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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화랑도서관 사서 Mar 09. 2020

과몰입오타쿠가 도서관을 바꾼다

도서관에서 청소년과 희곡 써보기... 첫 번째 도전기


여기, 도서관에 취업한지 겨우 1년이 넘어가는 한 과몰입오타쿠가 있다. 이 사람은 연극, 뮤지컬에 과몰입 하다못해 창작활동까지 손을 대게 되는데...


한 과몰입오타쿠가 회사에서 어떤 일을 벌렸는지 썰을 풀어보려고 한다.(내 얘기다.)


*과몰입오타쿠(명)
: 자신의 덕질 분야에 과하게 몰입하여 일상생활이 불가능한 사람을 이르는 말


2018년 8월 1일, 공릉청소년문화정보센터 화랑도서관을 첫 직장으로 잡은 뒤 정신없이 회사생활에 적응을 하던 중이었다. 마라탕 회식을 거하게 마치고 카페에 앉아 쉬던 차에 "선생님도 이제 슬슬 청소년동아리 하나 만들어야하지 않겠어요?"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다른 선생님들이 어린이사서니, 청소년사서니, 이런저런 동아리들을 관리하고 있는 건 알고있었지만 나만의 동아리를 만드는 일은 생각보다 손에 잘 잡히지 않았다.(그리고 선생님들이야 경력이 n년은 쌓인 분들이고 저는 방금 들어온 사람인데 제가 어떻게 만들어요...ㅠㅠ라는 솔직한 마음 한 스푼도 담겨있다.) 내가 어떤 동아리로 어떻게 청소년들을 만나야 할까, 고민 끝에 내가 좋아하는 주제에서 한 번 시작해보자! 라는 생각으로 청소년 희곡쓰기 동아리 "관객모독"을 시작하게 되었다.


생각보다 쉬운 일은 아니었다. 내가 어떤 것을 좋아하는지 고르는 단계부터 난항이었기 때문이다. 내가 잡덕(*이것저것 문어발식으로 덕질하는 사람)인 것도 있지만 프로그램과 연관지을만한 컨텐츠를 고르는 일이 어려웠기 때문이다. 

'내가 좋아하는 것... 최근에는 뮤지컬이 있었고... 도서관에는 희곡이나 DVD자료가 있고... 그럼 뮤지컬을 만들어 볼까? 당장 연기활동은 힘들 것 같으니 대본을 써보는 것부터 시작해볼까?'하는 생각에 "저 희곡쓰기 동아리 만들래요!"라고 외치게 된 것이다.


*제목부터 어그로 느낌이 진하게 풍긴다. 참고로 프로그램명은 노벨 문학상 수상자 페터 한트케의 작품 '관객모독'에서 따온 것이다.


*원래는 중학생 대상으로 프로그램을 진행하려고 했는데 수능 끝나고 할 일 없는 고3 친구들이 너무 심심해 하길래 같이 해보자고 꼬셨다. 시간이 남아돌아서 그런가, 고3 친구들이 제일 열심히 참여해줬다. 땡큐...


*과거와 현재를 비교하기 위해 양극단의 사진을 넣은 것이지 조승우씨와 김서형씨에게 악감정은 없다. 오히려 팬입니다... 땡큐...22



희곡의 개념 설명부터 마지막 3차시에는 희곡을 직접 써보기까지 모든 부분을 커버하는게 사실 조금은 벅차게 느껴졌다.(이래서 사람은 자기가 좋아하는 걸 업으로 삼으면 안되는 거구나...) 전공자가 아니니 퇴근 후엔 책이나 인터넷을 통해 공부를 하고, 업무 중엔 어떤 희곡을 소개해야할지, 어떤 영상을 보여줘야 재미있어할지 서가를 헤집어가며 일했기 때문이다. 그나마 좋아하는 분야이니 이만큼 했지 안 그랬으면 매일 책상 앞에서 울었을 것이다.

이렇게 시작된 관객모독 프로그램... 과연 성공적으로 마칠수 있을까? 

각 차시에 대한 자세한 일지는 다음 장에서 이을 예정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청소년이 생각보다 창작 활동을 좋아하고 함께하는 시간을 즐거워했다는 점에서 프로그램은 매우 성공적이었다. 좋아하는 분야를 말할 때 반짝거리던 눈을 잊을 수가 없어 2020년에도 아이들과 꾸준히 만남을 지속해보려고 한다.

올해는 어떤 새로운 친구들과 함께 할지, 어떤 창의적인 작품들이 탄생할지, 담당선생님이 아닌 희곡을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정말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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