을 정말 원하실까? 어머님이라고 마냥 우리가 좋기만 할까. 이렇게 된 마당에 여행이 가고 싶으실까.


남편에게 호기롭게 말을 했다만, 남편에게도 금세 미안한 마음이 든다. <어머님을 괜히 들먹였나. 조용히 여행 간다고 할걸>


배려라는 건 참 쓸데없다. 차라리 내가 정말 원하는 걸 잘 알아차리고 얘기하는 게 낫지. 노력을 하더라도 쓸데없는 노력 말고 방향이 정확한 노력을 하고 싶다. 화목한 가정을 꿈꾼다면서 <미안하다. 죄송하다> 말 한마디가 그렇게 자존심 상한다면 그게 과연 가능할까 싶다. 사실 나는 사과를 드리고 싶다기보다 진심을 전하고 싶었다. 요구사항이 아니라 우리가 서로를 더 존중하고 더 깊이 헤아릴 수 있도록. 너와 내가 다름을 인정하고 더 깊이 이해하며 지내도록. 우리는 같은 지점을 바라보는 한 팀이지 않냐고 얘기하고 싶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