촬영도 블로그도 헛스윙?!
블로그 글쓰기를 한참 염두해 두면서 살고 있는 요즘, 영화 <어른동화> 촬영을 위해 새벽 3시부터 집을 나섰다. 일출을 찍어야했기 때문에 아직 어두컴컴할 시간이지만 양화대교로 향했다. 가끔 이렇게 일출을 찍거나 새벽씬을 찍을때면 일하는 시간이 새벽으로 앞당겨진다. 나의 직업은 이렇게나 불규칙한 생활패턴에 익숙해지는게 숙명! 양화대교에 도착해 뜨지도 않은 해가 어디서 뜰지 어플리케이션으로 얼른 확인을 해본다. 요즘은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태양이 어디서 몇시쯤 있는지 체크가 가능하다. 그래서 이전에 와본곳이 아니어도 해가 어디서 뜨는지 파악할 수 있다.
양화대교 중간 지점 카메라를 세팅한다. 타임랩스를 찍기위해 인터벌 촬영으로 5초에 한장씩 찍히게 준비한다. 5초당 한 프레임, 동영상은 보통 1초에 24프레임이 필요함으로 120초, 2분간 촬영하면 딱 1초가 나온다. 20분을 찍으면 10초의 결과물을 얻을 수 있다. 결과물의 시간 대비 많은 시간과 공이들어가는 촬영이다. 그러니깐 더욱 더 일찍 준비해서 나갈 수 밖에... 일출은 잠깐의 순간동안 한 번밖에 없기 때문에 더 준비할것들이 많아진다. 일출시간은 5시 20분! 이 일출을 찍기 위해 4시 50분부터 카메라를 돌려놓았다.
한동안 비가와서 그런지 일출이 보일지 안보일지 예상하기가 힘든 상태였는데 새벽시간 컨디션으로만 본다면 일출을 담기 괜찮을 것만 같았다. 약속의 시간 5시 20분... 아무리 기다려도 보이지 않는 태양.. 날은 점점 밝아지는데 태양은 카메라에 담길 생각이 없었다. 너무 날이 밝아져서 모두들 포기했을 때. 이게 왠걸.. 태양이 저만치에서 떠오른다. 그런데 아뿔싸 태양이 카메라 앵글 밖에 위치해있다. 어플리케이션에 뜨는 태양이 뜨는 위치를 잡고 있었다가 사전에 답사왔던 조감독님의 경험으로 해가 뜨는 예상위치 오른쪽으로 옮겨갔는데 (가끔 어플리케이션이 이상할때도 있기 때문에) 그게 화근이었다. 해가 남산방향에서 뜰것이라는 굴뚝같은 믿음이 있었지만 어플리케이션이 옳았다. 화면 밖 왼쪽에서 해가 떠올랐다. 아 이렇게 허탕을 치러 새벽3시에 오지않는 잠을 자보려고 노력하며 30분을 겨우 쪽잠자고 나왔다니..
이 순간에 내 블로그가 생각이 났다. 예상치는 있는데 이게 맞는지 모르겠고 계속해서 어떤걸 생산해나가긴 하는데 손에 잡히지 않아 계속해서 쉐도우 복싱을 하는 느낌.. 디지털노마드로서의 도전이 뭔가 디지털노마드로서의 푸념이 되가는 건 아닌지. 이런 와중에도 촬영중 점심시간에 블로그에 올릴만한 컨텐츠가 되지 않을까싶어 계속해서 가게 사진과 정보를 찍어가는 내모습은 진짜 열심히 쉐도우복싱을 하는 복서같기도 하다. 뭐 어쨌든 쉐도우복싱도 복서에게는 좋은 훈련이 될 터이니 말이다. 점심을 먹고 나오는 길에 메뉴랑 간판 사진을 깜빡했네 하고 아차 싶어 얼른 뛰어가서 메뉴고 간판이고 사진찍는 나를 보며 사장님은 더 많이 예쁘게 찍어가라고 하셨다. 이러한 친절의 조금은 힘이 생기고 재미가 느껴진다. 내 블로그는 형편없지만 파워블로거가 된것 같은 기분도 들고 말이다.
블로그에도 계속해서 쉼없이 쉐도우복싱을 하듯 글을 계속 생산해나갈 예정이다. 언젠간 나의 파이프라인이 되어주길 꿈꾸며 말이다. 각각의 블로그의 10개씩 더 글을 올려놓고 후기를 적어봐야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