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전 요즘 애들과 현재 요즘 애들의 시차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가치는 소중하다. 유행은 돌고 돈다. 오래된 옷은 그 자리에 있다. 유행의 파도가 지나갈 때 잠시 수면 위로 올랐다가 다시 그들의 자리로 돌아간다. 빈티지도, 클래식도 아니지만, 우리 매장 옷들을 반가워하시는 분들이 있다. 고등학생쯤 되는 아들을 데리고 나온 젊은 부모님들이 코듀로이 바지를 보며 “이건 내가 젊을 때 유행하던 건데” 하시면 나는 “네 그게 요즘 다시 유행이에요”라고 한다.
지금 보편적으로 많이 입는 바지핏은 와이드이다. 몇 년 전만 해도 다들 복숭아뼈가 보이는 슬림한 슬랙스에 컨버스 로우를 신고 꼼데 카디건을 입었다. 그때도 와이드 핏이 있었지만 지금처럼 대중화되지는 않았다. 오히려 그때 와이드 핏이라고 하면 십 년도 더 전에 입던 나팔바지를 생각하기 십상이었다. 사실 그게 맞다. 와이드핏, 플레어진, 부츠컷 모두 매장 주요 고객층이 아닌. 고객층의 부모님 세대들의 유행이었다.
부모님의 옷장엔 생각보다 입을 옷이 많다. 아버지의 옷은 지금 봐도 멋스럽다. 물론 지금의 아버지는 옷에 관심이 없으시다. 그때도 없으셨으려나. 어쨌든. 과장된 어깨 패드가 인상적인 블레이저는 지금 당장 입어도 어색함이 없다. 세월의 흐름에 자연스레 색이 빠진 재킷은 특히 매력적이다. 옷쟁이들은 부모님 옷장에 관심이 많다. 매장에 오시는 부모님들도 요즘 옷을 보며 자신들을 상상할까. 찢어진 부츠컷 청바지에 커다란 블레이저를 입은 젊은 날의 자신들을.
부모님들은 옛날 생각에 그 옷들을 자식들에게 입혀보곤 하신다. 반응은 많이 갈린다. 촌스럽다며 바로 벗기도 한다. 생각보다 괜찮다고 이리저리 살피며 눈을 반짝이기도 한다. 지금 입는 옷과 20년 전의 옷은 비슷하면서 다르다. 하지만 마음에 드는 옷을 입고 거울 앞에 선 20살의 모습은 20년 전이나 지금이나 다를 게 없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