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장마차에서
직장 상사와 동료에게 차이고
사귀던 그녀의 양다리에 차이고
세월의 야속함에 차이고 멍든 채
가벼운 주머니로 찾은 포장마차 한구석에 앉아
멍든 속을 풀어줄 소주 한잔 찰랑거리게 따라놓고
아와 오의 중간 발음을 하듯 입을 벌려 한 번에 털어 넣자
목젖은 단 한번 꿀렁거렸다.
소주가 목젖을 타고 내려가는 순간
정수리에서 발끝까지 극한의 쾌락으로 감전되면서
막힌 속이 뻥 뚫리는 듯 ‘캬’ 하는 소리가 터져 나오고
동시에 쓰디쓴 인생을 맛보는 듯
눈 주위를 사정없이 찡그리며 잔을 내려놓고
노가리를 질근질근 씹을 때
목젖은 또 한 번 더 꿀렁거렸다.
알딸딸한 기분으로 그 님들을 축복한 후에
또 한 잔의 소주를 넘칠락 말락 따라 놓고
반은 눈으로 마시고 반은 입으로 마셨을 뿐인데
마음을 비우는 것은 나보다 소주병이 먼저다.
건너편 어느 님이 빈병에 숟가락을 꽂고
구슬프게 카츄샤를 떠나보낼 때
나는 젓가락으로 장단을 맞추다가
더 큰소리로 말해야 했다
"여기 소주랑 노가리 추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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