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석훈 Jul 07. 2024

옷 입기 싫은 계절

벗어던지고 싶다.

공기와 습기가 똘똘 뭉쳐 폐 속으로 들어가길 거부한다.

길어진 여름을 부정하며 긴팔에 반바지를 입고 다녔지만, 이젠 도저히 안될 것 같다.

옷차림이 가벼워진다. 더. 더 가벼운 옷을 찾는다. 차라리 벗어던지고 싶다.


이 와중에도 멋쟁이들은 하나를 더 걸친다. 키링, 반지, 팔찌, 스카프 등

아이템이 한정된 여름엔 액세서리로 포인트를 줘서 무드를 잡는다.


흰 티를 입을 때도 조금 더 신중해진다.

이너나 레이어드 용이 아닌 반팔티 장이 메인 아이템이다.

거칠고 활동적인 느낌을 주고 싶다면 두껍고 거친 원단을.

차분하고 유려한 느낌을 주고 싶다면 얇고 부드러운 원단의 티를 입는다.

지금은 살이 쪄서 두꺼운 티밖에 입지 못한다.


그래픽을 고르는 것도 여름옷을 입는 재미다.

반팔 한 장에 여러 문화가 녹아들어 있다.

개인적으로 80년대 밴드티를 좋아한다. 

상태가 좋은 빈티지 밴드티는 명품 브랜드의 로고 반팔티보다 비싼 경우도 있다.


뜨거운 햇빛 아래 옷과 몸 사이에 열감이 느껴진다.

땀이 차고 옷을 적신다.

옷 안으로 손을 넣어 몸에 달라붙은 옷을 떼어낸다.

이럴 때면 정말 벗어던지고 싶다. 그러면서 또 반팔 티와 니트를 샀다.

나는 여름을 싫어한다. 추운 건 힘들지만 더운 건 괴롭다.

하지만 막상 여름에 즐길 수 있는 건 모두 즐긴다. 물놀이, 휴가, 한여름밤의 맥주.

싫다 싫다 하면서도 막상 즐기게 되는 여름이 

당장 벗어던지고 싶다가도 뒤돌아서면 사게 되는 반팔과 닮아있다.


 

작가의 이전글 남친룩에 대한 고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