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는
당장의 순간이 불편하다고
무턱대고 직진하기만 하면
이내 공격으로 변심해 더 큰 충돌을 부르고,
나의 말을 오해한 것에 대한 서운함을 앞세워
이 각 저 각 따지다가
또 다른 곡해로 번지기 쉽다.
억울한 마음에
망설임이라는 뜸까지 들이다 보면
사과의 행방은
쉽게 묘연해지거나
아예 놓쳐버리기도 한다.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한 가지는
세상 어느 누구도
내 마음 같을 순 없다는 것.
지나온 시간을 한순간에 망가뜨리지 않기 위해서는
내 말이 틀리지 않음을 되짚기보다
서로 다르거나
혹은 몰랐던 마음의 길을 찾아야 한다.
그래야 진짜가 아니었던 말에 속지 않고,
기어코 보지 않으려 했던 진심을 찾을 수 있다.
대부분의 사과는
잘잘못을 따진 판결에 대한 패배 선언이 아니므로
먼저 사과했다는 것이
전적으로 잘못한 사람이라는 인정이 될 수는 없다.
오히려 그것은 자신보다 상대의 입장을
더 가늠했기에 가능한 고백에 가깝다.
그러므로 그 고백에 대한 대답은
깔끔한 용서보다는
살가운 시인으로 되돌아와야 한다.
나 또한 몰랐다고.
나 역시 놓쳤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