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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로소 연 Jan 20. 2023

윈터스쿨은 잠과의 전쟁

K고딩의 겨울방학

방학이 되니 아침에 일어나는 시간이 점점 늦어진다.

기말고사 끝나고는 결기가 나서 윈터캠프를 가야겠다더니 그런 기개는 다 사라졌나 보다.

방학 동안 매일 7시에 일어나겠다는 다짐은 그냥 말 뿐이고 30분 넘게 깨워야 겨우 일어난다.

스터디 카페 등원 시간도 8시에서 9시로 늦춰졌다.


S가 말하는 '윈터캠프'는 4주 동안 기숙하면서 아침 7시에 일어나 일과가 시작되어 밤 12시까지 수업과 자습 으로 짜여진 스케줄대로 공부해야 한다. 공부시간은 확실히 확보되고 규칙적으로 생활하겠지만 집 떠나 잠까지 자는 것이 마음 편치 않아 못 보낼 것 같다.

대신 잠만 집에서 자고 아침 8시 등원해서 밤 12시 하원하는 '윈터스쿨'이 또 있다. 기숙만 안 하지 모든 일정이 윈터캠프와 비슷하다.

윈터스쿨 설명회를 2군데 갔었지만 뭔가 딱 맘에 들지 않다. 

집에서 가깝고 수강 과목 선생님도 좋아 보이는 윈터스쿨은 한참 전에 마감되어 예비 번호 128번이다. 


윈터스쿨에 가게 된다면 중간에 나오기 어려워 다니던 수학학원을 쉬어야 한다. 개학하고 다시 수학학원으로 간다면 진도가 맞지 않을 것 같아 고민하다가 신청 기간을 놓친 것이다. 미리 계획 못하고 정보에 뒤처진 게으름뱅이가 된 것 같다.




'구하면 얻을 것이다'라고 했던가!

대기번호 받은 학원 옆에 관리형 스터디카페가 있는 게 아닌가.

관리형 스터디카페는 등하원 시간 체크하고, 핸드폰 포함 전자기기는 반납하고, 인강 듣는 용도로 필요할 때는 허락을 받고 사용, 매일 영어 단어 30개 시험,  중간에 외출도 미리 신청해야 가능한 시스템이다.


윈터스쿨 학원의 단과 수강은 가능하니까 수업만 신청해서 듣고 (윈터스쿨에서 담임제로 해주는 관리를 못 받는 것은 아쉽지만) 스터디 카페에서 공부하면 될 것이다. 

이동 시간 낭비도 없이 윈터스쿨처럼 8시 등원하고 12시 하원이 가능하니 그렇게 하기로 했다.

결제를 하고, 이번 겨울 방학을 성적향상의 발판으로 삼자는 마음으로 도원결의를 하듯 스케줄표를 짰다.

진짜 열심히 고심하면서 스케줄 표를 짰다. (지금 보니 나만 고민했나 싶지만 말이다.)




학교에서 기말고사 끝나고 방학 때까지 열흘정도의 기간 동안 특별히 하는 것 없이 영화 보고, 자습하는 시간이 많아서 그런지 열정이 식어갔고, 결의도 잊혀 갔다.

또 공휴일, 명절, 상관없이 개강하는 학원 덕분에 12월 25일과 1월 1일에 수업을 하는 것에 대한 보상심리가 작용했다. 이런 날도 수업을 했으니 좀 쉬어도 괜찮다는 아니, 쉬어야 마땅하다는 마음이 꿈틀꿈틀 용기를 내 계획을 무시했다.


'그래~ 하루 이틀은 쉬어도 괜찮지. 그래야 또 힘내서 열심히 공부하지. 등원하면서 마음 잡고 공부하겠지. 자기가 한다고 했는데!‘


하지만 계획대로 몸이 움직여주지 않는다. 아침 기상이 문제다.

8시 등원은 하루도 못하고 10분, 30분, 40분 늦더니 계속 9시에 등원한다.


수능시험은 아침 일찍부터 시작하지 않는가.

8시 10분까지 입실하고 8시 40분부터 국어 시험이 시작된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

그래서 신체리듬을 수능 시간표에 맞추라는 조언을 많이 한다. 가능하면 초등학교부터 일찍 일어나서 책 보는 연습을 하라는 원장님도 있다.

시험장에 8시에는 도착하려면 7시에 일어나서 준비하고 나가야 하기 때문에 늦어도 7시에 일어나는 습관은 그냥 몸에 배도록 해야 한다. 수능날 국어 문제 풀다가 졸리지 않으려면 말이다.

마음 같아서는 7시에 일어나서 신문을 보던가 국어 지문 하나씩 풀고 가면 좋겠구먼, 역시나 엄마의 계획일 뿐 아이는 일어나질 않는다.


매번 30분 넘게 깨워야 겨우 일어나고 아침은 굶다시피 하고 나간다.

아침을 챙겨줬더니 밥 먹어서 졸리다고 난리를 쳐서 밥을 안 먹고 간단하게 시리얼이나 우유 한잔 정도 먹고 간다. 아침을 먹으면 속이 너무 안 좋다고 성질을 부려서 계란하나 또는 떡구이 한 개라도 먹고 가는 것에  감사하고, 슬프지만 영양제 먹는 걸로 위안을 삼는다.

그렇게 아침에 가면 오전 시간에는 거의 졸리단다.

그래서 서서 공부한단다. (고등학교에 가면 교실마다 스탠딩 책상이 있다. 일어선 자세로 높이를 맞춘 책상으로 졸리면 서서 수업 들을 수 있도록 배려해 준 것이다. 처음 들었을 때는 충격이었다. 서서라도 공부하겠다는 아이들 의지도 대단하지만, 그렇게까지 공부해야 하는 현실이 슬펐다.)




"엄마, 졸리면 눈앞이 노래지는 거 알아? 어쩔 때는 글자 주변이 파랗게 보이기도 해."


아이고야... 얼마나 졸리면 그럴까, 그래도 책상에 엎드려 자지 않고 일어나 했다니 너무 기특하다.

우리 S의 성실함만큼은 진짜 최고다. 그래, 이제 2년도 채 안 남았다. 조금만 참고 견뎌보자.

일단 이번 방학에는 7시에 몸이 저절로 깨도록 신체리듬을 만드는 걸 목표로 삼자.

저녁에 12시까지 하지 말고 11시에, 그래도 졸리면 10시에 와서 씻고 자자.  

아침에 가서 졸면서 있는 것이 무슨 소용이람. 맑은 정신으로 집중해서 하고 쉴 때는 쉬자.




S도 일찍 일어나는 방법을 찾아봤는지 유튜브에서 봤던 영상을 얘기해 준다.

베개를 세게 치면서 7시! 7시! 7시! 를 외치고 잠들면  그 시간에 딱 일어난단다. 효과 있다고.

그럼 그거라도 해봐, 효과 보게!

이렇게 방학이 3주가 되어가고, 개학은 보름 남았다.

신체리듬 만들 수 있을까?

윈터캠프 갔어야 했나?  

뭐가 맞는지 제대로 가고 있는 것인지 모르는 안갯속을 오늘도 걷는다.


*사진출처: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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