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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센터에는 ‘청소년사서’라는 동아리가 있습니다. 무얼 하는 동아리일까요? 책을 찾아주고, 정리해주는 동아리? 사서가 하는 일을 도와주기도 하는 청소년?
청소년사서는 화랑도서관에 애정을 가지고 관심을 줍니다. 여타의 청소년들에게 도서관이란 재미없고 지루한 공간이라는 평가가 대다수이지만 우리 센터는 청소년을 초대하고 싶고, 청소년에게 가까운 놀이터 같은 공간이 되길 바라는 “청소년 중점 마을도서관”이기 때문에 도서관사업팀 팀원들은 ‘어떻게 하면 청소년에게 재미있는 경험을 할 수 있는 즐거운 곳으로 만들 수 있을까?’ 고민합니다. 이런 고민을 도와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우리 청소년사서입니다.
대부분의 도서관에서 청소년은 대부분 단순 도서 대출자에 그치기 일쑤입니다. 그마저도 학업 혹은 책에 대한 작은 관심이나마 있는 친구들만 이용하는데 그칩니다. 그게 아니라면 봉사시간을 얻기 위한 데에만 관심을 가집니다. 청소년기관과 함께 있어, 비교적 좋은 접근성을 가지고 있는 화랑도서관도 예외는 아닙니다.
그런데 왜 이 청소년들에게는 도서관이 만만하고 놀러오기 좋은 곳이 되었을까요? 거창하게 ‘사서’라는 타이틀까지 붙여서 말이죠. 이들에 대해 궁금하지 않으십니까?
청소년사서_너희를 알고싶다.
청소년사서는 청소년과 도서관이 친밀해질 수 있는 연결고리 역할로써 청소년이 경험할 수 있는 다양한 활동들을 계획하고 진행합니다, 또한 청소년도서관의 주인이 되어 도서관 운영에 대해 주체적으로 의견을 피력하고 있습니다. 이 외에도 경험이 최고의 학습임을 도서관, 책, 그리고 마을의 이웃들, 친구들과의 관계를 통해 알아가고, 알리기 위해 존재합니다.
청소년사서는 공터 개관과 함께 생겨나, 올해 9기 운영을 앞두고 있는 장수동아리입니다. 초기에는 도서관 업무를 도와주고, 봉사시간을 받아가는 단순한 관계로 설립되었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며 센터에는 재미있고 다양한 봉사활동이 생겨났고, 20명이 넘는 청소년사서에게 동아리 존재 이유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아야 할 혼란의 시기가 찾아왔었습니다.
공터에는 다양하고 재미있는 청소년 동아리가 참 많습니다. 매년 1,2월이면 수많은 동아리 모집 포스터가 센터 곳곳을 둘러싸게 되지요. 그런데 그 많고 많은 즐거운 모임을 두고도 ‘도서관’에서 활동하는, 어쩌면 이름부터 지루해 보이는 청소년사서 동아리가 매년 치열한 경쟁을 뚫고 그 이름의 자격을 얻고자하는 청소년들로 북적입니다. 이들은 존재이유를 고민했던 혼란의 시기를 어떻게 이겨내고 아직도 이렇게 굳건히 모임을 유지할 수 있을까요?
1) 친해지기
도서관 소속동아리라고 불리기에 민망할 만큼 청소년사서는 도서관에 친밀함이 없었습니다. 일단 봉사활동시간에 의한 이해관계보다 돈독한 관계설정이 필요했습니다. 그리고 이런 친밀함을 만들기에 가장 좋은 것은 도서관에서, 책을 통해, 그곳에서 만난 사람을 통해 즐거운 경험을 만들어 주는 것이었지요.
다양한 친해지기 활동으로 도서관이라는 곳에 즐거움을 느낀 청소년사서는 이제 우리 화랑도서관에 애정을 가지고 관심을 줍니다. 많이 보고 배운 덕에 비교적 아쉬운 점이 있지만, 분명 우리 도서관이 더 자세히 보이기 시작합니다. 다른 큰 도서관 최신 도서관과 비교할 수는 없지만, 청소년사서에게 화랑도서관이 가지는 가장 큰 매력이자 장점은 바로 우리가 바라는 점을 반영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좋아 보이는 모든 것을 따라할 수는 없지만, 상황에 맞게, 규모에 맞게 조금씩 변화시켜나갑니다.
낙서와 먼지로 더러워진 벽을 정리하고 다른 도서관에서 멋지게 보았던 문구를 오려붙이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어 책 제목으로 친구 한명만큼 가득 채웠습니다. 매번 헷갈렸던 도서검색방법도 알아보기 쉽게 정리하고, 청소년 권장도서 목록도 따로 비치했습니다.
자기 손으로 직접 리모델링한 도서관이 청소년사서에게는 친밀하게 느껴졌고, 더 자주 오게 되었지만, 이것만으로는 다른 또래 친구들을 초대하기에 부족해 보였습니다. 오랜 고민 끝에 도서관 한켠에 ‘함께 읽는 책장’이 놓였습니다. 청소년이 좋아하는 웹툰 단행본과 판타지소설, 그래픽노블을 따로 배치한 이 공간은 ‘있어 보이는’ 소파와 안락한 쿠션으로 청소년의 발길을 이끌고 있습니다.
