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뮤직 트렌드
스위스의 한 연구진은 현재의 폭염을 '지구 역사 이래 1200년 만의 더운 날씨'라고 주장했다고 하지요. 연구의 진위 여부를 떠나 기후 위기 속을 살고 있는 지금, 바쁜 일상이겠지만 모두가 조금은 천천히 무리하지 않을 수 있는 한 주가 되기를 바라봅니다. 그럼, 한 주 동안 어떤 숨겨진 신곡이 찾아왔을지! 히든트랙 시작하겠습니다.
Cian Ducrot [Victory]
아일랜드의 싱어송라이터 Cian Ducrot는, UK 차트 20위권에 두 곡을 올리고 Ed Sheeran의 투어 게스트로 참여하는 등 급부상 중인 뮤지션이지요.
본래 플루트를 전공하던 촉망받는 학생이던 그는, LA 여행을 계기로 어린 시절의 꿈을 되새겼다고 하는데요. 이후 장학금을 받던 학교를 자퇴, 2021년 첫 메이저 싱글을 발표하게 됩니다. 이제 막 시작하는 뮤지션이 그렇듯 초반에는 미약한 반응을 얻은 그가 가수로서 대중의 주목을 받은 건 2022년과 2023년. 영상 플랫폼을 통해서였습니다.
부드러운 피아노 발라드 'All For You'의 인기에 이어 'I'll Be Waiting'이라는 곡은, 합창단과 함께 거리 곳곳을 다니면서 부른 영상들이 크게 화제가 되면서 차트에서도 높은 기록을 세웠는데요.
그런 그가 기대받는 데뷔 앨범 [Victory]로 돌아왔습니다. 이번 앨범은 'I'll Be Waiting'에서 보여줬듯 마냥 밝지만은 않은 자전적인 이야기로 청자를 위로하는 그의 재능을 앨범 단위로 확인할 수 있는데요.
이를테면, 'I'll Be Waiting'은 실제로 자신과 형제, 그리고 어머니를 학대하고 방치하던 아버지를 하염없이 기다리던 어린 시절에서 출발한 곡이었었지요. [Victory]에서는 이 곡 외에도, 자신과 형제를 아버지로부터 지켜낸 어머니에게 헌사하는 'Mama', 형제에 대한 애정이 묻어나는 'Heaven' 등을 만날 수 있지요. 플루트를 전공해서인지 곡마다 아름답게 빚어진 선율과, 절절한 목소리도 언급하지 않을 수 없고요.
개인적인 트라우마에서 출발해 슬픔과 희망을 모두 그리고 있는 [Victory]. 폭력에서 살아남은 것, 그 자체가 승리라고 아름다운 선율로 말해주는 듯한 Cian Ducrot의 데뷔 앨범은 아래 링크를 따라 만날 수 있습니다.
Numcha [hewantscoffeebutiamtea]
덥고 습한 여름에는 자연스럽게 청량한 밴드 사운드와, 더운 날씨의 맛을 잘 아는 동남아시아 지역의 음악들에 손이 가고는 하는데요.
그런 맥락에서, 지난 3일 태국의 인디 뮤지션 Numcha가 발표한 EP 앨범 [hewantscoffeebutiamtea]는 한여름의 선물 같은 앨범이 될 듯합니다.
단출하게 네 곡이 담겨있지만 네 곡 모두 타율이 남다릅니다. 반짝이는 기타 중심의 사운드와 시적인 가사가 돋보이는 1번 트랙 'afterglow'부터, 텐션을 조금 낮춰, 서늘한 현 소리에 쓸쓸한 목소리를 입힌 3번 트랙 'floor'. 마지막으로 시원한 신스 소리와 기타, 드럼 사운드 위로 '안티 로맨틱'한 솔직한 가사를 실어내는 'cup of tea'까지 모두 매력적입니다.
과거, '아는 사람만 아는' 인디 뮤지션이던 Numcha는 최근 펜타포트 록페스티벌에 초대되는 등 국내에서도 이름을 알리고 있는데요. 아직 그 이름이 생경한 분이라면, 아래 앨범을 추천드려봅니다.
Towa Bird 'This Isn't Me'
Towa Bird는 자신의 이름으로는 아직 몇 장의 싱글만 발표한 신예 싱어송라이터이자, 기타리스트입니다.
하지만, Y 영상 사이트에서 그의 구독자 수는 무려 23.7만에 달하고 있는데요. 열두 살때부터 일렉트릭 기타를 손에 쥔 그가 팬데믹 시기, 기타 커버 연주곡을 올리기 시작했고 그 결과 단단한 팬층을 형성하게 된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 그가 새로운 곡으로 돌아왔습니다. 이는 올해 초 발표한 데뷔 싱글을 시작, 그의 세 번째 싱글로, 'This Isn't Me'라는 제목을 달고 있습니다. 전작에서는 시작부터, 시그니처인 역동적인 기타 리프와 까랑까랑한 목소리를 자랑했지만, 이 곡은 조금 더 새롭습니다.
자신을 부정하고 있는 'This Isn't Me'라는 제목처럼 조금은 무기력한 음색과, 그와는 대비되는 강렬하고도 섬세한 기타 연주를 들을 수 있습니다. Prince와 Joan Jett에게 영감 받았다는 탁월한 기타 연주와 더불어 독특한 음악세계가 기대되는 Towa Bird는, 홍콩에서 태어났지만 필리핀과 영국계 피를 가지고 있는데요.
팝 신에서 아시아계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싶다는 그는, 이번 신곡 'This Isn't Me'를 비롯해 퀴어의 정체성을 음악에 녹이는 뮤지션이기도 합니다. 새로운 목소리를 불어넣는 Towa Bird의 음악들. 아래 곡이 마음에 들었다면 앞으로의 행보를 유심히 지켜봐도 좋겠습니다.
Daisy Guttridge [Tell All My Friends]
영국 출신으로 현재는 LA를 기반으로 활동 중인 Daisy Guttridge는, 2017년 네덜란드 출신의 일렉트로닉 듀오 Vicetone의 'Waiting'에 보컬리스트로 참여한 것을 시작으로, Hippie Sabotage 등 주로 EDM 아티스트들의 투어를 함께하며 이름을 알려왔는데요.
그만큼 귀에 꽂히는 보컬이 매력적인 그는, 자신의 이름으로는 하이퍼팝과 R&B에 영향받은 음악들을 선보여왔습니다.
최근 발표된 [Tell All My Friends]는 Guttridge가 자신의 이름으로 선보이는 첫 번째 EP 앨범입니다. 대표곡인 'i found u', 그리고 'Designer Tears', 그 외 세 곡의 신곡이 담겨있는데요.
앨범 명과 동명의 곡인 'Tell All My Friends'를 비롯해 앳되게 들려오지만 스킬 있는 보컬, 지루하지 않은 트렌디한 사운드가 자연스럽게 귀를 기울이게 합니다. 뮤지션으로서의 본격적인 성장을 기대하게 하는 Daisy Guttridge의 곡은 아래 링크로 만날 수 있습니다.
Daisy Guttridge / Tell All My Friends
이렇게 'Tell All My Friends'까지 만나봤습니다. 무더운 날씨, 무엇보다도 건강 관리에 유의하시기를 바라면서, 그럼 저는 새로운 곡들로 돌아오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