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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s teachers, stupid. -1

바보야, 문제는 교사야.

by 당신들의 학교
뭐랄까...

수 십 년간 공교육대책이라며
나오는 것을 봤는데

이제는 아무런 기대가 안 된다.




모든 정책에는 목표로 하는 효과가 있고, 부작용도 있다.


정책의 수혜자가 있으면 피해자도 있기 마련인데, 당연히 나타나는 반발과 공격을 무릅쓰고 어떠한 정책을 관철시키는 것은 응당 확실한 비전과 철학이 있어야 하겠다.


수 십 년을 교육정책이 바뀌는 것을 보아온 사람으로서 한 마디 하자면



나는 도대체 너네들이

뭘 원하는지 모르겠다.




물론, 그동안 목표가 분명했던 정책이 없었던 건 아니다. 성공했다 평하기엔 논란이 많지만, 정책 자체는 목표가 분명한 편이어서 찬성이나 반대하기 편했던 정책도 있었다


그러니 대부분은 별다른 목표가 보이지 않았다.


미래사회를 이끌 민주시민을 양성하고, 창의력과 리더십을 키우며, 지나친 사교육의 광풍을 잠재우고 공교육을 정상화한다.


이런 '듣기만 그럴싸한 말'이 어떻게 목표가 될 수 있겠느냐는 말이다


지나치게 높아진 학생들의 학업 스트레스를 감소시키고 사교육 의존도를 낮추어 가계 생활이 도움이 되고자 한다


수치나 목표가 구체적이지도 않은데 이걸 목표라고 할 수 있을까?


큰 틀의 정책이란 두루뭉술하고 수치화하기 어려운 목표를 잡을 수도 있다.


그렇지만 내신 등급을 9등급에서 5등급으로 바꾸거나, 시험의 횟수를 변경한다거나, 과목의 선택 폭을 늘리거나, 학생의 자율성을 증대시키거나, 서술형을 강화한다거나, 성적 산출의 방법을 바꾼다거나 하는 '실무'적인 정책의 변화는 목표가 뚜렷해야 한다.


내부적으로 구체적인 수치나 목표의 '점수'가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정책의 내용이 그 그럴싸하게 포장된 목표에 어떻게 연결되는 것인지 갸웃할 때도 많았다.


교육부 이하 교육기관에서 내놓는 많은 문서들이 상당 부분 뜬구름 잡기나 듣기 좋은 말만 써놓고, 구체적이거나 수치화하는 부분이 약하다는 얘기를 언젠가 꼭 하고 싶은데 (그놈의 청렴사업을 포함해서), 이렇게 '대강 좋은 말을 갖다 붙이는' 것이 보편화된 가운데서도 우리가 뚜렷하게 들어온 것이 하나 있다면


사교육 의존을 줄이겠다


라는 것이다.


공교육에 책임이 있는 자리에 올라선 사람으로서, 사교육이 마치 '적'처럼 느껴지는 것인지. 공교육의 수장이나 수뇌부에 해당하는 사람들은 하나같이 '사교육 근절'이나 그 반대방향으로써 '공교육 강화'를 외치며 정책을 남발해 왔는데, 아시다시피 사교육은 꾸준히 우상향 중이다.


심지어



공교육은 사교육 없이는 존재할 수도 없게 되었다


최근의 교사의 문제 판매 카르텔 사건은 좀 어두운 공생관계지만, 이보다 훨씬 만연하고 모두 다 아는 사실도 있다.


학교의 교사가 학원에 다닐 것을 권한다거나

학교의 교사가 학생들이 학원에 다니는 것을 가정하여 수업을 진행하는 것이다.


이 부분을 눈감고 사교육 문제 (그들은 사교육 '문제'라고 하겠지)를 해결하는 건 말도 안 되는 일이다.


나쁘게 말해서, 이미 학교의 교사들은 학문적 부분에서 '열심히 가르친다'는 의무에서 해방되었다. 대도시처럼 학원을 다니지 않는 학생이 드문 경우라면



그들이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학생들의 학업 성취도는 보장된다.







학군지라고 하는 곳은, 많은 학원이 몰려있는 곳이고

이른바 명문 학교라는 것은, 입학 전에 모든 교과를 (학원에서) 마스터한 학생이 모인 곳이다.


교사에게 권위란 게
있을 리가 없다.



필요에 따라, 수준에 따라, 원하는 만큼 학원에서 배우는 동안 (학원의 강사들은 교사에 비해 대부분 '헌신적'이라 할 만큼 시간과 노력을 쏟는다. 방학, 주말, 야간, 새벽의 근무는 물론이고 최근에는 온라인과 유튜브 등으로까지 '헌신'을 확장하고 있다) 학교는 의무적으로 가야 하며, 수업의 질은 그저 우연에 의해 정해지고, 수행평가와 시험을 채점하여 점수를 매기는 강제적인 기관으로서 역할만 남은 상태다.



그렇다고 평가의 과정이나 방식이 '존경받을'만 하지도 않다.


그러니까.


바보야, 문제는 교사라구!




다음엔 해법을 찾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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