3) 책을 발판으로 한 또 다른 도전의 시작
책을 가지고 기획해 볼 수 있는 여러 활동 중 대표적인 것을 꼽자면, 한 책을 여러 사람이 함께 읽고 의견을 나누는 독서토론을 빼놓을 수 없습니다. 2016년 말, ‘어린이책 시민연대’ 모임에서 청소년사서를 토론의 참가자로 초청하고 싶다는 연락이 왔습니다. 선생님과 학생 간의 진심어린 유대감 형성 과정을 잘 나타낸 어린이 도서(「너는 닥스 선생님이 싫으냐?」 비룡소, 하이타니 겐지로, 2003)를 읽고 성인들과 이야기 나누며 소통의 즐거움을 경험하고, 어른들과도 대화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습니다.
이렇게 청소년사서의 성장을 보여주는 활동이 또 있습니다. 바로 매년 꿈마을공동체에서 공릉동 어린이를 위해 개최하는 “와글와글 어린이축제”에서입니다.
처음 어린이축제에서 부스를 운영하게 되었을 때, 청소년사서는 ‘어떤 주제로 부스를 꾸릴 것인지’부터 ‘왜 이 부스를 운영해야 하는지’까지 자신들의 의지를 담지 못했습니다. 초등학교를 졸업한 뒤 어린동생을 만나본 경험이 별로 없었기 때문에 어떤 주제가 좋을지 결정하지 못했고, 아직 책으로 놀이를 즐기는 활동에 대한 경험이 없었기 때문에 무엇을 해야 할지, 왜 해야 하는지에 대해 혼란스러워했습니다. 그런데 도서관에서 책과 함께 즐거운 경험을 많이 해본 후 청소년사서는 서로 먼저 나서서 책을 추천했고, 그에 맞는 활동들을 고민했습니다. 어린이의 눈높이에 맞는 책과 놀이를 결정하고 부스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청소년은 뿌듯함을 느꼈고, 축제 현장에서 어린 동생들과 즐겁게 활동하며 함께 하는 기쁨을 알았습니다. 올해도 진행될 어린이축제에서 어떤 좋은 책으로 재미있는 놀이를 구상하고 만들어갈지 기대가 됩니다.
그리고 2018년, 연말을 준비하며 어떤 행사를 진행해볼까 고민하던 중 2016년의 즐거웠던 경험을 떠올리며, 이번엔 청소년사서가 주최하는 독서토론을 기획하였습니다. 길고 지루한 회의를 거쳐 함께 읽을 도서를 선정하고, 함께 이야기 나눌 마을 어른들, 대학생 언니오빠(형누나), 또래 청소년에게 직접 말로 초대하고, 전화를 걸어 초청했습니다.
우리 마을엔 다양한 조직과 단체들이 있습니다. 청소년이 어른들의 생각과 의견이 궁금하다고 의견을 내었을 때, 그 어른들은 모두 두팔 벌려 청소년을 맞이해 주십니다. 전화로 어른들을 초대하자고 하였을 때, 아이들은 모두 거부감을 보였습니다. 요즘 시대에 전화도 어려운데, 처음 연락하는 낯선 어른이라니 너무나 무섭게 여겨지기 때문이었죠. 그렇지만 모두 함께 초대에 임하자고 마음 먹은 뒤 연락을 하고 난 후에는 모두 굉장히 뿌듯했습니다. ‘바쁘지만 우리 학생이 부탁하면 당연히 시간을 내어야죠~’라며 시간을 물으시고 일정을 조정하신 분도 계셨고, 기특하다며 칭찬해주신 분들도 계셨습니다. 청소년사서는 그렇게 어른들의 응원으로 더 잘 할 수 있다는 믿을 가지며 독서토론을 준비하였습니다. 청소년이 읽기에 조금 어려운 책이었지만 다른 사람과의 대화를 통해 더 배울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으로, 발제문을 적고 토론 안내지를 제작했습니다. 하나부터 열까지 쉬운 일이 없었지만 행사의 사회, 진행까지 직접 대본을 적어가며 준비하는 자신들의 모습에 지금껏 느끼지 못했던 성취감과 만족감을 느꼈습니다.
2018년 연말, 한 해를 돌아보던 청소년사서 중 몇몇은 이제는 더 나아가, 높은 성취를 이끌어 낼 활동을 경험하기를 바랐고, 그 아이들과 2019년을 준비할 TF팀을 구성하였습니다. 방학기간에 많은 도서관을 견학하고 의견을 나누었으며, 서점에서 직접 책을 골라 읽고 추천사를 적어보았습니다. 앞으로 우리도서관이 발전해나갈 방향에 대해 사서선생님들과 함께 고민하는 시간도 가졌습니다.
올해 청소년사서는 큰 목표를 가지고 있습니다. 담당자의 선택이 아닌 자신들의 의사로 매달의 활동을 채워나가는 것입니다. 이번 한 해를 마쳤을 때는, 후회보다 보람이 많이 남기를 바라고, 막연한 즐거움보다는 뚜렷한 성취가 많이 남기를 바랍니다. 자신들의 성장이 스스로 느껴질 때 청소년은 그 어떤 자리에서도 즐겁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