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던 피터슨 교수는 논란이 되는 인물이다. 남녀를 차별한다, 극우성향이다는 말이 많다. 그렇지만 여기저기서 접한 그의 강연과 글들은 공감이 갔다. 그래서 최근에 드디어 조던 피터슨 교수의 <12가지 인생의 법칙>을 읽었다. 뻔한 이야기라는 말이 많다. 나는 생각이 다르다. 맞는 말이라고 해서 뻔한 이야기는 아니다. 열두 가지 법칙 중 내게 가장 와닿았던 몇몇 법칙들만 다루려고 한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조던 피터슨은 자신에게 높은 잣대로 엄격하게 대해야 한다고 한다. 그렇지만 그 목적은 좋은 사람이 되는 것, 세상에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되는 것, 타인을 존중하고 사랑을 주고받을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것이다. 세상에 도움이 되는 사랑이 넘치는 좋은 사람이 되는 건 쉽지 않다. 그렇지만 그것을 목표로 삼고 자신을 트레이닝시키며 나아간다면 우리는 행복할 것이고 세상은 더 좋은 세상이 될 것이다.
법칙 1. 어깨를 펴고 똑바로 서라
우리는 모두 자연에서 났고 자연의 시스템 안에 살고 있다. 가재는 현존하는 생물들 중 가장 오래된 생물들 중 하나이다. 가재에게는 몸을 긴장시켜서 크게 부풀리고 공격성을 높이는 호르몬이 있는데 수컷 가재들이 영역싸움을 할 때 몸을 부풀리고 서로에게 자신의 공격성을 뽐낸다. 그러면 더 적은 공격성을 가진 가재가 후퇴하기도 하는데,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집게발을 이용해 싸우기도 한다. 그리고 이긴 수컷은 안전하게 먹이를 구할 수 있는 영역과 암컷 가재들과 교미할 기회를 얻는다.
지금 인간 사회는 공격성이 터부시되는 사회다. 그렇지만 인간들도 자연의 산물이고 공격성은 인간에게 꼭 필요한 특성이다. 가재들이 그렇듯, 우리도 어깨를 펴고 똑바로 서서 만만하지 않은 사람임을 보여주어야 한다. 공격성이 없이 움츠러들면 오히려 공격당하기 십상이다. 공격당하지 않고 싸우지 않기 위해 공격성은 꼭 필요하다. 누군가를 공격하라는 말이 아니다. 아무도 공격하지 않지만 동시에 아무에게도 공격당하지 않을 사람이어야 한다. 어깨를 펴고 똑바로 걸으면 타인에게 멸시당하지 않는다. 몸과 마음은 하나다. 어깨를 펴고, 세상 속을 힘 있게 나아간다는 마음가짐으로 몸에 힘을 주고 앞을 똑바로 응시한다면 신체의 태도에서 나오는 자신감이 정신에도 영향을 미친다. 단순히 어깨를 폈기 때문에 전에는 성사되지 않았던 일들도 성사될 수 있다. 그렇게 더 큰, 더 강한 사람이 될 수 있다.
나도 몇 년 전부터 자세에 신경 쓰고 있다. 말로 전부 설명할 수 없는 긍정적인 변화를 느낀다. 어깨를 펴고 있을 때마다 묘한 자신감과 자존감을 느낀다. 자세가 좋아지자 몸에도 아픈 곳들이 줄어들어 건강에도 좋은 것 같고 대인관계에도 자신감이 생기는 기분이다.
법칙 3. 당신에게 최고의 모습을 기대하는 사람만 만나라
3번에 대해서는 책을 꼭 읽어보길 추천한다. 복잡한 개념이기 때문에 내 언어로 바꾸었다. 그래서 조던 피터슨의 생각과는 조금 다를 수도 있다.
어릴 때 한 동네, 비슷한 환경에서 자란 사람이라 할지라도 시간이 지나면서 삶의 방식이 크게 벌어지게 된다. 개개인이 시간을 어떻게 보내는지가 중요하고, 주변에 어떤 자극들이 있는지가 중요하다. 사실 주변인은 개인이 보내는 시간과 자극 전부에 큰 영향을 끼친다.
못난 사람만 곁에 두는, 자비라는 가면을 쓴 비열한 심리
주변에 자신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 사람들만 두는 사람들이 있다. 항상 무언가 결핍이 있거나 문제가 있는 사람들을 가까이한다. 마약 중독자를 돕고 싶어 하는 사람일 수도 있고 창녀촌에서 일하는 여자를 도와주고 싶어 하는 사람일 수도 있다. 문제가 있는 사람들이 한번 도움을 받아서 문제가 해결된다면 (예를 들어 마약을 끊고 정상적인 삶을 살게 된다면) 좋은 결과가 있는 선의이겠지만 구원받고 싶은 생각이 전혀 없는, 자신의 인생에 연민을 느끼는 걸 즐기는 사람들을 곁에 두는 사람들이 있다. 언젠간 그들을 구원할 수 있다는 생각에 자신이 구원자처럼 특별하다고 느끼고 속으로 그들과 자신을 비교하면서 알량한 우월감을 느끼기도 한다. 이런 식으로 인간관계를 꾸리다 보면 자신의 부족함에 대해 잊고 자신의 삶에 대한 책임을 외면할 수 있다. 어쩌면 더 나은 삶을 위해 노력하기 싫어서 더 낮은 곳에 있는 사람들만 곁에 두고 그들이 구원받지 않기를 속으로 원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이렇게 비열해지지 말자. 쉬운 길일지는 모르겠으나 우리에게 좋은 길은 아니다.
