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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리니 Aug 28. 2023

말세에 대한 기록 (1) - 기후, 혐오

말세가 오는가 싶어 써두는 기록

 요즘 뉴스가 유튜브 피드를 덮고 있다. 주로 안 좋은 이야기들이다 (부정적인 이야기는 이목을 참 잘 끈다). 좀 더 어렸을 때는 뉴스는 5분도 보고 있기 힘들었는데, 이제는 뉴스도 나름 잘 감상한다. 옛날에 어른들이 아침마다 신문도 보고, 뉴스도 챙겨보고 그렇게 세상 돌아가는 모양을 감지하며 살아가는 모습을 자주 봤는데, 이제 나도 조금씩 그 재미를 알아가는 건가. 


 주변 환경을 살피는 것은 생존에 꼭 필요함을 두말할 것도 없고, 거기에 더해 개인으로서 스스로가 속한 사회 집단의 정세나 사건 사고를 알기 위해 집중력과 기억력을 할애하는 것은 지극히 호모 사피엔스 다운 행동이기도 하다. 유발 하라리는 저서 <사피엔스>에서, 호모 사피엔스가 여러 인종들과의 생존 경쟁에서 승리한 이유는 사회성이라고 했다. 허상의 것을 만들고 나누고, 대상화하기도 하며, 이를 바탕으로 공감을 얻기도 한다. 허상의 것(국가, 사회, 종교, 법인, 법, 돈, 분위기, 유행 등)의 변화를 감지하는 것은 사피엔스로서는 사실상 당연한 생존 행위다. (한국사회는 '눈치'가 기본 소양으로, 이 부분에서는 특출 난 면이 있는 것 같다.)


 그렇지만 아쉽게도 사회의 진짜 모습을 아는 것은 너무나 어려워서, 세상을 비추는 여러 창(지상, 공중파 방송, 유튜브, SNS 등)을 현명하게 활용할 따름이다. 통계학에서 가장 기본이 되는 개념인 모집단은 실제 정보를 가지고 있는 전체 집단을 말한다. 그리고 이 모집단의 실제 특성은 알기가 매우 어려우며(투표율 100% 달성하는 사례를 찾기 어려운 이유), 통계학은 표본을 통해 이를 잘 맞추게 하는 방법들을 다룬다. 사회의 모습을 알기 위해서는 아쉬운 대로 여러 정보들을 통해 추측을 잘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통계학을 공부하는 것도 도움이 될 것 같다. 공부 좀 해야겠다).


 나의 경우, 유튜브에 거의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는데, 유튜브를 통해 바라본 세상의 모습의 키워드는 기후 변화, 그리고 혐오다. 


 기후 변화에 대한 정부 간 협의체(IPCC)에서 2015년~2023년 조사하고 정리한 정보를 바탕으로, 6번째 보고서를 발행했다. 요약된 내용을 보면, 이번 보고서 내용의 핵심은 인간 활동에 의해 평균 기온이 상승하는 인과 관계가 확실하다는 것, 그리고 지금부터 획기적인 노력을 통해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더라도 재앙을 막기는 어렵다는 내용이 있다. IPCC에 따르면, 산업화 이후 시점(온도를 측정한 이후)을 기준으로, 평균 기온이 섭씨 2도 이상 상승하면 살기 어려운 환경이 될 것이므로, 섭씨 1.5도 증가를 상한선으로 제한해야 한다. 1.5도 상한선을 넘게 되면 온난화에 따른 지구 생태계 변화 및 해안선의 변화를 더 이상 막을 수 없다고 한다. 


 IPCC AR6 WG1

 

대한민국 기후환경과학외교국이 이 보고서를 정리해 보도한 자료에 따르면, 

  ○ 지속되는 온실가스 배출로 인해 온난화가 심화되어 거의 모든 시나리오에서 가까운 미래(2021~2040년)에 1.5℃에 도달할 것이다.

  ○ 전 지구 지표온도의 상승을 제한한다 하더라도 해수면 상승이나 남극 빙상 붕괴, 생물다양성의 손실 등 일부 변화들은 불가피하거나 되돌이킬 수 없으며 온난화가 심화될수록 급격하거나 비가역적인 변화가 일어날 가능성은 높아진다. 

  ○ 온난화가 심화되면서 손실과 피해는 증가할 것이며 더 많은 인간과 자연 시스템이 적응 한계에 도달할 것이다. 오 적응은 유연하고 다양한 분야와 넓은 범위에서 장기적인 계획의 수립과 이행을 통해 극복할 수 있다.

  ○ 인간이 초래한 온난화를 제한하려면 CO2를 포함한 온실가스 배출이 넷제로가 되어야 하며, 현재의 화석연료 인프라를 활용할 경우 발생할 것으로 추산되는 CO2 잠재배출량은 1.5℃ 목표달성을 위한 잔여 탄소 배출허용량을 초과한다.

https://www.mofa.go.kr/www/brd/m_4080/view.do?seq=373483 

 

 온난화, 기후 변화로 인한 가장 큰 문제는 이상 기후 빈도 증가, 그리고 기상 예측의 어려움이다. 올해, 그리고 작년 여름 한국은 집중 호우(물폭탄..)로 인한 사건 사고가 많았다. 중국도 올해 물난리를 많이 겪었다. 유럽은 40도가 넘는 폭염이 덮쳤다. 칠레는 한겨울인 8월에 사람들이 반팔을 입고 다닌다. 이런 기후 현상들 은인명 피해와 시설물 파괴가 발생하는 등 직접적인 문제뿐 아니라 농업을 비롯해 식량을 생산하는 것이 어려워지는 잠재적인 문제를 동반한다.


