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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슈히 Mar 29. 2020

<바이올렛 에버가든 - 영원과 자동 수기 인형> 후기

**본 글은 영화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영화 <바이올렛 에버가든 - 영원과 자동 수기 인형> 메인 포스터


쿄토 애니메이션 TV 시리즈인 <바이올렛 에버가든>의 후속으로 나온 <바이올렛 에버가든 - 영원과 자동 수기 인형>은 크게 두 파트로 나뉘어 스토리가 진행된다.

TV 시리즈는 아주 어릴 적부터 군인, 병기로 훈련받아 전쟁 속에서 명령에만 움직이던 삶을 살던 주인공, '바이올렛 에버가든'이 전쟁이 끝나고 편지를 대필하는 자동 수기 인형이 되면서 사람의 감정을 배우게 되는 이야기이다. 여러 의뢰를 받으며 다양한 '사랑'에 대해 알게 되고, 자신의 사랑까지도 그제야 깨닫는다. 매 화 새로운 의뢰를 받은 바이올렛이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점점 성장해 나가며 스스로의 마음속 응어리도 풀어낸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고 슬픔조차 제대로 느끼지 못해 멈춰 있던 바이올렛이 한 발씩 앞으로 나아가게 된다.



영화 <바이올렛 에버가든 - 영원과 자동 수기 인형> 스틸 이미지 (이자벨라)


TV 시리즈의 외전 극장판인 <영원과 자동 수기 인형>은 바이올렛이 C.H 우편사에서 1년간 편지 대필 의뢰 일을 한 이후, 어느 정도 사람의 감정을 이해하고 상식적으로 살 수 있게 된 때의 이야기이다.

기숙학교에서 정해진 미래만을 바라보며 원치 않는 생활을 해야 하는 '이자벨라'는 자신의 시녀로 온 바이올렛이 자신과는 다르게 자유로이 어디든 갈 수 있다는 사실이 부럽기도 하고 못마땅하기도 하다. 그러나 바이올렛 역시 이자벨라와 마찬가지로 고아 출신에, 보고 싶은 사람을 더 이상 볼 수 없는 상황에 놓여있음을 알고 점점 마음을 열어간다.

3개월간 함께 생활하며 자매처럼 친한 친구가 된 두 사람은 어느 날 이자벨라의 장난으로 수업에 늦게 되는데, 이자벨라는 함께 달리는 바이올렛에게 어디로든 떠나자고 말한다. 그러나 바이올렛은 어디로도 갈 수 없다고 답한다. 악의 없이 말하는 바이올렛의 한 마디에 이자벨라는 그 순간 다시 한번 깨닫는다.

자신은 동생 테일러를 지키기 위해 스스로 자유를 버렸음을. 더 이상 에이미 버틀렛이 아닌, 이자벨라 요크가 되었음을.



영화 <바이올렛 에버가든 - 영원과 자동 수기 인형> 스틸 이미지 (바이올렛, 이자벨라)


바이올렛과 함께 참석한 데뷔탕트에서, 춤을 추던 이자벨라는 천장에 그려진 새를 멀거니 보다 결심한다. 그 장면에서 이자벨라는 아마도 자신이 더 이상 날아다니는 새가 될 수 없다는 것을 납득하고, 직접 동생을 만나러 갈 수 없다는 것을 받아들였던 것 같다. 그래서 데뷔탕트가 끝나고 이자벨라는 바이올렛의 도움으로 '테일러'에게 편지를 쓴 것이다.

테일러에게 전해진 편지에는 짤막한 두 줄 만이 적혀 있었다. 짧다는 말에 오랜만에 동생에게 하는 연락인데 왜 짧게 보냈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건 사실 편지 내용을 들은 후에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직후 이자벨라의 설명이 붙으면서 이자벨라의 마음이 이해가 되고 울컥했다.


"이건 너를 지켜 줄 마법의 주문이야.

『에이미』

그냥 그렇게 불러보렴."


이자벨라가 테일러를 위해 버린 이름. 다시는 불릴 일 없는 이름. 그리고 그 이름만 이해할 아직은 너무도 어린아이. 그 이름이 테일러를 외로움으로부터 지켜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걸 안 이자벨라는 테일러에게 가장 필요한 한 마디를 남긴 것이다.




