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생생담 Nov 10. 2023

오늘 있었던 일

일상 공감

오전부터 오늘 스케줄이 좀 붕 뜬 느낌이었다. 쓰던 작품도 없고 꼭 해결해야 할 잡무도 없었다. 내일 창비 작가 합동 강연회에 참여하러 세종시에 가야 했기 때문에 오늘 시간이 더 붕 뜬 느낌이었다. 도서관에 가서 책을 읽으며 아이디어를 탐색할까 싶었지만 마을 도서관은 정기휴일이었다. 브런치를 열어 어떤 글이든 생각나는 대로 써야겠다 싶어서 컴퓨터를 켜고 한 줄 썼을 때 S작가에게 전화가 왔다.

"한강 작가 상 받은 책 읽었어?"

"또 상 받았어요?"

"프랑스에서 상 받았잖아. 요즘 문학계 가장 큰 뉴슨데 몰라? 그 책 주려고 사놨으니까 중간에 만나서 점심이나 먹지? "

"그래요."

난 대답하고 컴퓨터를 껐다.

S작가는 이웃 도시인 부천시에 살고 있었는데 우리 집은 서울시의 끝에 있었기 때문에 부천시와 가까웠다. 두 집 중간쯤에 있는 까치울역이라는 전철역에서 우리는 가끔 만나 식사도 하고 차도 마셨다. 까치울역은 우리 집에서 3킬로미터 떨어진 곳에 있었고 S작가의 집에서도 그쯤 떨어져 있으리라 어림짐작하고 있었다. 내 조깅 코스여서 몇 킬로미터 떨어져 있는지 정확히 알았다. 둘 다 운동하기 딱 좋은 거리였지만 S작가는 말로만 운동 삼아 만나자고 했지 만날 때마다 걷거나 뛰어온 적이 없었고 갈 때도 꼭 버스나 지하철을 타고 갔다.

나는 시간을 재며 뛰다 걷다를 반복하여 마침내 약속시간 10분 전에 까치울역에 도착했다. S작가도 일찍 도착해 있었다.

우리는 신발장 안에 신발을 넣고 추어탕 집에 들어가 테이블 앞에 마주앉아 한강 작가에 관해 이야기했다. 소설의 폭이 많이 축소된 이 시대에 한강 작가는 여전히 소설의 본령을 지키는, 누구나 인정하는 진정한 작가라는 데 우리는 공감했고 작품성과 흥행성을 동시에 잡은 작가여서 부럽다는 말을 나눴다. 한강 작가의 아버지인 한승원 작가와 잠깐 소설 수업을 한 적 있는 나는 그때의 경험도 조금 이야기했다.   

뜨거운 추어탕을 먹고 나와서 우리는 카페 골목으로 자리를 옮겼다. 우리가 막 카페 문앞에 도착했을 때 전화벨이 울려서 받아보니 진모 작가였다.

"이게 무슨 일이래? 무슨 일이에요?"

진모 작가가 무엇에 놀랐는지 경황없는 말투로 나에게 물었다.

"뭔데? 왜 그래요?"

내가 묻자 진모 작가가 대답했다. 옆에서 S작가가 카페 문을 열다 말고 나를 바라보았다.

"나한테 부고가 왔는데 S선생님 부고예요."

"뭔 소리야. S샘은 지금 내 옆에 있는데."

난 웬 엉뚱한 소리냐는 표정을 지으며 되물었다. 진모 작가가 전화기 저쪽에서 정말? 근데 이건 뭐지? 하고 여러 번 중얼거리고는 이상하다, 잠깜만요, 하고 전화를 끊었다. 왜 이렇게 어수선해? 나는 속으로 생각하며 누가 왜 그런 헛소문을 퍼뜨렸는지 궁금해 했다. 순간적으로 보이스피싱이 아닐까도 생각했지만 그럴 리 없었다. 가족이면 모를까 지인의 부고를 보내서야 사기를 칠 수 있을 리 없었기 때문이다. 어째 타이밍도 이렇게 기가 막힐까 하고 나는 생각했다. 진모 작가에게 그런 부고가 날아든 그 순간에  내가 S작가와 함께 있었으니까. 자주 만나는 사이도 아닌데 마침 그때 전화가 걸려 오다니.

잠시 후 전화벨이 다시 울려서 받아 보니 진모 작가였다. 확인해 보니 자기가 받은 문자는 이름은 같고 성이 비슷한 사람의 부고였다,  아마도 친구의 남편 이름인 듯하다, 얼마나 다행이냐, 자기는 너무나 놀랐다는 말을 연거푸 하고는 나에게 잘 지내느냐고 묻고 S작가에게도 안부 전해 달라고 말했다. 벌집을 쑤셔 놓은 듯 여전히 어수선했다. 내가 그러마고 대답하고는 여전히 바쁘냐고 묻자 진모 작가는 그렇다, 방학 되면 시간 내서 한번 보자고 말하고는 전화를 끊었다.

'그것 참 희한한 일도 다 있네.'

나는 생각하고 곧 아무 일도 없었던 듯 카페에 들어가 차를 주문하고는 테이블 앞에 앉아 S작가와 이야기를 나누며 차가 다 만들어져서 우릴 부르기를 기다렸다.

책 얘기, 문학 얘기, 작가 이야기... 차를 마시며 생각나는 대로 이런저런 이야기를 두어 시간 나누다가 우리는 밖으로 나왔다. 날씨가 더 쌀쌀해져 있었다.

횡단보도에서 헤어진 뒤 혼자 걸으며 버스를 탈까 이번에도 뛰어 갈까 생각하는데 마침 우리집으로 가는 버스가 와서 잡아 탔다. 너무 추워서 뛰어갈 마음이 생기지 않았다. 한강의 소설책을 한 손에 들고 있어서 뛰기 불편하기도 했고. 물론 오늘도 S작가는 건너편 정류장에서 버스를 타고 집으로 갔다.

돌아와서 주식 종합지수를 보니 많이 떨어져 있었다. 물가는 오르고 주식은 떨어지고 수입은 모자라고.... 걱정하며 계좌를 조회해 보니 기다리던 강연료가 들어와 있어서 그나마 조금 기분이 나아졌다.

앞으로는 사소한 일일지이라도 이처럼 자주 브런치에 일상을 기록해 놓으리라 생각했다. 아까는 밑도끝도 없는 한 장면을 묘사하는 조각 원고도 쓰리라 생각했었는데 오늘은 더 이상 쓸 수가 없을 것 같아서 다음으로 미루었다. 내일 세종시에 다녀와서 모레 시간 나면 조각 원고를 쓰리라 다짐했다.

  

  

 


 


 


 

    

  

작가의 이전글 가구들이 화났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