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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석훈 Mar 27. 2024

어? 저 옷 나도 있는데

어쩌다 마주친

몇 년 전까지 대한민국 최대 수족관은 지하철이었다. 이 범고래 떼는 한 칸에 5마리 정도씩 무리 지어 다닌다.나이키 덩크 범고래를 전 국민이 신을 누가 알았을까. 흰 검 조합은 클론 패션의 기본값이다. 나이키 범고래, 바시티 재킷, 모나미 패션, 아디다스 슈퍼스타 등등. 유행을 넘어 클론 소리를 들었던 아이템은 대부분 흰 검이다. 왜 유독 우리나라만 이럴까. 좁은 땅, 많은 인구, 타인의 시선을 신경 쓰사회 분위기 때문일까. 


거리에서 같은 옷을 입은 사람과 마주치면 기분이 묘하다. 이 옷이 마음에 들어서 입었고 저 사람도 마찬가지일 텐데. 친구와 잡담을 나누다 생각과 말이 겹치는 순간 눈을 마주치며 씩 웃는 그런 유쾌한 감정이 들진 않는다. 어떻게 보면 그 사람과 마음이 통한 게 아닌가. 눈을 맞추며 웃을 순 없어도 내적인 친밀감이 드는 게 자연스럽다. 하지만 보통 그렇지 않다. 같은 옷을 입은 사람을 길거리에서 보면 거슬린다.


클론, 클론을 욕하는 사람, 관심 없는 사람. 나는 어땠지? 옷에 별 관심이 없을 때는 어머니가 사주시는 옷을 입었고 조금 관심이 생겼을 때는 유행하는 옷을 그냥 입고 다녔다. 시간이 흘러 내가 입는 옷이 다들 입는 옷이라는 걸 알게 되니 그 옷을 입기 싫어졌다. 그리고 그 옷을 입은 사람들을 개성이 없다며 욕했다. 그 뒤로 다르게만 입고 싶어서 조금 튀게 입었다. 그때가 지금 생각해 보면 패션 과도기였다. 옛날에 찍은 사진을 보며 어떻게 입었나 싶다. 지금은 그때보다 트렌드에 관심이 많지만, 딱히 클론을 욕하지 않는다. 입고 싶은 옷을 입는다. 유행이라는 큰 틀에 맞춰 조금씩 재미를 주곤 한다.


세상엔 옷 잘 입는 사람이 참 많다. 인스타나 유투버의 카페만 가도 매일 멋진 착장이 쏟아진다. 아마 그들도 클론이었을 것이다. 처음엔 그렇게 시작해서 여러 시행착오를 겪고 자신만의 스타일이 생긴다. 나는 아직 내 스타일을 잘 모르겠다. 관찰하고, 시도하고, 실패하고, 성공하는 게 그저 즐겁다. 그거면 된 거 아닐까. 패셔니스타는 아니지만 옷질 하는 사람, 옷쟁이의 덕목을 출중이 갖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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