영화 <바이올렛 에버가든 - 영원과 자동 수기 인형> 스틸 이미지 (테일러, 바이올렛)


2막은 바이올렛이 이자벨라를 만나고 3년의 시간이 지난 후, 테일러가 C.H 우편사를 찾아오면서 시작한다. 이자벨라의 편지를 받았던 테일러는 우편배달부가 행복을 전달 해주는 사람이란 생각으로 우편배달부가 되고 싶어 한다. 아직 글자도 제대로 읽지 못하던 테일러는 우편배달부의 수습 일을 하며 사람들에게 행복을 전달하는 것에 뿌듯함을 느낀다.

그러나 밝게 배달부 일을 하던 테일러는 아직 혼자 자는 것을 무서워하는 어린아이였다. 언니와 함께 했던 추억이 사라져 가는 것이 두렵던 테일러는 바이올렛의 도움을 받아 이자벨라에게 편지를 쓰기로 한다. 그리고 테일러의 배달부 스승인 '베네딕트'의 노력으로, 결혼 후 행방이 묘연한 이자벨라가 사는 곳을 알게 되고 테일러는 베네딕트와 함께 자신의 편지를 언니에게 전하러 간다.


"나는 에이미 버틀렛의 동생, 테일러 버틀렛입니다."


그 한 마디에 애써 마음속에 묻어두었던 그리움이 터지며 이자벨라는 눈물을 흘린다. 에이미는 이제 없지만, 테일러는 에이미에게 받은 이름으로 계속 살아가고 있다. 여전히 에이미를 마음에 품고 있다고 전한 것이다. 그리고 편지를 읽고 우는 이자벨라를 숨어서 지켜보던 테일러는 언니와 함께 했던 추억들이 떠올라 덩달아 눈물을 흘린다. 


영화 <바이올렛 에버가든 - 영원과 자동 수기 인형> 스틸 이미지 (테일러)



결혼 후 두문불출하며 어두운 옷을 입던 이자벨라는, 밝은 옷을 입고 밖으로 나가 테일러를 큰 소리로 불러본다. 이자벨라는 테일러에게 답장을 보낸다는 생각만으로도 입었던 옷만큼이나 어두웠던 마음에서 다시 밝게 웃을 수 있게 되었다. 

테일러를 그리워 하면서도 이름을 부를 수 없던 이자벨라는 편지를 통해 테일러를 다시 한번 불러 본다. 희미해져가는 추억 속에서 쓸쓸하고 외로울 때마다 에이미라는 이름을 읊었던 테일러처럼, 외로웠던 이자벨라에게 테일러라는 이름 역시 마법의 주문이었던 것이다. 서로의 이름을 부르는 것만으로도 두 사람의 인연은 영원한 것이다.



영화 <바이올렛 에버가든 - 영원과 자동 수기 인형> 스틸 이미지 (바이올렛)


<바이올렛 에버가든 - 영원과 자동 수기 인형>은 TV 시리즈의 한 에피소드처럼 새로운 인물이 등장하고 바이올렛을 통해 상처를 치유하거나 마음속에 맺힌 감정을 해결하는 이야기였다.

TV 시리즈를 다 본 후 든 생각은 아직 보고 싶은 이야기가 더 있다는 것이었다. 우편사에서 함께 일하는 인물들의 러브라인이나 앞으로 바이올렛의 행보가 더욱 궁금했었다. 그런 면에서 이번 번외 극장판은 또 다른 감동을 주기는 했으나 궁금증을 완전히 해소해 주지는 않았다. 그래서 나의 궁금증은 앞으로 개봉할 <바이올렛 에버가든 극장판>에서 해소해 주길 바라고 있다.


번외 극장판에서는, 밤이 되자 전기를 사용하게 된 거리의 가로등이 자동으로 켜지는 장면이나 커다란 전파탑이 세워지는 장면들을 통해 전쟁이 끝나고 4년이 지난 도시가 전쟁의 피해를 신속히 복구하며 빠르게 발전해 나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또한 자동 수기 인형이 결혼을 하고도 자신의 일을 그만두지 않는 장면들로 시대가 계속해서 변하고 있음을 보이며 앞으로 나올 극장판에서는 어떤 이야기를 풀어갈지 기대감을 주기도 한다.

<영원과 자동 수기 인형>은 번외 극장판이라는 이름을 달고 있지만 TV 시리즈와 이어진 모습을 보여주며 앞으로의 극장판을 기대하게 만들고 있다. 무엇보다 번외에서 보여준 새로운 이야기는 번외라고 부르기에는 너무나 부족할 만큼 감동적이었다. 이후 보게 될 극장판이 더욱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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