주변에 내 좋은 모습을 보는 사람을 두었을 때 우리는 좋은 사람이 된다
세상에는 우리의 좋은 점을 보고, 우리의 가능성을 보는 사람들도 있다. 그들과 있으면 나도 더불어 좋은 사람이 되어야 할 것 같고, 그들이 우리에게서 좋은 점을 봐 주니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좋은 면을 더 끌어내게 된다. 이들은 우리로 하여금 어떻게 하면 더 좋은 사람이 될 수 있을지 고민하게 한다. 긍정적이고 서로를 북돋아 주는 생각들을 하는 시간이 늘어난다. 그리고 그런 생각을 하는 시간이 늘어나면 어느 순간 이미 긍정적이고, 타인을 북돋아 주는 사람이 되어 있다. 그래서 우리의 최고의 모습을 봐주는 사람들을 곁에 두는 게 중요하다. 우리 안에는 천사와 악마가 공존하고 있는데, 어떤 모습이 발현될지는 주변인과 주변 환경에 의해 크게 좌지우지된다.
4. 아이를 제대로 키우고 싶다면 처벌을 망설이거나 피하지 말라
피터슨은 말한다. 많은 부모들이 아이의 나쁜 행동도 보듬어 주고 허용하는 게 사랑이라고 착각한다. 그러나 아이에게 좋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는 아이를 훈육해야만 한다. 못된 행동들이 허용되었던 아이는 세상이 자신을 허용하지 않을 거라는 걸 모른다. 부모의 역할은 아이가 사회에서 환영받을 수 있는 존재로 만드는 것이다. 사회가 아이를 환영한다면, 아이는 세상이 좋은 곳이라고 느낄 것이다. 좋은 세상에서 행복하게 사는 자신을 꿈꿀 것이다. 그리고 그게 당연하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사회에 융화될 수 있는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훈육이 필요하다. 하면 안 되는 이기적인 행동을 하지 않도록 가르쳐야 하고, 세상 사람들에게 사랑받을 수 있는 어른으로 잘잘못을 가려내어 알려주어야 한다.
법칙 11. 아이들이 스케이트보드를 탈 때 방해하지 말고 내버려 두어라
조던 피터슨의 딸 미켈라는 소아 관절염 때문에 여러 차례 수술을 하고 골반이 망가졌다. 오래 걸을 수 없는 미켈라를 위해 피터슨 부부는 오토바이를 사주었다. 장애가 있는 딸에게 오토바이라니 많은 부모가 학을 뗄 일이지만, 피터슨 부부는 미켈라의 자유를 위해 혹시 모를 위험은 감수할 만하다고 생각해서 미켈라에게 안전하게 오토바이를 타도록 훈련을 시켰다.
위험한 놀이는 어찌 보면 혼란스럽고 위험한 세상의 축소 버전이다. 세상을 잘 살아가려면 여러 리스크를 감수해야 하고 큰 용기를 내어야 한다. 그런데 아이들이 위험한 것을 못하게 하고 오로지 안전한 것만 할 수 있게 한다면 아이들은 용기를 키우지 못한 채로 어른이 될 수도 있다. 아이들은 위험한 행동을 통해 세상을 탐험한다. 특히 남자아이들은 위험한 놀이나 스포츠를 통해 리스크를 지고, 스스로의 한계를 시험하면서 속에 있는 공격적인 에너지를 건강한 방향으로 발산하기도 한다. 그리고 긴장한 상태에서 스스로의 안전을 확보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도 배운다. 위험한 행동을 통해 스스로의 힘과 의지, 자유로움, 그리고 용기를 키운다.
법칙 12. 길에서 고양이와 마주치면 쓰다듬어 주어라
어떤 고양이들은 쓰다듬는 걸 좋아하고, 어떤 고양이들은 그렇지 않다. 고양이를 쓰다듬으려다가 다칠 수 있는 확률도 아주 높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길을 가다 고양이를 보면 쓰다듬어라. 다치거나 아플 수도 있다. 그렇지만 성공해서 고양이도 즐기고 우리도 행복할 수도 있다. 희극이기도 하고 비극이기도 한 인생을 살아가며, 매 순간 용기 내어 행복할 수 있는 기회에 도전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