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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친 공교육

평가하지 않고 감시하지 않으면 공공기관은 어디까지 망가지는가

by 당신들의 학교
경제적 여유를 누리는 삶에 대해
말할 때마다 나오는 얘기

"1년에 한두 번은 해외여행"

해외여행을 매년 갈 수 있는가라는 것은
경제적 여유는 물론
삶도 즐길 수 있는 여유가 있음을
보여주는 시금석이 되었다.



교원들의 해외연수나 출장이 외유성 여행으로 그칠 위험은 너무나도 크다. 그래서인지 각 교육청마다 국외공무연수나 출장에 대한 보고서를 공개하고 있는데, 이에 대한 감시가 느슨한 나머지 많은 교육청들이 선을 넘고 있다.


서울시의 경우에는 그나마 보고서가 좀 봐줄 만 한데 (아마 타 지역에 비해 감시하는 눈이 많다던가, 교직에 있는 교원들의 평균적인 성향의 차이 때문인 것 같다) 개인적으로 '왜 굳이 해외연수를 해야 하는지'를 모르겠는 나로서는 일부 해외 컨퍼런스 참석이라던가 하는 국외출장을 제외하고는 함량미달의 보고서라고 생각한다.


어쨌거나 서울시 교육청에서 공개하고 있는 공무국외출장 및 연수에 대한 보고서는 다른 지역에 비해서는 '선녀'같은 것이므로, 다루지 않겠다.


막장이라고 할 만한 두 지역을 보자.


부산과 경기도. (다른 지역보다 더 심하다기보다는 '두 개쯤 볼까'했는데 처음 선택한 두 지역이 여기였다)









일단 [부산형 인터넷 강의]라고 하는 게 뭔가 싶을 텐데, 찾아본 결과 아무 특색 없는 그냥 인강이었다. 현재 중1, 고1 과정만 개설되어 있고, 강사(아마 교원이겠지)는 10명, 강의 수는 260여 개이다.


전혀 특색 없고 (하다못해 강의에 부산 사투리도 나오지 않는다), 듣보잡 교사가 나와서 하는 매우 제한된 컨텐츠에 불과한데, 이걸 왜 만들었는지 의문이다.



대강 봐도 돈이 많이 들어가는 사업이니, 사업을 추진하고 실행하고 유지하는데 콩고물도 많을 거라고 생각하는 건 너무 나쁘게 생각하는 걸까?


지극히 개인적인 의심이긴 하지만, 이러한 '콩고물의 콩고물'같은 형태로 해외출장도 잡아서 다녀왔나 보다.


그런데 소요 금액이


112,500,000원



1억 1천250만 원이다. 1인당 703만 원 정도.


아주 큰 맘을 먹어야 갈 수 있는 해외여행을 그냥 공짜로 갔네? 여행기간 동안도 근무일로 인정되어 급여를 받은 것은 말할 것도 없고.


물론 이런 반박이 있을 수 있겠다



멀리 출장을 가면
어쩔 수 없이 비용이 많이 든다.

필요에 의해 가는 출장인데
제대로 알아보지도 않고
'공짜여행'이라며 비난하는 건
아무리 개인의견이라도
심하다.



인정한다.


'제대로 알아보지도 않고'라는 말은 특히나 교원들에게서 많이 들어볼 수 있는 말인데, 그들의 주장은 '실제로 해보면' 생각이 달라질 거라는 것이다.


글쎄.


증거(?)를 보자. 이것은 모두 부산시교육청에서 공개한 공무국외출장보고서와 공신력 있는 언론사에서 나온 자료이다.



1. 스페인을 갈 이유가 없다.


보고서에 나온 출장 목적은 교육격차 해소와 학력 신장에 대한 해외사례 체험이다. 3번째에 나온 '국외 우수 교육기관 벤치마킹'이라는 부분과 함께 살펴보면


스페인은
교육격차 해소와 학력신장에서
우수한 모범사례이므로
이를 배우기 위해 출장을 가겠다.


라고 해석할 수 있다.


그런데... 스페인이?



스페인(뿐만 아니라 유럽 대부분의 나라는)은 학력격차가 심하기로 유명한 나라다. 학생들의 학업성취도 또한 스페인이란 나라에 우리나라 교원이 가서 배울 정도는 아닌 것이 상식이지 않은가 말이다.


스페인 등 유럽나라는 '직업교육'에 대해서 배울만 한 것이지, 교육격차 해소나 학력 신장을 목표로 간다는 건 일반인이면 몰라도 교육계에 몸담고 있는 사람들이 생각하기에 많이 이상하지 않은가 말이다.