 이번 6차 보고서의 발행, 그리고 작년과 올해 급증한 이상 기후 현상이 사회를 어떻게 바꾸게 될까. 20년 전 초등학교에서 세제 대신 비누를 써야 한다던가, 스프레이를 쓰면 프레온 가스가 늘어 오존층을 파괴한다던가 하는 교육을 들었었다. 그럼에도 20년 전과 현재의 생활 모습은 크게 달라진 것 같지는 않다. 스프레이나 세제의 성분이 좀 달라졌나? 오히려 에어컨이 흔해져서 여름이 좀 덜 괴로운 것 같긴 하다. 20년 전에는 에어컨이 그렇게 흔하지 않았다. 학교에도 에어컨이 없어서 고등학교에 가서야 반 마다 에어컨이 설치됐다. 그래도 나름 아나바다 세대라 쓰레기 분리배출도 곧 잘해왔는데 (고등학교에서 3년 내내 분리 수거장 청소 당번을 해서 매년 봉사상도 받았다), 미국에서는 분리배출을 거의 하지 않는 것을 보고 놀랐다. 


 IPCC 보고서에 따르면, 잠정적으로 온실가스 배출은 0이 되어야 한다. 아마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저서 <파라다이스 1>의 한 단편 소설에 나오는 세상의 모습과 가깝지 않을까 싶다. 소설에서는 온실 가스를 배출하는 사람은 모두 교수형에 처해진다. 그런 상황에서, 소설 속 한 인물은 할리 데이비슨의 짜릿한 맛에서 헤어 나오지 못해 결국 잡혀서 처형을 당한다 (낭만 그 잡채). 다가올 미래의 모습이 궁금하다.


 지구의 기온이 오르면서, 사람들의 혐오 수준도 점점 오르는 모양이다. 디지털 공간에서 혐오가 판을 친다. 유튜브 댓글 창만 봐도, 사람들이 혐오를 잔뜩 배설해 놨다. 특정 사건이 보도되면, 그 사건 속의 빌런을 특정하고 그 대상을 향해 혐오를 아낌없이 소비한다. 심지어는 그 대상이 속한 집단 전체를 혐오의 대상으로 삼기도 한다. 초등교사의 안타까운 죽음이 발표되면, 특정 학급의, 학교의, 학군의 학부모들이 혐오 대상이 된다. 때로는 혐오의 대상이 경찰 전체가 되고 공무원 전체가 된다. 물론 유튜브 댓글 창은 합당한 세상의 창(window)과는 거리가 멀다. <HATE>에서 이은주 교수님은 온라인 댓글은 익명성, 그리고 표현 대상에 대한 미인지(비인격화)로 인해 평소보다 더 무례한 발언을 포함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그렇다 하더라도, 그곳이 공적인(open, public) 공간인 점을 감안하면, 현실의 무차별 폭력과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부정적인 메시지를 통해 부정적인 감정이 전이될 수 있고, 심지어는 부정적 메시지를 재생산하게 되기도 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그야말로 커뮤니티의 혐오가 증가하는 것이다. 


 온라인도 온라인이지만, 사실 현실 속 혐오도 늘고 있다. 특히 세대 갈등, 남녀 갈등이 점점 늘어가고 있다. 2021년 도쿄 올림픽 양궁 경기를 통해 별안간 이 사회에 얼마나 젠더 갈등이 만연한지 알 수 있었다. SNL에서 다소 코믹하기 다뤘지만, 직장 내에서 세대 간 갈등도 심하다. 회사들도 이에 대한 문제 인식을 강하게 가지고 있고, 직장 문화 전반을 정비하는데 공을 많이 들이고 있다. 혐오는 온라인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사회 속에 실재한다.   

  

 잘 아는 분야는 아니지만, 혐오는 주로 본질을 가리며, 선동의 도구로 활용하기 쉽다. 나치는 혐오를 통해 장애인, 집시, 유대인 등 1000만 명이 넘는 사람을 죽였다.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는가.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행동 심리학자 대니엘 카너먼의 <생각에 관한 생각>에 따르면, 사람은 고작 단어 몇 개 만으로도 쉽게 행동 경향을 통제할 수 있다. 특히, 자극적인 관념에 노출되면 사람은 쉽게 주의를 빼앗긴다 (편도체 납치). 혐오 메시지는 사람들의 집중을 본질이 아닌 혐오 대상에 두도록 자연스럽게 유도할 수 있다. 


 요즘 혐오에 대한 자정능력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느낀다. 우선 너무 피곤하다. 아침에 일어나서 활동을 마칠 때까지 너무나도 많은 혐오에 노출이 된 나머지, 저녁이 되면 머리와 가슴속이 갑갑하다. 혐오는 온라인 공간에 던져진 메시지들을 통해서도 쉽게 전이되고, 주의를 끌어 본질을 가린다. 자정 능력을 좀 갖춰야겠다.(방법은 잘 모르겠으니 좀 찾아봐야겠다.) 일단 인터넷 커뮤니티(댓글창)에 혐오 발언을 본다면 그냥 무시만 하지 말고 적절한 반응을 해야 사회적으로 자정이 된다는 얘기를 듣기도 한 것 같다. 그런 혐오 발언을 진지하게 생대할 생각을 하면 벌써부터 피곤하니, 간단한 리엑션을 하는 정도가 괜찮을 것 같다 (싫어요. 댓글 신고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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