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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화가족(2013)

by 첫둘셋

https://namu.wiki/w/%EA%B3%A0%EB%A0%B9%ED%99%94%20%EA%B0%80%EC%A1%B1


*줄거리는 나무위키 찾아보세요.


얘 근데 나는 네가 사장된 것도 좋지만 네가 집에 들어오는 게 더 좋아.

엄마는 너한테 의논할 것도 너무 많고.


가족이란 뭘까. 사람들이 손가락질할 정도의 콩가루 집안. 큰 아들은 조폭, 둘째는 쫄딱 망해버린 이혼소송 중의 영화감독, 셋째는 애 딸린 (두 번째) 이혼녀. 오갈 데 없는, 자식농사 대차게 망한 엄마네 집에 자식들이 다시 모여들며 영화가 시작된다.


남매 셋이서 말 끝마다 이 새끼, 저 새끼 하며 욕지거리를 하는 것이 보는 내내 불편했다. 그것도 엄마와 조카 앞에서. 상식 이하라고 느껴지는 부분이 한 두 군데가 아니었지만, 이 셋도 결국 다 같은 피가 아니다(?!). 그러니까 엄마에게도 심각한 윤리적 부도덕성이 있다. 뭔가 그 나물에 그 밥, 콩 심은 데 콩 난 것 같은 느낌이랄까.


나는 상식 밖의 사람들을 좋아하지 않는다. 사람은 누구마다 자신만의 상식 zone이 있다고 믿는데, 이 상식의 울타리가 비슷한 사람이 좋다. 그래야지 불필요한 갈등을 빚지 않고, 관계를 맺을 수 있달까. 적어도 의무교육을 제대로 받고 자라났다면, 그 행동에 어떠한 양식이 있어야 마땅하다 생각하는 입장이기도 하다. 내 주변에는 좋은 사람들밖에 없는데, 왜 그런가 생각했더니만 나는 상식 선이 맞지 않는다고 느껴지면 관계를 절단 내버리는 사람이더라. 굳이 그들을 나의 상식에 맞추고 싶지도 않고, 그렇다고 마냥 그 꼴을 보고 싶지도 않다.


여기 나오는 한모, 인모, 미영이 중 나의 곁에 두고 싶은 사람은 아무도 없다. 일단 셋 다 너무 폭력적이고, 신중하지 못하며, 지 팔자를 지가 꼬는 타입이다. 한모는 조폭이니 태어나서 물리 맞짱 한 번도 안 떠본 나는 패스 하고, 인모는 머리에 뭐 좀 찼다고 방구석에서 고뇌하고 나자빠진 나약한 놈(이긴 한데 박해일 이런 애매하게 지질하고 애매하게 지식인인 거 너무 잘 어울림)이다.


왜냐하면 내가 자존심이 상했거든

너희들처럼 배운 게 없는 놈들은 잘 모르겠지만 원래 사람을 이렇게 다루면 안 되는 거야

우리는 위대한 문명을 창조하고 최소한의 존엄성을 지키며 살도록 제도를 발전시키며 살아왔거든?

너희들이 무슨 짓거리를 하고 살아도 절대 그 사실을 잊어서는 안 돼 이 양아치 새끼들아


라는 인모의 입장에 완전히 동의하지만, 너도 니 아내 내연남 묵사발 만들어 놓았잖아 인모야. 하지만 그 행위 또한 이해 완료. 마지막으로 미영이는 중학생 딸이 있는데 두 번째 이혼을 끝마치고 다시 세 번째 남자를 만나는 남미새. 이럴 거면 애를 낳았으면 안 되는 거 아니냐의 표본. 셋이 그렇게 싸워대지만, 또 밖에서 누가 건드리면 셋이 똘똘 뭉쳐서 서로 보호해 주기 바쁘다. 내 동생은 나만 건드려, 이거 언니 오빠들은 다 아는 마음인 거 맞지?


그래도 나는, 이 세계가 견고하면 좋겠다. 세상 사람들이 뭐라고 욕하고 콩가루라고 손가락질해도, 그들의 가족 공동체는 견고하면 좋겠어. 사람이 살아가는 모습 다르고, 돈도 많고 적을 수 있고, 많이 배우고 못 배울 수도 있지만, 그래도 가족에서 느끼는 절대적인 안정감과 서로를 향한 애정은 다른 곳에서는 배우기가 어렵거든. 부모는 누가 뭐래도 세상에서 가장 날 사랑하는 존재임에 분명하고, 형제는 세상의 파도를 같이 받아내는 방파제이다. 이 감각은 돈이 많고 적음이나 교양이 있고 없음에 따라 다르지 않을 것이라 믿는다. 척박한 꽃에서 피워내는 꽃 한 송이가 더 견고하듯이, 그들의 세계가 조금 더 단단할 수도 있지 않은가.


그 옛날에도 왕들은 자신의 왕위를 위해 자기의 형제와 부모를 죽였지만, 흥부네는 자식 아홉이 서로 돌봐주며 잘 살았다고 하잖아. 그 가족의, 그 세계는 아무도 모르는 거야. 그리고 나는 그 세계들이 모두 평안하고 쉴 만했으면 좋겠어. 서로가 세상에서 어떤 모습이든, 얼마나 잘나고 못나고 계산하지 않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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