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공터에 원추리가 피기 시작했다. 개망초도 한창이다. 장마가 지나고 나면 수크령과 부처꽃이 피어날 것이다. 같은 시기에 핀 들꽃들은 어떻게 잡아도 서로 잘 어울린다. 잠깐 비가 그친 사이, 동네를 한바퀴 돌며 원추리와 개망초, 강아지풀을 잘라 왔다. 이름을 찾지 못한 덩굴 종류도 조금 잘랐다. 여기에 집에 남아 있던 클레마티스와 시계초를 더해서 부케를 만들었다.
밑둥이 뚱뚱한 이 부케는 프랑스 플로리스트 까뜨린 뮐러의 디자인이다. 통짜로 떨어지는 장화(botte)의 목 부분을 닮았다고 보뜨부케라고 한다. 까뜨린 뮐러의 수업을 들은 적이 없으므로, 사진만 보고 아마도 이런 느낌이지 않을까 생각하며 만들었다. 어쩌면 구조는 틀렸을지도 모른다. 부케를 잡을 때 내가 알지 못하는 어떤 특별한 기술이 있는지도 모르겠다.
화려해 보이지만 뜯어보면 꼭 그렇지도 않다. 들꽃이 가지고 있는 조촐함이랄까, 수수함이 어떤 식으로든 드러난다. 리넨으로 만든 꾸뛰르 드레스를 입은 여자 같은 느낌이다. 강아지풀은 그동안 별로 매력을 못 느꼈는데, 보송보송한 이삭과 뾰죽한 잎사귀의 대비가 재미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따로 끈을 써서 묶지 않았다. 잘라 온 덩굴로 둘둘 감고 시계초를 한 번 더 둘러 주었다. 꽃가위만 있다면, 들꽃이 가득 피어 있는 풀밭만 있다면 언제든지 만들 수 있다. 만들어서 들고, 보고, 놀다가 풀밭에 두고 떠나면, 또 그대로 자연스럽게 흙으로 돌아갈 여름의 들꽃다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