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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지선 Jan 14. 2021

주인님! 이러시면 아니되옵니다.

방콕에서 재미있게  보내는 방법

 

우리 집 집사로 취업한다.

퇴근 후

 1. 하루 한번 즐거웠던 추억을 떠 올린다.

2. 계절의 변화에 귀 기울이다 (가능하면 적기)

3. 안부 전화를 자주 한다 


날아다니던 새를 갑자기 새장에 가둔다면 어디론가 나가기 위해 창살을 향해 미친 듯이 

날갯짓을  할 것이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집을 무지 사랑하는 방콕이 취미인 분들을 빼고 모두 허탈하고 허망하고 허전하다.

못 나가게 할수록 더 나가고 싶은 것이 사람의 심리이다.

유튜브에 유럽 어디인가 개 탈을 쓰고 거리로 나온 사람 사진을 보았다.

사람 닮은 흰 푸들 같은 개의 탈을 쓰고 경찰을 속이고 거리를 기어가고 있는... 

얼마나 나가고 싶었으면 개탈까지 썼겠는가.  

처음엔 안절부절  이방 저 방을 오고 갔다. 외출할 일이 없으니 너무 아무렇게나 사람이 무너진다.

해지면 슬슬 우울해지고 슬퍼지기까지 한다 코로나 블루인가.

 어떤 땐 옷을 한번 빼 입어보고 다시 벗어놓는다.

직장생활을 하는 것도 아니지만 그렇다고 완전 백수라고 보기가 어렵다.

대외적으로 화가. 작가  그리고 취미로 성악공부를 해서 무대에도 여러 번 올랐으니 호호 성악가라고 해야 하나

또 몇십 년 동안 부엌에서 밥한 경력, 어지간한 손님 접대한 경력 또한 만만치 않다. 일정 수입은 없지만 내 경력을 너무 무시하며 비관하고 싶지 않다.   요즘은  마트 갈 때나  어머니 간병 갈 때 쓰이는 정도이지만 운전 경력도 만만치 않다.  비관하지 말자. 나 괜찮은 여자이다. 잘 살아온 사람이잖아 

미술관도 문을 닫고 공연장도 문을 닫고 취미생활 모임 모두 개점휴업상태이다.

 문을 닫지 않은 곳은 집 밖에 없다.

그래서 생각을 바꾸기로 했다.

나의 둥지로 내가 출근하는 것이다

마당에라도 나왔다가 집으로 출근하는 것이다.

가능하면 월급을 책정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일 듯해서  

 내일당을 하루 그래도 십만 원이라고.... 파출부 하루 쓰려면 최소 십만 원 주어야 하지 않는 가

토일 빼고 5일 해서 200만 원 정도 받고  하면 자부심을 가지고 일을 할 것 같다. 

. 집안 청소와 세탁과 그리고 식사 준비 등 등  그 돈만큼 성의를 가지고 일하기로

그런데 나의 집에 집사로  내가 출근을 해보니 

집주인이 누군지 모르지만 참 엉망이다 

책상에 쌓인 먼지 서재엔 책이 아닌  별게 다 꽂혀있다.

주인님 이러시면 안 됩니다. 이 고무장갑은 서재의 책꽂이에 꽂을 물건이 아니에요

주인님 이 옷 작년 여름옷이 아직 여기 걸려있네요

주인님 냉장고에서 유통기한 지난 것들이 잔뜩있네요

여기저기 치우고 제법 깨끗해진 방에서 이제야 커피 한잔을 뽑아놓고

주인님 차 드세요 원두커피 뽑았어요.

'호호 이번에 온 가사도우미가 참 일을 잘하네요. 원두가  딱 입에 맞아요'

참 마당에 개밥과 물도 좀 챙겨주시고 쓰레기 분리수거도 부탁합니다.

'알겠어요 주인님 '

직장이 있으나 돈을 많이 벌거나 못 벌거나 먹고 버리고 IN- PUT이 있으면  OUT -PUT이 있게 마련의 법칙 

퇴근을 5시 정도로 잡았다.

 '주인님  일다 끝냈습니다. 저녁을 차려 놓고 퇴근하겠습니다.'

그리고 맘대로 풀어진다  침실에 가서 TV를 켜고 마음 놓고 게으름을 부린다.

나름 멋지다 

 퇴근을 침실로 해서 비교적 편안하게 티브이도 보고 게으름도 부린다

카톡에 댓글도 달고 안부전화도 하고  어린 시절 즐거웠던 추억도 떠 올리고 심지어 주인 흉도 본다

해지는 저녁 창밖의 풍경은 아직 코로나 전과 동일하다 인간이 아플수록 지구는 살아나는 것일까?

 언젠가 코로나가 종식되면 더 좋은 직장을 찾아가기 위해 나 자신의 값어치를 올려놓아야겠기에 

작업과 독서를 병행하기  나름 괜찮은 직장생활즐기며.......

호호  나의 특기가 편집의 달인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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