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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로소 연 Apr 23. 2023

남녀공학 별거 아니야

K고딩의 학교생활-전학

여중을 다니다 보면 고등학교는 무조건 남녀공학을 갈 거라 다짐하는 딸들이 있다.

특목고에 진학할 결심도 아니고 남녀공학이라니, 엄마는 어이없는 한탄이 나올 일이지만.

친구 J도 그중 한 명이다.

여자친구들 간의 묘한 감정선을 예민하게 다 알아채는 아이라서,

몇 번의 사건으로 교우관계에 스트레스를 받았던 경험이 있는지라 좀 편하게 지내고 싶다는 것은 아이의 이유이다.

남녀공학에 가면 모두 다 털털해지는 성격으로 바뀌는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이미지 출처: Pixabay


문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여러 번 바뀌면서 분양받은 아파트에 실거주 2년을 해야 팔 때 세금혜택을 받을 수 있다. J가 고등학교를 배정받아야 할 시점에 분양받은 주상복합 아파트가 완공이 되어 입주를 해야 할지, 그냥 전세로 더 있어야 할지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분양받은 아파트로 이사를 가면 강남구라서 이곳 송파보다 내신 잘 받기는 어려울 테고

(강남으로 간다고 해서 남녀공학을 1 지망으로 쓰지는 않을 것이지만 2 지망 3 지망은 남녀공학을 적을 수 있어서 내심 바라고 있는 딸이다.)

그럼, 살던 집은 전세 재계약을 하고 분양받은 집도 전세를 내주고 다니던 중학교와 한 울타리에 있는 여고를 가는 건 아이가 별로 탐탁지 않아 한다.

(송파에서는 오래 살아서 1 지망으로 J여고를 쓰면 배정받을 확률이 90% 이상이다.)

또, 분양받은 집에 언젠가 2년을 살아야 하는데 그렇다면 언제가 좋을까 고민을 하게 된다. 초등 동생도 있어서 이사시점은 더 복잡해진다.

집안의 재산 형편과 자식 둘의 학교와 학원 동선을 고려하며 송파의 여고를 배정받을 경우와 강남의 학교 중에 갈 만한 학교와 배정에서 튕길 경우 등 여러 가지 경우를 예상하고 머릿속으로 시뮬레이션을 돌려보면서 고민에 고민을 하고 결국 '강남구로 이사'하기로 결정했다.


인생은 계획대로 되지 않는다는 만고의 진리가 유독 중요한 순간에는 비껴가는 오차도 없이 적용된다.

J는 그렇게 강남구의 3 지망 학교까지 다 튕기고 서초구에 있는 통학거리 45분의 남녀공학에 배정이 되었다.

잘 아는 송파구도 아니고 시뮬레이션에 단 한 번도 등장한 적 없는 서초구의 남녀공학이라니.

어떤 반응을 해야 할지도 예상이 안 되는 학교라서 좋게 생각하자 했다.

인생이 계획대로 되지 않듯이 예상치 못한 좋은 일도 있는 법이니까.




J엄마는 아는 사람 없고 아는 학원 없는 서초구에서 잘 지낼 수 있을까 걱정했지만 딸J는 교복 맞추러 가는 날부터 친절한 선배와 전화번호도 교환하고 즐거운 기대에 부풀었다.

방송부와 연극 동아리를 신청하고 남자사람 친구들은 감정싸움 할 필요 없이 편하게 지낼 수 있어 좋다며 사교성을 발휘하다 보니 어느새 학교의 인싸가 되고 남자친구도 생겼다.

엄마의 관리는 더 철저해져서

핸드폰 밤 12시 거실에 놓고 자기,

학원 끝나는 시간에 엄마가 픽업하기,

주말에 약속 허락받기 등 규칙은 많아졌다.


규칙은 깨지기 마련이고

깨지면 시끄럽고 요란하고 아프다.

몇 번의 시끄러운 아픔이 있고 나서 한 번 더 규칙을 어기면 자사고로 전학시켜 버린다는 엄마의 으름장이 있었다.

(같은 학군지에서는 일반고에서 자사고로 또는 자사고에서 일반고로 전학이 가능하다.)

 

고등학생의 일탈은 예상대로였다.

저녁 약속은 술 마시는 약속이고 담배 피우는 아이들도 여럿이고 연애를 하며 사귀고 헤어지면서 서로에게 상처를 낸다. 그동안 엄마의 관리 속에서 일탈의 유혹을 뿌리쳐 보았지만 쉽지 않다는 것도 경험했다.

