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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afka Jun 22. 2023

교과서를 안쓰는 교사가 좋은 교사일까요?

"현행 교육과정은 배워야 할 분량이 많고 난도가 높으며 학생들의 실생활이나 사회의 요구에 적합하지 않기 때문에 현장 교사들의 전문성에 기초해 교육과정을 재구성해야 하는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교육과정-수업-평가>


  교육과정 재구성에 대한 학교 내외의 요구가 거셉니다. 교육과정 관련 연수에서 재구성에 대한 이야기가 안 나오는 경우가 거의 없을 정도입니다. 그런데 때로는 이 요구가 지나쳐 재구성 하는 교사는 유능하고 노력하는 교사, 교과서로 가르치는 교사는 게으르고 구태의연한 교사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그러나 현행교육과정이 분량과 난이도가 적절하지 않고 실생활과 사회의 욕구를 충족시키지 못한다면 교사들에게 재구성의 책임을 미룰게 아니라, 교육과정을 새로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요? 교과서를 금과옥조처럼 여기는 과거의 교육과정관이 옳다는 것이 아닙니다. 그러나 과정에 대한 고민 없이 재구성이라는 방향에만 매몰되어 있는 현재의 분위기는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이 글에서는 효과성과 효율성이라는 관점에서 교육과정 재구성을 다시 살펴보고자 합니다. 



   첫째. 교육과정 재구성은 학생 학습에 효과적인가? 아닐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합니다. 교과서를 개발하는데는 대략 2년 정도의 시간이 걸립니다. 집필하는데 1년, 그리고 검토에 1년. 이 기간 동안 교과서는 원고본-수정본-검토본-결재본의 과정을 거치며 계속 수정됩니다. 검토에 참여하는 선생님만해도 수백명입니다(전국 13개 교과연구회, 5개 부설학교). 박사 또는 박사과정에 있는 여러 선생님들이 1년 동안 집필하고, 전국에 있는 수백명의 선생님이 검토해서 만든 자료 보다 내가 몇시간 고민해서 만든 자료가 우수하다고 단정 할 수 있을까요?  


  

  둘째. 교육과정 재구성은 교사의 수업 준비에 효율적인가? 앞서 이야기한 것과 같이 국가에서는 교육과정 질 유지를 위해 막대한 인력과 예산, 시간을 투자해 교과용 도서를 개발 합니다. 그런데 이미 개발된 자료를 배제하고 교육 내용의 선정과 조직까지 새로하는 것은 시간 낭비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초등교사의 경우 개발한 자료를 한 차시 밖에 사용하지 못한다는 점을 생각하면 낭비는 더욱 크게 느껴집니다. 각종 업무 처리와 생활지도로 바쁜 교사들에게 매차시 수업할 자료까지 만들라고 하는 것은 비현실적 요구입니다. 개인적인 경험에 의하면 교과서 수준의 자료를 개발하는 것은 한 학기에 10차분 정도가 한계라고 생각합니다.



  작곡가는 곡을 만들고, 지휘자는 작곡가가 만든 곡을 연주 합니다. 그러나 같은 악보를 본다고 모든 지휘자가 연주하는 음악이 같지는 않습니다. 악보에 나타나있지 않은 많은 부분을 지휘자가 자기 나름의 방식으로 해석해 연주하거든요. 좋은 교사는 좋은 작곡가라기 보다는 좋은 지휘자일 것입니다. 중요한 것은 단원들과 함께 좋은 음악을 연주하는 것이니까요. 저는 모든 교사가 작곡가가 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주어진 여건을 미루어 봤을 때 현실적이지도 않고요. 따라서 가르칠 내용을 완전히 새롭게 구성하려 하기 보다는, 지휘자가 악보를 바탕으로 자기만의 해석을 덧붙이듯 교과서를 학급 아이들의 특성과 여건에 맞게 변형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일부 교사는 재구성을 통해 보다 수준 높은 교육을 실현 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경험과 능력, 열정이 있는 소수의 교사만 성공할 수 있는 방향이라면 옳은 방향이 아닐 것입니다. 교과서를 금과옥조로 여기는 것 만큼이나 무조건 거부하는 것도 어리석은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효과적이지도, 효율적이지도 않은 비현실적 요구를 무턱대고 따르기 보다는 반 아이들과 학급 여건을 살피어 취사선택 할 수 있는 교과서 문해력을 길러야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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