2. 물론 그들은 그런 걸 부끄러워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이 일 억일천만 원짜리 출장의 목적은 '유공교원'에게 '인센티브'를 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어떻게 '출장'이 인센티브가 될 수 있을까?
어떻게 '동기 강화'(즉 사기진작)가
출장의 목적이 될 수 있을까?







내가 '선을 넘었다'라고 하는 부분은 이것이다.


이들은 이제 부끄러워하지도, 이것이 이상하다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효과가 나타나지도 않고 오히려 비판받는 사업을 수행한 일부 교원들에게 수고했다며 수백만 원씩 여행경비를 들여 근무시간에 해외여행을 보내주면서, 그것을 '출장'이라고 눈가림을 하고 버젓이 보고서를 내놓아도 부끄럽다 생각도 안 한다.


아무도 안 보니까.


이 미친 출장을 자세히 살펴보자. 아래 링크는 유튜브이다. 글로 전달할 수 있는 것과 말로 전달할 수 있는 것이 좀 다르므로 관심 있는 분들은 보시길 바란다. (구독도 좀 해주고 ^^)


교원의 해외출장 (계획편)

교원의 해외출장 (보고서편)


'기관방문'과 '문화시설탐방'으로 구분해서 방문지를 정리하였다.


세비야와 그라나다 두 곳이서는 기관방문이 비어있는데, 출장을 갔으면 좀 열심히 보고 배워야 (벤치마킹이라매) 할 것 아닌가 하지만, 6줄짜리 표에 2줄 정도 공백인 것은 심리적으로 좀 넘어갈 수 있는 부분인 듯도 하다


반전은 그다음이다


전체 8일의 일정 중 기관을 방문하는 것은 단 3일이고, 공항에 도착하는 첫날을 제외한 4일을


그냥 논다.




웃기는 것은 앞의 [방문기관]의 표에서는 분명히 방문하는 기관이 5개였는데, [세부일정]에서는 4개로 줄었고, 이해할 수 없는 오타까지 발견되었다


'간독투어'가 뭔데?


16명이 출장을 가서, 16개의 보고서가 나온 것도 아니고, 단 하나의 보고서가 나왔는데 (그러니까 대부분의 사람은 진짜로 아무것도 안 하고 놀았다는 이야기) 그 마저도 허술하다.


게다가



이들이 기관방문에 들인 총시간은 (보고서 상으로)


6시간


1억 1천250만 원을 들여, '출장'을 보냈는데, 출장의 목적이자 핵심이라 할 만한 기관방문이 단 6시간뿐이었다. 이것이 2박 3일짜리 출장이었어도 욕을 먹을 판에 이번 출장은 7박 9일.


이건 선을 넘은 게 맞다



게다가, 그 문화시설탐방이라고 하는 것 말이다.



여행 브로슈어에서 긁어 붙인 듯한 사진과 설명을 수록하는 것으로 끝. 이것이 38페이지짜리 보고서 중에서 8페이지를 자치한다.


초등학생 현장체험학습보고서도
이것보단 잘하겠다




정리해 보자


출장의 목적 자체가 교원에게 인센티브를 제공이라니 상식에 맞지 않다

그 외의 학력격차 해소 등의 목적을 보면 스페인은 적절한 대상국이 아니다.

출장 일정의 대부분이 문화시설탐방이며, 이마저도 성의 있는 보고서가 없으므로 그냥 개인 휴가를 주었다고 충분히 이해할 만하다

보고서도 출장자 16명이 각각 작성하여 제출한 것이 아니라 단 1부의 보고서만 있는 데다 그 내용 또한 허술하고 함량미달이다.

따라서 출장자 16인은 1억 1천250만 원을 들여 해외로 휴가를 간 것이다. 출장비 전액을 돌려받고, 출장기간을 '결근'처리하며, 이 출장을 계획하고 승인한 사람과 부서는 징계해야 한다.


한마디로 이것을 평가하자면


16명의 특정 교사에게
해외여행등 1억여원의 향응을 제공한 것







이번엔 경기도이다.


경기도는 생각보다 간단하다. 공무국외출장이니 연수의 자료를 찾기 어려웠기 때문인데, 다음을 보자.




이런 것이 수십 수백 개가 있다.


알리바바의 집을 찾으러 마을로 들어간 도적들의 황당함이 이런 걸까?


경기도는 일단 시작부터


보여주지 않겠다



며 방어하는 모양새이다.


어찌 보면 부산보다 더 나쁜 경우인데, 국민신문고로 시정을 요구하였다.


결과는 아미 2주 뒤쯤 나올 게다.


오늘의 결론.


교육청, 교원들이 뭘 하는지
비판적으로 보시라.

무관심의 그늘에서
자라나는
그들의 낭비와 특권의식은
생각보다 심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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