모른척하며 나의 길을 가자니 동아리 친구, 남자친구의 친구 등등 얽혀있는 교우관계에서 나 홀로 어느 날 갑자기 일탈과 멀리하며 학교생활을 해내기가 힘들게 뻔했다.

그래서 결국 J 스스로 전학을 선택했다.

J는 다니던 중학교와 같은 울타리 안의 여자 고등학교로 전학을 원했다. 그 학교라면 중학교 친구들도 많을 것이고 분위기도 예상이 되니 좀 얌전히 다닐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강남구와 송파구는 학군지가 달라서 이사를 한다면 일반고에서 일반고로 전학이 가능하다.

결정을 했으니 이제부터는 엄마가 바쁘다.




예전에 입시를 위해서는 엄마의 정보력과 아빠의 무관심 그리고 할아버지의 재력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런데 이제는 엄마의 해결력과 아빠의 따스함으로 바뀌었단다.

정보력이야 검색만 잘하면 나오는 것이라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고, 문제가 생겼을 때 해결을 잘해야 한단다. 그래서 엄마의 해결력이 중요한 능력이라는 것이다. 아빠도 무관심하면 안 된다. 아이가 힘들어할 때 위로해 주고 보듬어 줄 수 있는 따스함이 있어야 한다. 입시는 함께 뛰는 마라톤 같다. 맞는 말인지는 모르겠지만 설득되는 이야기다.


친구 J 엄마의 해결력은 문제가 발생했을 때 빛을 발하며 속전속결로 진행되었다.

바쁘게 이사를 하고 전학을 시키고 겨울방학 개학 후부터 봄방학 전까지 4일 학교를 다녀와서 J가 이야기했다.


남녀공학 다녀보니 생각처럼 좋지 않더라,

내가 인싸인 줄 알고 재밌다고 다닌 건 다 하지 말라는 행동들이었고, 

교칙을 어기는 일들이었다고 고백했단다. 

이제 인싸도 소용없다는 걸 알았다고.

전국에서 치마길이가 제일 긴 고등학교의 교복을 입고 등교를 하니 모범생이 된 것 같아 기분이 좋다고.




목동에 사는 친구 아들도 고등학교 2학년인데 남녀공학 일반고에서 자사고 남자학교로 전학을 했다.

1학년 1학기가 다 끝나기 전부터 전학시켜 달라고 조르다가 결국 2학년을 전학으로 시작했다.

'연애하면서 만나고 헤어지는 것이나, 관심 없는데 사귀자는 여자친구를 거절하기도 불편하고 신경 쓰여서'가 이유였다.

일반고에서 자사고로의 전학이라 자사고에 티오가 생기면 

중학교 생활기록부를 제출하고 절차에 따라 

합격여부를 통보받고 

등록금을 내고 

새로운 교과서를 받고 

교복을 사고 

학생증을 발급받고 

리로스쿨에 가입하면 된다.


보통은 자사고나 특목고에서 일반고로 전학하는 일이 일반적이라 생각했는데 이런 이유로 자사고로 전학가는 일도 있는 걸 보면 남고 여고가 존재해야 하는 이유도 분명 있는 것 같다.




S가 2학년이 되고는 선택과목에 따라 교실 이동 수업이 많다. 

그래서 다른 반이어도 선택과목이 같으면 알게 되는 친구들이 있다.

학기 초에 S가 결심하는 발언을 했다.

"엄마, 우리 학교로 전학 온 애들이 J 말고도 여러 명 있더라. 대원외고에서도 오고, 용인외대부고에서도 왔어. 도대체 왜 온 건지... 이제 영어 내신은 놔야겠어."

유독 영어 내신 시험을 어려워하는 S라서 2학년 내신이 걱정인데 난다 긴다 하는 외고에서 전학 온 아이들이 있으니 열심히 공부할 의지를 기선제압당했다.

그래도 놓지 말고 잡고 가자.

수능시험에 중요한 과목이잖니.


이미지 출처: Pixabay


이러저러한 이유로 쉽지 않은 결정을 하여 전학한 아이들이 

부디 본인의 의지로 전학한 학교에서 잘 적응하고 무탈하게 지내길 바란다.


또, S가 외고에서 전학 온 친구들과 선의의 경쟁이 되길 빌어본다면 이상적인 바람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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