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제와 맞는 국가선정, 충실한 내용, 압도적 분량
공무국외연수에 대한 비판은 예나 지금이나 끊이지 않는다.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외유성 출장'인데, 부산교육청의 정신나간 해외출장에 대해서는 지난번에 다루었다. 클릭하시면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의문이 생기는 분도 계실게다.
아니, 공무원 출장이 다 그렇지 뭐.
뭘 기대하고 그러는 거야?
여러나라의 공무원, 특히 교원의 해외연수 보고서를 비교해보겠다.
여러분은 적어도 이 부분에서 대한민국은 선진국은 커녕 개도국에서 못 미치는 수준이라는 걸 확인하실 수 있을게다.
시작하자.
이제 여러분이 보실 것은 2019年度 教師海外研修報告書 (일본의 JICA 도쿄 지부 관련 문서로, 교사 해외연수 프로그램의 보고서)이다.
「지속 가능한 사회의 창조자」를 키우는 수업 실천집을 부제로 하는 이 보고서는 장장 169페이지짜리인데도 여백이나 넓은 줄간격 따위로 '많아 보이게 만든' 보고서가 아니라 정말이지 빽빽하고 알차다 싶은 보고서이다.
일단 연수지가 파라과이와 잠비아다.(우리나라 교육청이었으면 '모범사례'를 배운답시고 유럽으로 갔을 것이란 예상에 반대할 수 있는 사람?)
지속 가능한 사회의 창조자라는 것이 경제 성장, 환경 보호, 사회적 형평성을 모두 고려하는 포괄적 접근을 통해 미래 세대와 지구 환경을 위한 지속 가능한 사회를 설계하고 실천하는 모든 개인과 집단을 의미한다는 점을 생각하면 훌륭한 자연환경을 가지고 환경문제와 빈곤퇴치등이 필요한 두 국가는 주제에 부합하는 연수지인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 교육부와 교육청의 수준은?
부산교육청은 올해 초에 학력증진 모범사례를 찾겠다고 스페인에 갔다 (약 1억 1천만원 짜리 연수였다)
유럽 대부분의 나라는 (스페인을 포함해서) 학력격차가 심각한데, 이는 귀족제의 여파이기도 하고 아주 어릴때부터 직업교육을 시작하는 탓이기도 하다.
그런데 학력격차를 해소하는 방법을 배우겠다고 스페인을 간 것이다. 기관방문은 단 6시간이었고, 나머지 4일은 관광이었다 (연수 목적에 아예 공로를 이유로 하는 인센티브라고 명시되어 있다)
교육부는 AI활용을 배우겠답시고 프랑스와 네덜란드를 갔다.
마이크로소프트 암스테르담 지사에 방문한 것이 개인적으로는 웃음 포인트인데, 한국에도 버젓이 있는 마이크로소프트 회사를 굳이 해외연수까지 가서 들른 것도 어이없거니와 거기서 소개받은 것이 microsoft coplit 이란다. (하아...) 이게 몇 달 전 이야기이다.
디지털 어쩌구를 배운답시고 미국까지 건너가서 '애플홍보관'에 간다거나, 선진 교육법을 배운다고 유럽의 초중고를 한번씩 들르는데 내용을 보면 알멩이가 없다. 특히나 IB(국제 바칼로레레아)와 직업훈련학교가 유럽연수의 이유라고 많이 써있긴 한데, 당장 휴대폰에서 확인할 수 있는 정보만 나열했다는 생각밖에는 들지 않는다.
십수명이 연수를 가서도 고작 3,40페이지짜리 보고서가 올라오는데, 그 중 대부분은 외교문서와 네이버백과에서 '긁어 붙인' 자료들이다.
아니,
해외연수 보고서의 3분지 1이
그 나라 국기와 국토면적, 인구 수에
유명관광지 브로슈어인 건
좀 심하지 않은가?
이제 일본 문부과학성의 교원해외파견연수보고서를 보도록 하자.
당연히 일본어이므로 해석이 어려울 수 있지만, 주요한 제목 정도는 설명을 달아두었다.
중요한 것은 보고서를 정말 열심히 썼다는 것이다. 해외연수에 이 정도 수준의 보고서를 써야 한다면, 아마도 관광이 목적인 연수는 없어질거라 생각한다.
169페이지 모든 내용을 싣지는 못하였다. 다운로드가 어렵진 않으니, 제목을 복사붙이기하여 검색하면 찾으실 수 있다. (어쩐지 링크 복사가 되지 않는다)
어떤 생각이 드셨는지 모르겠다만, 비교를 위해 부산 교육청의 연수보고서를 올린다. 38페이지짜리 보고서인데, 태반은 긁어 붙인 자료이다.
댓글을 남겨주시면 좋겠다. 무슨 생각이 드시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