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이 될 나의 딸들에게
나 보다 먼저 부모가 된 사람들에게 아이를 낳으면 어떻냐고 물어보면 거의 모든 사람들이 '너무 힘들지만 그래도 낳기를 잘했다'라고 대답했어. 그게 대체 무슨 말인지 몰랐는데 아이를 낳고 나서 확실히 알게 되었어. 먼저 아이를 키우면서 겪게 되는 상실과 고통이 정말 컸어. 전에 하던 것들을 못하게 되면서 이전의 자아가 상실되고, 잠과 같은 기본적인 신체적인 욕구가 만족되지 못하고, 시간이 없어서 즐기던 취미활동은 물론이고 필수활동도 제대로 이행하지 못해서 항상 시간에 쫓기는 기분이고 불안해졌어. 너희들이 커가면서 다시 시간은 많아지겠지만 불안은 이제 평생 안고 가야 하는 감정일 것 같아. 혹시 너희에게 무슨 일이 생기거나 나나 남편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너희는 어떻게 해야 하나 하는 걱정을 항상 해. 이렇게 힘들어지는데도 아이를 사랑하는데서 오는 기쁨이 너무 커서 그 어떤 고통이나 힘든 것도 그 기쁨을 깎을 수가 없어. 수학적으로 무한대에서 백만, 천만을 빼도 무한대는 무한대이듯이 아이를 키우는 기쁨에서 아무리 큰 고통을 빼도 그 기쁨은 무한대와 같은 것 같아.
그렇다고 아이를 꼭 낳으라는 건 아니야. 내가 그랬다는 거지. 엄마는 지금 아이가 없는 삶으로 돌아가라면 너무 공허해서 행복하지 않을 것 같지만 아이를 낳지 않았다면 그 기분을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해서 비교하지 않으니 충분히 행복했을 것 같아. 너희도 아이를 낳을지 말지 고민할 때 참고해.
엄마는 사실 어릴 때부터 꼭 엄마가 되고 싶었는데 그 이유는 엄마의 엄마인 외할머니가 항상 엄마와 삼촌을 낳아서 너무 행복하다고 느끼게 해서야. 우리를 낳은 게 가장 잘한 일이고 우리가 인생의 전부라고 느끼게 해 주셨어. 그래서 아이를 낳는 건 참 좋은 일이구나라고 생각했어. 다만 너희 아빠를 만나고 사랑하게 되면서 행복한 완벽한 상태에 변수를 더해서 행복을 깨고 싶지 않아서 낳지 말까도 잠깐 생각했었어. 그런데 너희를 낳고 나서 남편에 대한 사랑을 넘어서는 사랑을 하게 되었어. 내게 이런 행복을 느끼게 해 줘서 고마워. 너희와 눈을 맞추고 너희를 만지고 감정을 교감하면서 매일 이루 말할 수 없이 행복하고 황홀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