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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달씨 Mar 17. 2024

봄 감기가 지나가고


오늘은 할 일 정리를 위해서가 아니라 정말로 글(혹은 글씨)을 쓰기 위해 노트를 열었다. 혹은 음악이 좋으니 신이 나서, 혹은 잠시의 우울이 지나가서. 길어질까 봐 염려했는데 바짝 앓고 지나갔다. 이번 봄 감기처럼.


지금 나오는 음악은 Guns N' Roses의 <Sweet child O' mine>을 비롯해 추억의 신나는 팝송 플레이리스트. 신나서 신나는 음악을 듣고, 신나는 음악을 들으니 신나는 선순환 중이다. 끙끙 앓던 작업을 하나 해치웠다고 이렇게까지 기분 좋을 일? 이제 진짜로 작업을 미루지 말아야겠다. 미루면 몇 배나 하기 싫고 힘들어진다. 그래도 그 사이에 미용실에 가 머리도 하고 도서관도 가고 도넛도 사 먹고 등등 좋은 시간을 보낸 걸 후회하진 않는다. 마음에 들지 않는 머리 상태는 집에 와서 숱 치는 가위로 조금 정리했다. 이제 원하던 자갈치 과자 스타일 머리와 조금 비슷해졌다.

머리 스타일이나 외모에 덜 신경 쓰고 싶어서 단발로 잘랐는데 아직도, 혹은 더 신경 쓴다. 그래도 깡총한 길이의 머리는 확실히 편하다. 유쾌하게 기분전환이 된다.


또 하나 확실한 것. 작업이 더 들어오는 것은 확실히 나의 자존감을 올려준다. 하기 싫고 부담스럽고 힘든 것과 별개로. 돈을 벌 수 있어서만이 아니라 역시 (누군가에게) 인정받고 (누군가가 나를) 필요로 한다는 느낌 때문일 것이다. 고립감이라거나 세상에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없는 느낌에서 잠시나마 벗어날 수 있다. 돈 때문 만으로 일을 한다면 버티지 못할 것이다.


요즘 날씨의 영향을 덜 받고 있는 것은 좋은 변화이다. 흐리거나 비가 와도 예전만큼 가라앉지 않고 일상을 유지한다. 춥고 바람이 부는 날 활동력이 떨어지는 건 어쩔 수 없지만 그것이 기분의 문제는 아니다. 날씨뿐 아니라 대체로 기분의 들고 남의 폭이 적어진 것이 나는 썩 좋다. 한없이 들뜨다가 감당할 수 없이 가라앉던 시절과 다르다. 그 진폭에서 파도타기 하면서 글쓰기라던가 여러 가지 영감이 나왔을지라도 나는 지금이 좋다. 꿈꿔왔던 평온함이 여기에 있다. 불평불만을 가질 수가 없다.


포천으로 작업복 쇼핑을 간다는 남편을 따라나서지 않고 집에 남아 오늘 수정해 줄 포스터 작업을 하기로 한 나 자신을 칭찬하지 않을 수 없다. 별점 다섯 개, 아니 오만 개쯤 주고 오늘 하루를 시작!




2024/0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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