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에게는 어떤 공통점과 차이점이 있을까
레드 슈즈는 한국에서 만들어진 애니메이션으로, 디즈니 공주들과 비슷한 포맷으로 전개되는 작품입니다.
그래서 개봉 당시에도 꽤나 화제가 되었죠, 그동안 없었던 종류의 작품이다! 하고요. 실제로 레드 슈즈를 관람을 하면서 신선한 부분들이 많았습니다. 한국 애니메이션 하면 먼저 아동용 애니메이션이 먼저 떠올랐던 저인데, 그런 저의 생각들을 깨뜨려준 고마운 작품이 바로 이 레드 슈즈였어요.
한국에서 만들어진 독특한 공주가 등장하는 작품, 레드 슈즈. 과연 기존의 디즈니 작품들의 공주와는 어떤 차이점이 존재할지 지금부터 살펴보시겠습니다.
1. 왕자 뺨 때리는 공주
문자 그대로입니다, 작품에 등장하는 꽃 같은 일곱 왕자들의 따귀를 사정없이 때리는 공주가 바로 레드 슈즈입니다.
이 따귀라는 행위의 의미에 대해서 우리는 생각해봐야 하는데요, 기존의 디즈니 공주들은 어땠나요. 왕자에 대해서 호기심 또는 호감을 가지고 보통 시작을 하죠. 그래서 자신에게 갑자기 다가오는 왕자들에게 대부분 잘해줍니다. 하지만 레드 슈즈 경우에는 조금 다릅니다, 자신에게 적극적으로 구애하는 왕자들에게 오히려 부담감을 느껴요. 그리고 너무 다가오려는 인물에게는 뺨을 날려버리죠. 거기에 장난인 거 아시죠?라는 위트를 더하기도 하고요.
보다 주인공이 진취적이고, 자기중심을 지킬 줄 안다고 생각했습니다. 사실 사랑, 연애라는 것은 한쪽의 일방적인 구애로만 시작되는 것이 아니잖아요. 박수도 마주쳐야 소리가 난다고, 왕자가 아무리 조건 좋고 잘해줘도 공주 마음에 안 들면 사실 이뤄지기 어렵습니다. 그런 사랑의 상호적인 모습을 레드 슈즈가 적극 반영한 것 같아요.
2. 진짜 자신과 가짜 자신을 분리시켜 놓은 공주
방금 말한 주제와 얼핏 보기에는 대비되어 보이는 두 번째 특징인데요. 레드 슈즈는 빨간색 신발을 신으면, 이뻐지는 마법에 걸렸습니다. 하지만 그 이후 자신의 원래 통통한 모습과, 구두를 신고 이뻐진 모습을 구분 짓기 시작하죠. 그리고 어느 순간부터, 이건 원래 내 모습이 아니야 라고 생각합니다.
여타 디즈니 공주들과는 대비되며, 유일하게 공주이지만 모습이 변했던 슈렉의 피오나 공주와 유사한 특징을 보입니다. 피오나 공주는 슈렉을 만나 진정한 사랑이 무엇인지 깨달은 이후, 외모에 대한 집착을 벗게 되죠, 레드 슈즈도 마찬가지입니다. 처음에는 이쁘게 변한 자신의 모습을 좋아하지만, 그 모습이 진짜 자신의 모습은 아니라는 생각을 하고, 있는 그대로의 모습에 관심을 가져준 멀린에게 결국 사랑의 감정을 느끼게 되죠.
'과연 무엇이 진짜 나의 모습인가'라는 질문은 레드 슈즈라는 작품을 관통하는 질문이기도 합니다. 레드 슈즈 작품의 여주인공인 레드 슈즈뿐만 아니라 남주인공 멀린 또한 이것과 비슷한 고민을 하며, 못생긴 난쟁이로 변한 자신의 모습을 거부하는데요. 이 부분에 있어서는 아래 네 번째 소주제에서 더 깊게 이야기해보도록 하겠습니다.
3. 상대를 배려하는 마음만큼은, 레드 슈즈가 제일이지 않을까.
인어공주, 백설공주, 신데렐라, 미녀와 야수의 벨 등을 생각해보면 저는 이 캐릭터들이 배려심 보다는 캐릭터 자체의 매력, 아름다움, 왕자의 도움 덕분에 문제를 해결하는 상황, 혹은 직접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의지 이런 부분들이 생각납니다. 물론 위의 공주들이 아예 배려심이 없는 것도 아니고, 상황이나 작은 행동들에 배려심이 녹아들어 가 있긴 하나, 레드 슈즈만큼 배려심 자체가 캐릭터의 매력이자 정체성으로 드러나지는 않습니다.
사실 레드 슈즈의 이런 배려심은 자신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사랑하지 못한다는 것에서 시작되었습니다. 빨간 구두의 힘으로 아름다운 외모를 얻긴 했으나, 원래 자신의 통통한 모습으로 레드 슈즈는 늘 자신감이 없었죠. 그래서 난쟁이로 변해버린 왕자들을 대할 때 오히려 선입견 없이 대했습니다. 자신 또한 외모로 인한 고통이 어떤 것인지를 알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타인을 대할 때 조심하게 된 것이죠. 그리고 사람을 판단할 때 외모보다는 그 사람의 행동을 보고 마음을 여는 버릇이 생기게 되었습니다, 이런 점은 여타의 디즈니 공주들이 보여준 모습과는 살짝 결이 다르죠.
아픔을 겪어본 사람만이 상대방의 아픔을 이해할 수 있다는 말이 있습니다. 외모로 인해 고통받아본 적 있는 주인공이었기에 오히려 상대방을 진심으로 배려할 수 있게 된 주인공 레드 슈즈. 이런 점이 다른 공주와의 차별화된 점이면서, 동시에 레드 슈즈라는 캐릭터에 나도 모르게 마음이 가는 이유가 아닐까 싶습니다.
*덧붙이는 책 : 기발한 자살여행
이번 포스팅에서는 레드 슈즈와 다른 디즈니 공주들을 비교해봤습니다. 글을 마무리하면서 관련해서 이야기할 수 있는 책을 한 권 꺼내볼까 합니다. 바로 제목부터 특이한 기발한 자살여행입니다.
내용은 아주 간단해요, 자살을 생각하는 사람들이 같이 모여 여행을 떠나는 이야기입니다. 처음에는 단체 자살을 의도한 여행이었지만, 같이 여행을 떠나고 고민을 털어놓고 맛있는 저녁을 먹는 동안에 삶에 의욕이 생긴다는 그런 이야기이죠. 이 이야기에서 레드 슈즈와 연관된 인물이 한 명 등장합니다. 바로 헬레네 푸사리라는 인물입니다.
이 인물은 대학교 시민대학 부학장으로 일하고 있고, 작중에서 외모 또한 사람들의 시선을 끈다고 묘사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자살을 꿈꿉니다. 남편과 이혼 후 세상 사람들이 자신을 감시한다는 망상 때문에 그런 생각을 한 것인데요, 자신의 외모를 비하하며 부정적인 생각을 하던 레드 슈즈와 정반대의 상황이라 재밌습니다.
결국 이 두 캐릭터를 비교해보면, 외모가 어떠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내외모를 내가 어떻게 다루느냐 (표현이 조금 이상할까요), 나의 이런 외모를 가진 내가 내 삶을 어떻게 이끌 것인가에 대한 생각이 덛 중요한 것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