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교육이 더 훌륭한데요?
공교육의 문제가 뭘까.
공교육의 문제라고 하면, 공교육의 결과물인 '학생의 상태가 좋지 않구나'하는 생각을 가장 먼저 떠올릴 수 있는데, 다행스럽게도 학생들이 멍청해졌다던가, 기업에서 고용하고 싶지 않을 만큼 경쟁력이 떨어졌다던가, 급격하게 인성이 나빠졌다던가 하는 증거는 없다.
오히려 다른 나라들과 비교하여 우수한 인재이고 훌륭한 인격은 물론 창의성과 성실 부분에서도 좋은 편이 아닌가 말이다. (물론 개인적인 의견 차이는 있겠다만, 학생의 역량이나 행동의 점수(?)가 국가별로 보아 부족하다고 보고된 적은 없다. 반대의 경우는 종종 있는 듯.)
그렇다면 공교육의 문제는 뭘까
도대체 뭐가 문제라고 생각하길래, 입시정책을 바꾸고, 과목을 재편하며, 선택권을 주었다가 말았다가 하고, 등급의 간격을 늘리느니 줄이느니 하는 걸까?
학생의 건강권과 행복추구권리 위협받는다고 생각하는 걸까? 실제로 그런 우려를 가지고 내놓은 변화들이 있긴 했지만, 효과가 전혀 없거나 반작용만 거셌었다.
목적을 이루지 못했으니 후속조치라던가 추가적인 변화를 꾀할만한 상황인데도 그저 그것으로 흐지부지. 진짜로 학생의 행복이라던가 하는 것이 공교육의 지향점이라고 생각한다면 그것으로 그쳐서는 안 될 텐데, 역시나 이것에 별다른 문제의식이 있다고 생각하기는 어렵다.
뭐건 간에 그럴싸한 변화가 있어야 했으니까.
새 정권 또는 새로운 수장하에서
'교육혁신'이란걸 하긴 해야 할 것 같으니
이것저것 구실을 붙여 뭐라도 내놓는 느낌.
심지어 같은 정권, 같은 교육부의 수장 아래에서도 교육정책은 모순적이거나 혼란한데, 대표적으로는 '입시의 부담을 덜고, 학업 스트레스를 줄이면서 학업성취도를 높이고자' 하는 것이다.
양립하기 힘든 목표들을 그저 듣기 좋으니까 읊어대면서 정책을 펼쳐나간 것이 지금의 공교육이라는 게 내 생각이다.
그럼 얘네(?)들이 속내로 생각하는 진짜 공교육의 문제는 뭘까?
최근의 화두는 단연코 교권침해에 대한 것이었다.
개인적으로 이것은 공교육의 문제와는 별개로 다루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교사들이나 교사들 쪽(?)의 세력들이 말하는 교권이라는 것은 자기네들이 유리하도록 변질된 것으로, 교권의 정의부터 다시 다루어야 한다고 본다.
즉, 교권 어쩌고 하는 건 공교육의 문제가 아니라는 게 내 생각이다. 이 부분은 따로 다음에 다루겠다.
중요한 것은,
그들이 말하는 공교육의 문제에
'학생'이 있느냐는 것이다.
교사들에게 유리하도록 뒤틀어버린 교권타령을 제외하면, 수 십 년간 해온 공교육 문제의 해법이라는 것이
사교육 줄이기
에 집중되어 있다는 것을 반박할 수 있는 사람?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부실한 공교육을 대체하고
방만한 교육정책 속에서도
오로지 학력향상이라는 교육수요에 맞춰
지금의 높은 학력 수준을 이끌고 유지하는 것은
사교육의 힘이 아닌가 말이다.
사교육은 수십 년간 국민의 고혈을 빨아먹는 절대 악처럼 다루어졌다. 사교육 줄이기, 사교육 금지, 사교육 억제라는 말이 공공연히 쓰였는데, 사회 지도층이 특정 업계를 향해 산업의 위축을 바란다는 말을 공공연히 한다고 생각해 보면, 사교육이 범죄조직도 아닌데 좀 심하지 않은가 말이다.
대다수 사교육 종사자는 고객의 학업성취도를 위해 노력한다.
당연한 말이지만 이것을 교사들과 비교하면 또 당연하지도 않은 것이, 교사가 주 20회 정도의 수업을 하는 동안 학원 강사는 1.5배에서 2배 정도의 수업을 소화하는 게 기본이며, 시험기간 등 특정기간에는 3,4배까지도 늘어난다.
학생의 질문에 대한 피드백이나 학습법에 대한 조언, 자료제공, 디지털 기술의 활용 등 모든 분야에서 학교의 교사를 압도하는 것이 보통이다.
학부모 상담과 학생 상담은 물론이고, 결석이나 부진한 성취도를 이유로 보강계획을 잡고 실현하는 것 또한 학원 강사이며, 모든 직장인이 그러하듯 '업무경감'이라던가 '처우개선'이라던가 '본연의 업무'를 운운하는 일도 거의 없다.
사교육은 공교육을 넘어섰다.
그것이 시장의 원리에 의해 발생하고 진화한 것이지만, 결과적으로 우리는 원하는 만큼 필요한 교육을 받을 수 있게 되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학교라는 공간은, 빠르고 효율적으로 학업성취도를 올리고자 하는 학생에게 '방해요소'가 되었으며, 일정기간 학업에만 몰두하고자 하는 학생에게도 부담스러운 존재가 되었다.
이제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 생각해 보자.
글이 길어졌으므로 다음 편으로 나머지를 미루겠다