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게 뭔데
가벼운 마음으로 쓰려했다. 요즘 유행하는 남친룩은 뭐고 어떤 룩이 깔끔하고 뭐 그런 얘기들.
하지만 생각할수록 그렇게는 쓰지 못하겠다. 남친룩에 대한 솔직한 내 생각을 써본다.
무언가의 수단으로써 입는 옷은 가치가 없는가.
등산하는 사람이 고프코어를 입으면 멋있다.
바이크 타는 게 취미라면 가죽재킷이 잘 어울린다.
회사원이 여유로운 정장 셋업을 입고 가죽 토트백을 들고 있다면 너무 센스 있어 보일 것이다.
하지만 만약 내가 제약회사의 세일즈맨인데 스트릿 한 착장으로 거래처를 방문할 수는 없다
힙합 음악을 좋아한다거나 보드가 취미라면 그때 즐기면 된다.
이처럼 옷은 어떤 사람이 입느냐도 중요하다.
바이크를 타지 않는 사람은 가죽재킷도 입으면 안 된다는 말이 아니다.
지금 당장 어떤 아이템, 스타일이 유행한다고 무작정
그것을 따라 입는 게 아니라 자신의 라이프스타일에 착장을 잘 녹여낸다면 무척 멋있을 것이다.
옷은 좋든 싫든 나를 드러낸다. 그 사람의 옷을 입는다고 그 사람이 되지는 않는다.
남친룩을 풀어 얘기하면
'남자가 입었을 때 여성분들이 대부분 좋아하실 만한 스타일'이라고 할 수 있다.
어떻게 보면 목적성이 뚜렷하다. 여성분들에게 잘 보이기 위해 입는 옷.
그게 무슨 의미가 있지?
나라는 사람의 어떤 면이 드러나지?
옷을 좋아하는 입장에서는 무색무취. 재미없는 룩이다.
하지만 옷을 파는 입장에서 남친룩은 잘 팔리는 키워드다.
그들은 옷가게에서, 쇼핑몰에서 입어보고 비교하고 고민한다.
그럼 그 소비자들은 잘못된 건가? 멋이 없는 건가?
그렇게 생각했었다.
무작정 블레이저에 슬랙스 카디건 깔끔한 청바지를 입고 신발도 최대한 무난한 신발을 신는 사람들을
멋없다고 생각했었다.
문득 나는 왜 옷을 좋아하기 시작했는지 생각이 들었다.
멋있고 싶어서.
멋있고 싶어서 옷을 좋아했다.
좋아하던 뮤지션의 옷을 찾아보니 빈티지에 빠졌고 무작정 사들였다.
그게 시작이었다. 지금도 가끔 빈티지샵에서 멋스럽게 물이 빠진 맨투맨을 보면
앞 뒤 생각 없이 구매하곤 한다.
그들도 마찬가지다.
멋있고 싶어서.
소개팅 자리에서 이성에게 호감을 얻기 위해
좋아하는 사람에게 잘 보이기 위해
그냥 다들 그렇게 시작하는 건데 뭐가 잘났다고 눈살을 찌푸렸을까.
굉장히 부끄러웠던 기억이 있다.
수단으로써 입는 옷은 가치가 없는가.
가치 있다. 수단으로 시작된 옷이 궁금해지고 찾아보고 입어보고 구매한다.
며칠간 고민 끝에 구매한 옷을 몇 번 입지도 않고 팔기도 하고 충동적으로 산 옷을 몇 년 입기도 한다.
취향이 생긴다. 질려서 스타일을 바꿔보기도 한다. 그렇게 깊어진다.
다음에는 남친룩으로 어떤 스타일이 좋을지 써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